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복도로 속 주차장
지난 추석 연휴 중에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 뉴스로 시작하겠습니다.
옥상에 올라온 트럭을 보고 몇몇 루게이가 놀라더군. 하지만 난 오히려 옥상에 올라온 차량에 놀라는 루게이가 신기할 따름이었어. 차가 옥상에 올라오는 거야 흔히 있는 일 아닌가? (...)
적어도 부산에서는 그래.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산복도로에는 일상적인 일이야. 건물 옥상이 곧 주차장이자 차고지로 쓰이는 경우가 많거든.
멀리 갈 것 없이 내 방 위가 주차장이야...
머리 위가 주차장이라고 해서 크게 불편한 건 아냐. 단지 정확히 내 방 위로 차량이 들어온 것에 더해, 그 자리에서 엔진이 공회전 할 때면 방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려. 그때만큼은 본능에 새겨진 불쾌감이 몰려와. 마치 지진을 마주한 듯한 공포 말야.
그럼에도 산복도로에서 주차장을 갖춘 건물은 사정이 좋은 편이야. 왜냐하면, 주차장이 있다 = 집 옆에 도로가 있다 = 계단을 타지 않아도 버스나 자차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등산 마냥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야 해. 몇몇 곳에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지만, 아직 부족하지.
참고로 영상에 168계단 모노레일은 안전문제 때문에 철거됐어. 대신 경사형 엘리베이터로 교체됐지. 다음 달에 공사가 마무리 된다고 들었어.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산복도로. 해운대 신도시처럼 고급진 곳은 아냐. 교통 불편하고, 집들 상당수가 구축이고, 빈집이 늘어나고, 고령화에 따라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고, 그러니 철거하고 재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
하지만 난... 산복도로 재개발 반대다. 아파트만 지어대는 재개발이라면 절대 반대다. ...난 산복도로의 정취를 사랑해. 소박한 듯 평온한 가을빛 냄새 말야. 아직 전세 2천 5백만 원 집을 구할 수 있는 곳, 가난한 이도 살 수 있는 곳. ...낭만에 겨운 소리인가!
그래도, 이곳마저 신식 아파트로 채울 필요 있을까? 그야 지금 집값 그대로 신식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면야 좋지. 그런데 시장 논리는 신식 아파트만큼의 비싼 가격을 거주민들에게 부과할 거잖아? ...아잇! 이건 논리의 문제가 아냐. 내 신념과 취향과 생존이 걸렸다! 양보 못 해! 산복도로는 계속해서 건축 고도 제한 걸려 있어야 한다! 아파트 건축 불허해야 한다! 어쩔!
안 그래도 ‘노인과 아파트’라는 불명예를 얻은 부산.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졌고,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그런데도 아파트는 계속 짓고. 이 상황에서 산중턱까지 아파트로 채울 건 뭐람. 정 산복도로에 아파트 지을 거면 기반까지 갈아주던가! 산복도로 왕복 4차선으로 늘려주던가! 경사형 엘리베이터 촘촘히 깔아주던가! 그렇게는 안 할 거면서...
오늘은 안 되겠다. 내 개인 감정이 들어가서 논리전개가 안 되네. 여기까지! 끝으로 그나마 덜 아파트적인 산복도로 모습 보며 마칩니다.
빈집 늘어나는 부산… 원도심 철거·정비 본격화 - 부산일보 (busan.com)
아파트는 짓고 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