화장장을 다녀와서
오늘 아침 지인 발인식에 다녀왔어.
장례식장을 떠나 화장장으로 떠나기 직전, 입구 양쪽으로 가지런히 놓인 화환들이 눈에 띄었어. 마침 드라마 ‘나의 아저씨’ 한 장면이 생각나더라고.
화환을 보내신 정성이야 어찌 감사하지 않으리오. 다만 이제는 화환 문화가 사라졌으면 싶었어. 사실 부담이잖아.. 더불어 환경에도 좋지 않고 말야. 플라스틱 조화에, 곧 잊힐 리본에, 시들어 떨어질 꽃에.. 뭐, 내 생각은 그렇다는 거야.
난 이번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장장에 가 봤어. 화장장 첫 인상은, 사람 많다. 정말 많다. 운구차 행렬이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그에 따라 운구 행렬 또한 끊임없이 이어졌고 말야. 그 모습이 마치 공장식 컨베이어 벨트를 보는 것 같아서 순간 섬뜩했고, 공허했고, 말 못할 불편한 감정이 휘몰아쳤어.
한편 최준영 박사님의 말씀이 실감났어.
최준영 박사님 왈, 이제는 죽을 때도 경쟁하게 될 겁니다. 화장시설은 부족하고, 돌아가시는 분은 늘어나고. 정말이구나. 장사시설 부족 문제가 코앞에 닥쳤구나.
아무튼. 순번에 따라 대기하고, 우리 차례가 오고, 고인을 소각로 앞까지 모시고, 작별인사를 드리고, 정작 관이 소각로로 들어가는 모습은 모니터 화면으로만 볼 수 있었어. 고인의 최후를 모니터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더라고.
이후 화장을 마치기까지 1시간 30분가량 대기했어. ..난 화장이 10분 남짓이면 끝나는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니구나. 신체가 재로 변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구나.. 대기하면서 주변을 둘러봤어. 곡 하시는 분, 영정을 쓰다듬는 분, 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 여러 모습이 뒤섞여 있었어.
그러는 와중에 고인의 영정 사진에 눈길이 갔어. 액자 유리에 비친 조명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생각했지. 우리 부모님 영정 사진을 만들 때면 유리 없이 해야겠다... 아니면 실물 사진이 아닌 태블릿에 사진을 띄어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그래도 태블릿에 사진 띄어 놓는 건 선 넘었나?
모르겠어. 내 맘 같아선 영정 사진을 아예 만들고 싶지 않아. 액자니 뭐니 다 필요 없어. 정 사진을 남긴다면 손바닥만 한 크기로 부모님 모습을 남기고 싶어. 왜냐하면, 작을수록 보관하기 쉬우니까. 더 소중히 보관할 수 있으니까... 아잇, 나 왜 이렇게 냉혹한이 됐지...
화장이 끝나고, 고인의 유골을 유골함에 담고, 화장장을 떠나 추모공원으로 향했어. 추모공원 역시 내 인생 처음으로 가 본 거야.
마치 학교 서랍장이 겹겹이 쌓인 듯한 장소. 난 추후에 가족들이 추모공원에 방문해서 언제든지 고인의 유골함을 열어 볼 수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군. 무덤을 함부로 파헤치지 않듯, 봉안함 또한 열지 않는 거래. 아무리 뜻이 그러한들, 섭섭한데..
참고로 고인을 야외 벽식봉안담에 모셨어.
솔직히 난 벽식봉안담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왜냐하면 너무 뜨거웠거든. 8월 태양에 달구어진 벽은 너무나 뜨거웠어... 그렇다고 실내 봉안시설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녔어. 실내는 또 너무 그늘져. 갑갑하더라고... 내 생각은 그렇다는 거야! 오해는 마시고!
나도 이상하지. 사람이 죽으면 우주의 먼지로 흩어진다고 믿는 놈이, 정작 죽은 후의 환경을 따지고 있으니 말야... 사실 난 내 시신을 화장이 아닌 천장(조장)으로 치러줬으면 좋겠어. 뜨거운 불에 사그라지기보다, 자연에 보시하고, 장쾌한 하늘 아래서 눈 감고 싶어. ...는 내 바람일 뿐, 어찌 내가 내 시신을 왈가불가할 수 있으리오. AI 로봇님 아니면 내 장례 치러줄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말야. 하!
장례는 그렇고, 유골만큼은 추모공원에 모시고 싶지 않더라. 차라리 집안 구석에 화장품 샘플병만한 곳에 유골을 모시는 게 낫지 않나? 늘 가까이서 모실 수 있고, 보관료 안 들고, 고급 유골함 안 써도 되고, 앙? (...) 이 사안 역시 내가 너무 철없이 생각하는 걸까...
이상 다 말해놓고 보니 나란 놈! 고인을 기리기보다 온통 내 가족이 죽었을 때 어떻게 장례를 치를지, 난 어떤 방식으로 죽고 싶은지 골몰했구나. 반성합니다. ...고인께,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추모합니다.
"드라마처럼 화장한 유골 바다에 뿌려야지" 법으로 허용된 행동일까? - 로톡뉴스 (lawtalknews.co.kr)
화장장을 아주 어릴때 가봐서 철 없이 애들이랑 거기서 놀던 기억이 납니다.
바다에 뿌릴지... 나무에 뿌릴지... 화장터에 모실지...
결혼, 자손 없이 내 선에서 끝날 집안인데 나무, 화장터에 모셔봐야...
제 경우는 가족들 사망 시 바다에 뿌리는 방법이 최선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