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고 싶은 눈동자 사진
지난 3일간 접사에 대해 공부했어. 그래서 나는 무엇을 그토록 가까이서 담고 싶은가? ..바라건데 ‘눈동자’를 가까이서 찍고 싶어.
마침 Tony Chelsea 채널에 눈동자 접사 촬영에 관한 영상이 있더라고.
소니 70-200mm F4 G 매크로 (접사배율 0.5배)에 접사링을 달아서 촬영했구나.
모델은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의 턱을 받침대에 괴고, 더해 조명을 자신의 눈을 향해 비추고 있어. 모델 Chelsea 씨 정말 고생하십니다.
...는, 아직 고생 끝이 아니었으니, 셔터를 누르는 순간 순간광 조명까지 터졌어.
촬영자와 모델 간에 신뢰가 없는 이상 눈동자 촬영은 힘들 것 같아. 자신의 눈을 태우는 작업인데 누가 섣불리 동의하겠어. ..차라리 모델을 구하기보다 자신의 눈동자를 찍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최소 연습은 내 눈알로 해야지.
그렇게 Tony와 Chelsea가 합심해서 찍은 원본 결과물이야.
사실 난 실망했어.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동공이 작아. 밝은 빛을 눈동자에 비춘 터라 동공이 응축된 거겠지?
동공이 크게 확대된 사진을 찍으려면 셔터를 누르기 전까지 주변이 어두워야겠구나. 그렇다면 암실에서 순간광을 사용하여 눈동자를 찍어야겠구나. ...잠깐, 눈에 더 치명적일 것 같은데?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플래시 빛을 동공으로 때려버리는 거니까. ...이거 안 되겠다. 내 눈알 찍는 거면 모를까, 남의 눈동자 접사는 못 하겠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각막에 맺힌 조명 또한 내 눈에 거슬렸어. 일반적인 인물 사진에서는 눈동자에 맺힌 반짝이가 반가웠다만, 접사 영역에서는 달갑지 않네. ...그야 조명 흔적은 후보정을 통해 제거할 수 있지. Tony 또한 최종결과물에서 조명흔적을 말끔히 지웠어. 하지만 원본에서부터 눈동자만 온전히 담긴 사진을 찍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질문에 답을 Wolfgang 씨와 Jens 씨의 영상에서 찾았어.
우선 Jens 씨의 강의를 통해 동공 크기를 조절하는 법부터 배웠어. 암실에서 순간광 터뜨릴 필요 없이, 모델이 눈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가 뜨는 순간, 아직 동공이 빛에 반응하기 전에 셔터를 누르면 최대로 개방된 동공 눈동자를 담을 수 있대. 아하! ...이 방법은 모델과 촬영자 간 호흡이 더욱 잘 맞아야겠구나.
다음, 눈동자 빛 반사를 억제하는 법. 반사를 최대한 억제하려면 모델 측면에 단 하나만의 광원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 편이 좋대. 주변 잡광을 막기 위해 Wolfgang씨는 차단막까지 자작했어.
해당 영상 설명 페이지에서 차단막 견본 PDF를 내려 받을 수 있어. 고맙습니다.
장비 얘기 나온 김에, 눈동자 촬영을 위한 전문 도구까지 있더라고. iriscam multiflex.
안경점이나 안과에서 볼 법한 장치구나. 최대한 눈알이 떨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도구.
아무튼, 눈동자 접사 촬영 비결을 공부하는 가운데, 난 근본적인 의문에 봉착했어. 과연 난 눈동자 접사 사진을 원하는가? 동공과 홍채와 실핏줄이 드러난 사진을 원했는가? ...아니었어. 난 접사 수준의 눈동자는 바라지 않았던 거야! 내가 원하는 눈동자 사진은, 예를 들어
Sarah Cornish 씨가 찍은 사진입니다. ...피부의 질감도 드러나고, 코의 형태도 드러나고, 머리카락도 슬쩍 보이고, 그 가운데 청명하게 빛나는 눈동자! 반사광마저 수정처럼 아름다운 눈동자! 이런 눈동자를 원했어. 배경흐림 속에 화룡점정이랄까?
그렇다면 나는 굳이 1:1 등배 수준의 눈동자 접사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잖아? 그렇네! (...) 내가 바라는 눈동자 사진은 조명 없이도 담아낼 수 있을지 몰라. 모델 눈동자를 헤치지 않으면서 촬영할 수 있을 거야. 매크로 렌즈가 아니더라도 찍을 수 있을 거야.
가령 소니 135mm F1.8.
135mm의 접사배율은 0.25배. 크롭까지 동원한다면 충분히 눈동자를 강조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또 소니 70-200mm F2.8 GM2. 70200GM2의 접사배율은 0.3배. 여기에 2배 텔레컨버터를 달면 0.6배 준 매크로 렌즈에 도달해. 마침 소니 갤러리에 70200GM2로 눈동자를 강조해서 찍은 사진이 게시되어 있더군.
멋지다. ..는 잠깐만, 왜 눈동자가 흐릿하지? 어째 초점이 속눈썹에 맞은 것 같다? 원본을 확대해 봤더니,
초점이 속눈썹에 맞았잖아! 소니 이 죠스바 싸만코! ...눈동자를 강조한 사진에서는 미세한 초점 오차조차 크게 다가오구나. ..참고로 해당 사진은 a1으로 찍은 거야.
번외로, 소니의 Eye AF. 100% 신뢰할 수 없어. 심지어 AI AF가 도입됐다는 a7CR에서도 속눈썹에 AF를 잡는 증상이 발생했어. 여전히.
제가 a7CR 부산 체험회에서 직접 찍어 온 사진입니다. (사진 정보에는 송철의 님 제작으로 표기) ...사진 기준 왼쪽 속눈썹에 초점이 맞았지? 이러니 어떡해. 여건이 된다면 수동으로 정밀하게 초점을 잡을 수밖에. 아니면 초점확대로 눈동자에 AF 영역을 정확하게 지정해서 잡거나.
이상, 눈동자 사진. 얘기하는 동안 사진을 찍고 싶다는 열망이 불타오르는 걸. 이번 추석 연휴에는 고양이 눈동자를 담기 위해 길을 나서 볼까! ...는 덥다. 그만두기로 하자! 기후위기가 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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