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관으로 물이 전혀 나오지 않을 때
오늘 보일러를 교체하고, 보일러 배관을 교체하고, 난방수 분배기를 교체했어. 왜냐하면 지난겨울부터 온수 수압이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올해 여름에 들어서는 온수관으로 물이 전혀 안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거든. 바닥 난방은 잘 되는데 말야.
나는 해당 문제가 보일러 때문에 발생한 거라 추측했어. 그래서 경동보일러 서비스센터에 연락했지. 친절한 상담사님이 답변해 주시길, 온수관에서 물이 아예 안 나오는 경우는 보일러 문제라기보다 배관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 집 근처에 ‘설비’업체에 문의하는 편이 좋다.
나는 상담사님의 말을 듣고 설비업체에 연락했어. 마침 주인아주머니 지인 중에 설비업을 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수월하게 연락할 수 있었어. ..그렇게 수리기사님이 방문하시고, 보일러실을 살펴보시고, 뜻밖의 진단을 내리셨어. 보일러 고장, 보일러 부품을 갈던가, 보일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합니다.
보일러 교체 권한은 집 주인아주머니 소관. 주인아주머니는 이참에 보일러를 통으로 갈아버리자 하셨어. ...여기서 난 경동보일러 기사님을 불러야 할 줄 알았어. 보일러 교체 작업이니까. 그런데 설비기사님이 보일러까지 다 가시더군.
그래서 새 보일러로 갈았더니 온수가 콸콸 나왔을까? ...아니. 여전히 온수관으로 물이 오줌줄기보다 못 하게 흘러나왔어. 쌔했지. 하지만 가슴 아플 만큼 당황하지는 않았어. 보일러 교체비용은 내가 아닌 주인아주머니 통장에서 빠져나가니까. (...)
설비기사님 또한 당황하지 않으셨어. 자연스럽게 보일러 배관 교체 작업에 들어가셨지. 나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지식이 있거든. 보일러 온수 수압이 약하면 감압기를 의심하자.
잘 됐어. 어차피 기존 감암밸브가 부식돼서 굳어있더라고. 이참에 교체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서 감압기를 갈았더니 온수가 콸콸 나왔을까? 아니. 여전히 아니. ...결국 온수 출구관 밸브까지 갈았어. 잘 됐지. 기존 온수 출구관 밸브가 부식돼서 굳어있더라고. 그래서 온수 출구관 밸브까지 갈았더니 온수가 콸콸 나왔을까? ..나왔다! 마침내!
기분이 묘했어. 지금까지의 작업을 내 돈으로 했다면 설비기사님께 화가 났을 거야. 잘못된 진단으로 애꿎은 보일러를 갈아치웠으니까. ..그런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기사님이 오히려 고맙더라고. 보일러 갈아주셔, 배관 갈아주셔, 오래돼서 굳어있던 부속을 몽땅 갈아주셨으니까.
뿐만 아니라 기사님이 난방수 분배기까지 새 걸로 교체해 주셨어. 하필 난방수 분배기가 화장실 변기 옆에 붙어있는 터라 작업이 쉽지 않았어. 가을 날씨에도 기사님이 땀을 비 오듯 흘리셨어.
그럼 난방수 분배기는 왜 갈았냐? ...분배기 역시 오래되고 부식돼서 밸브가 굳어있었거든. 밸브 중 하나는 너무 부식된 나머지 꼭지가 부러졌어. 상황이 이런 터라 내 방으로 들어오는 난방수를 차단시킬 수 없었어.
참고로 난 난방을 싫어해. 그래서 겨울에도 냉바닥을 고수하지. 그런데 우리 엄마는 반대거든. 엄마는 뜨끈한 바닥을 원하고, 보일러를 돌리고, 그럼 나는 신경이 곤두서고, 전쟁 아닌 전쟁이 터졌어.
하지만 올해 겨울부터는 평화다! 기사님이 분배기까지 갈아주셨으니까. 내 방으로 들어오는 난방수를 차단하면 된다. ...이실직고하자면 분배기 교체는 내 독단으로 넌지시 기사님께 부탁드린 거야. 주인 아주머니는 분배기까지 교체한 이유를 모르셔.. 나 잘못했나? 끄응...
아무튼. 온수관으로 물이 물방울 단위로 나오는 경우 보일러가 아닌 배관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오늘 작업에 총 70만원 들었어. 이 정도면 싸게 한 거지? 새 보일러에, 새 배관 부품에, 새 분배기에, 기사님 3시간 인건비에(1명), 난 싸게 한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네. 설비에 종사하시는 분 안 계십니까? (...)
이상, 온수가 콸콸 나와서 기분이가 좋습니다! 이 기쁨을 설비기사님,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께 돌립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Rinnai (온수를 틀면 물이 전혀 안 나와요)
풍신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