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사진제를 보고 와서
8월 22일부터 9월 22일까지 부산항 제1부두에서 부산국제사진제가 열려. 추석 연휴에도 계속 개장하며,
개장시간은 오전 10시, 마지막 입장 가능 시간은 오후 5시 30분, 폐장 시간은 오후 6시야. 이번 행사 주제가 ‘한여름 밤의 꿈’인 것 치고 야간 개장을 하지 않는 점이 아쉬워. ...난 어제 사진제를 보고 왔어. 입장료 무료! 관람 소감을 여러분께 발표할게.
우선 주제전. 작가님들이 각자 주제를 갖고 강렬한 연출을 보여주셨어. 소위 예쁜 사진, 보기 편한 사진, 방에 걸어 놓고 싶은 사진은 아니었지. 결국 난 주제전 사진들을 마음속에 받아들이지 못 했어.
그럼에도 내 맘을 흔든 작품을 하나 고르라면, ‘요하네스 보스그라‘ 작가의 ‘새들을 위한 진혼곡’.
아름답다라기엔 하늘이 너무나 창백하구나.
다음, 특별전에서는 반가운 사진을 만났어. 2024 WPA 출품작 중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사진, ‘줄리엣 파비’ 작가의 ‘이누이트 여인’.
참고로 이 사진은 잔혹한 과거를 담고 있었어. 덴마크 정부가 1960~70년대에 걸쳐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 여성을 상대로 불임 수술을 강제했거든. 덴마크 령 그린란드에 이누이트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야.
아무튼, 내게 감동을 주었던 사진을 실물로 볼 수 있어서 기뻤지만, 곧 안타까움이 몰려왔어. 실물 액자로 사진을 감상하는 것보다 오히려 집에서 모니터로 해당 사진을 봤을 때가 더 ‘충실’했다면 믿어져?
조명 반사광 때문에 사진 분위기가 달라. 어두워야 할 곳이 밝게 됐다 랄까. 더해 액자 높이가 관람객 눈높이보다 낮기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아야 해서 불편했어. ...이런 거 보면 사진 전시란 것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여러 가지구나. 품질 좋은 인쇄는 당연! 거기에 더해 나 같은 꼬투리잡이까지 만족시키려면 조명 위치 신경 써야지, 조명 색온도와 밝기 맞춰야지, 사진 크기 따져야지, 액자 높이 재야지, 배경 벽과 배색까지 살펴야지.
과한 투정 부려 봤어.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전시장에서도 온전히 빛났으면 해서.
전시 환경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허승도’ 작가님은 현장의 냄새까지 담아 오셨어.
오염된 강,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 ...사진 옆에 쓰레기와 폐수가 놓여 있었어. 이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할 수 있었어. ...는 잠깐, 냄새까지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이란 뭘까? 군대 판초우의 사진?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잠시 이야기가 샜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개인전에서는 ‘나홍렬’ 작가님의 사진이 내 눈을 사로잡았어. 바로 이 사진.
남미의 색! ...다만 딱 하나, 얼굴을 가린 소녀, 소녀가 미소를 띠고 있었다면 더욱 내 맘에 다가왔을 거야. 소녀는 행복하다, 활력이 넘치다, 그 모습을 담고 싶다! 나만의 고정관념이라 해도 좋아. 여중생, 여고생의 생그러움! 제가 무슨 소리하는지 대충 느낌 오시죠? (...)
참고로 남미에서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대. 카메라는 영혼까지 담는 도구라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사람을 향해서 카메라를 들면 안 된다더군. 그러니 항상 동의를 받고, 양해를 받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상, 부산국제사진제는 9월 22일 이번 주 일요일까지. 구경하러 오이소! 전시장 안이 살짝 덥다는 건 견디시고!
Winners' Galleries | World Photography Organisation
[국제]"동의 없이 피임기구 삽입"…그린란드 여성들, 덴마크 정부 고소 | YTN
부산국제사진제 특별 세미나 ‘어른들의 우아한 남미 여행’ | 나홍렬 작가 | 알파 랜선 세미나 (youtube.com)
최마태님 유튜브에서 사진전 이야기를 봤었는데
이렇게 상세하게 보시다니 카메라 뉴비로서 또다른 배움을 주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