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로 보니 별로였던 카메라
평온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어느덧 9월이건만 공기는 여전히 늦여름이구만. 아무튼, 어제 부산 소니매장에 들려 카메라를 구경했어. 마침 ZV-E10M2 화이트와 PZ 16-50mm II 실버 렌즈가 전시되어 있더라고.
만약 내가 ZV-E10M2를 구매한다면 단연 화이트 본체에 실버 렌즈 조합을 구매하고 싶어. 참고로 PZ 16-50mm II 실버는 오직 ZV-E10M2 화이트의 번들로만 구매할 수 있어.
하지만 역사는 바뀌었다. 이제 난 ZV-E10M2 블랙을 살 것이다. ZV-E10M2K 화이트 실물을 확인하고 나서 실망했어.
고급스러운 은색이라기보다, 탁한 회색에 가까워. 거기다 플라스틱 사출선이 적나라하게 보이더라고. ..참고로 16-50mm II 블랙은 까만 덕분에 사출선이 거의 보이지 않았어.
생각해 보니 ZV-E10M2 화이트와 비슷한 사례가 있구나. 실물을 보고 나서 실망했던 카메라. 예를 들어 소니 ZV-1 시리즈들. 그 중에서도 ZV-1F 화이트.
역시 흰색 본체에 은색 렌즈 조합인데, 이게 막상 실제로 보니 ‘탁하게’ 보였어. 흰색의 깔끔함이 아니라, 오히려 흰색이기에 때가 더 잘 묻어버린 기기를 보는 듯하다 랄까. 살짝 누렇게 뜬 감도 있고, 대충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느낌 오시죠!
이왕 얘기 나온 겸, 실물을 보고 나서 실망했던 카메라, 첫 타자는 파나소닉 S9.
광고로 볼 때는 얼마나 앙증맞게 보였게요. 하지만 매장에서 실물을 보고 나서 애정이 사그라져버렸어. 디자인은 괜찮아. 문제는 재질. 플라스틱 티가 너무 나더라. 고급진 플라스틱이 아닌 경박한 플라스틱 티 말야. ...S9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사과의 큰 절 올립니다. 노여워 마시고, 제 감상은 그랬습니다.
다음, 후지 X100 시리즈.
광고 영상으로 볼 때는 때깔이 반지르르 한 것이 고풍스럽게 다가왔는데, 실제로는 ‘장난감’ 같았어. 필름 카메라를 계승했다는 문구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어. 난 X100에게서 필름 카메라의 감각을 거의 느낄 수 없었거든. 필름 카메라의 묵직한 무게, 금속을 만질 때의 감촉, 투박한 듯 세밀한 표면 같은 것들 말야. ...이 역시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그랜절!
에잇, 오늘 업보 쌓은 겸 끝까지 욕먹자. 니콘 Z fc 역시 나의 냉혹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후지 X100은 필름카메라 향기 정도나마 간직했지, 니콘 Z fc는 파나소닉 S9 이상으로 장난감 같았어. 온통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토이 카메라랄까. 필름 카메라와 비슷한 건 오직 겉모습 뿐. ..라고, 지나가는 고양이가 외쳤습니다.
...잠깐만, 2024년 현시점에 아무리 필름 카메라를 표방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다 한들, 진짜 필름 카메라 이상의 감성을 낼 순 없잖아? 심지어 최근 펜탁스에서 출시한 필름카메라 PENTAX 17.
난 PENTAX 17조차 과거 필름 카메라의 감성을 따라가지 못 했다고 생각하거든. 듬직함이나, 재질이나, 셔터의 감촉이나, 광학식 뷰파인더로 넘어오는 감성이나.
참, 소니 ZV-E10M2 화이트에 실망했다는 내용을 전달한다는 것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아찔하다. 오늘 욕은 욕대로 먹고, 내 편협함만 여러분께 까발린 꼴이 됐어. 난 왜 이럴까? 플라스틱 혐오증에 걸린 인간 마냥 제품을 따지니 말야.
그러니 마지막은 긍정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할까. 광고로 봤을 때는 별로였는데, 실물로 보니 매력적이었던 카메라. 바로 소니 a7 1세대!
사용성은 꽝이지. 파지부는 너무 얇고, 셔터 버튼을 누르려 치면 손가락이 꼬이고, 동영상 녹화 버튼은 요상한 곳에 뚫려 있고, 그럼에도 예쁘지 않니? (...) 독특함이 있잖아. 마치 80년대 일본 전자제품에서 풍겨오는 기풍이랄까. 촌스러움과 최첨단이 어우러진 디자인, 앙? ...내 취향이 독특한 건가! 난 a7 1세대를 단지 디자인 때문에 소장하고 싶을 정도야.
이상,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