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함께 먹었던 시장음식
평온한 일요일 저녁 보내고 계신가. 오늘은 나 어릴 적 할머니 따라 부산 깡통시장,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을 누비며 먹어봤던 음식에 대해 떠들어 보실까.
우선 부산 먹자골목.
먹자골목에 비빔당면이 유명한가? 그런데 난 어릴 적 비빔당면을 먹어 본 기억이 없어. 왜죠? (...) 내가 왜 안 먹어봤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한편 비빔당면이 왜 이렇게 유명해졌는지도 모르겠어.
반면 충무김밥은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어. 슴슴한 김밥에 매운 어묵 무침은 조합이 탁월했지. 다만 그때도 난 오징어무침은 먹지 않았어. 비리다고 말야. 그럴 때면 할머니가 오징어를 다 드셨어..
다음, 깡통시장 물떡과 오뎅.
부산에서만 물떡을 먹는다며? 난 이 사실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어. 그나저나 난 물떡은 간장맛이라 생각해. 반박 시, 여러분 생각도 옳습니다.
그리고 오뎅. 부산사람인 난 왜 부산오뎅이 유명한지 모르겠어. 그럴 게, 부산오뎅이라고 다 맛있는 게 아니거든. 비릿하고 싸구려 맛 나는 부산오뎅 또한 많거든. 싱싱한 부산오뎅을 맛보고 싶다면 분식집보다 오뎅 전문점을 찾아가길 권장 드려. 깡통시장 내에도 오뎅 전문점 있습니다.
또 할머니랑 시장 다니면서 뭐를 먹어봤더라... 아! 거인통닭.
주말이면 할머니가 거인통닭에서 양념 한 마리를 사주셨지. 바삭하기보다 보들보들한 양념통닭 말야. 밥이랑 먹으면 한 공기 뚝딱이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거인통닭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나 또한 어른이 돼서 거인통닭에 다시 찾아가봤거든? 어째 어릴 때 할머니가 사주셨던 거인통닭 맛이 안 나더라... 거인통닭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한 걸까, 혹은 둘 다일까?
마무리는 시원하게, 얼음 동동 올라온 단술!
부산에서는 식혜를 단술이라고 불렀어. 아주머니가 은사발에 퍼주셨지. 단술을 풀 때면 난 언제나 밥알 없이 달라고 했고, 할머니는 밥알 듬뿍 달라 하셨고, 하!
할머니와 추억이 담긴 음식이 이뿐이겠습니까. 시장표 토스트도 생각나고, 남포동 할매 밀면도 생각나고, 부평동 옥생관 짜장면도 생각나고, 삼계탕도 생각나고, 그래. 추억은 방울방울~
이상,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