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공간
여러분은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들어? 이어폰? 스피커? 라이브 공연? ...난 99.9% 이어폰으로 들어왔어. 그럴 게,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다간 당장 가족들이 항의할 것이고, 옆집 주인 아주머니가 찾아올 것이고, 아랫집 할아버지도 내게 욕을 한 바가지 퍼부을 테니까. ...그 전에 내 방에 스피커 놓을 공간이 없구나.
뭐 이어폰으로 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딱히 불만은 없어. 다만, 가끔은 귀에 아무런 걸침 없이 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어. 유선 이어폰의 출렁임도 없고, 무선 이어폰의 무게감도 없고, 커널형 이어폰의 갑갑함도 없이, 그저 홀가분하게!
내 소망을 이루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비싼 음향기기야 로또 1등 당첨되면 어지간히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음향기기보다 더더욱 비싼 ‘공간’,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을 만큼의 공간을 마련하려면 로또 1등 갖곤 택도 없겠는걸. 왜 음향이 비싼 취미인지 알겠어.
잠깐만, 공간을 마련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네? 이왕 욕심 부릴 거, 녹음된 음향을 초월해 버릴 수도 있잖아? LP, CD 대신 오케스트라며 밴드를 초청해서 음악을 감상한다! 이건 빈살만도 부담스러워 할 사치인가.
그래도 다들 이 호화생활을 상상해 보지 않았어? 난 상상해 봤어. 윤하 모셔놓고 하루 종일 라이브 노래 듣기. 다음날은 김동률, 또 다음날은 아이유. 뿐인가? 상상 속에서는 나만을 위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까지 열 수 있다! ...이럴 거 상상력을 단련해야 하나.
단, 상상으로는 채우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바로 몸을 울리는 떨림! 라이브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는 진폭이 있다며? 소리가 온 몸 전체와 공명하며 발산하는 힘. ...난 아직 그 힘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상상할 수 없네.
그나저나 유튜브에서 ‘Ken Fritz’ 씨 영상을 봤어.
켄 프리츠 씨는 스튜디오를 스스로의 힘으로 설계하고 건축했어.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5년. 반평생을 꿈을 위해 쏟으셨구나. ...하지만 시간은 흘러 켄 프리츠 씨도 70세가 넘었고, 건강이 악화됐고, 그러는 가운데 자신이 소중하게 아끼던 몇몇 음향 장비들을 팔아야만 했대.. 시간은 야속하구나.
아무튼, 소리와 공간. 여러분은 본인만의 온전한 공간에서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 (...) 난, 잘 모르겠어. 세상에는 좋은 노래가 산더미처럼 많아서 차마 고를 수가 없구나. ..딱 한 가지, 야동 속 신음은 꼭 들어보고 싶어. 진심입니다. 죽기 전에 빵빵한 스피커로 교태를 듣고 싶소!
이상, 갑자기 코인 노래방이 나를 부른다. 듣지 못할 바에 내가 부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