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보다 무서운 것
지난 주 금요일, 부산 롯데월드 롤러코스터가 운행 도중 5분간 멈췄어.
다행히 인명 사고 없이 사태를 수습했다만, 그럼에도 롯데는 방문객에게 사죄드려야 한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유원지 연간 무료 이용권이라도 배포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나도 재작년에 부산 롯데월드에 방문했었어.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몇 십 년 만에 가 본 놀이공원은 생각보다 밋밋하게 다가왔지. 롤러코스터를 타도, 자이언트 스윙을 타도, 풀름 라이드(수로 낙하)를 타도 무덤덤했어. 왜냐하면, 하필 내가 그때 ‘탑건 매버릭’에 취해 있었거든. 전투기 조종사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마치 이 사람처럼.
난 전투기 근처에도 못 가본 놈인데, 망상은 대단했네.
하지만 딱 하나, 회전그네를 탔을 때는 심장이 사늘하게 식었어.
달그락거리는 사슬, 낡아 보이는 나사, 군데군데 갈변한 쇠뭉치, 그런 것들을 보며 진짜 망상에 빠진 거지. ..혹시 쇠사슬이 떨어지지 않을까? 확률은 정말 낮다만, 그 불운이 하필 내가 탔을 때 일어나지 않을까? ..물론 내 망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
아무튼 공포란 물리적 높이에서 오는 것보다 심리적 불안감에서 폭증하는 것 같아. 내가 이걸 언제 또 느꼈냐면, 부산 엘시티 ‘엑스더스카이’ 전망대에 올랐을 때. ‘쇼킹브릿지’에서!
높이에서 오는 공포는 금세 익숙해졌어. 그러나 심리적 불안은 잠재울 수 없었지. 언제 엘시티 유리창이 깨져 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말야. 허풍이 아냐. 엘시티 유리창은 과거 여러 차례 바람에 갈려나갔거든.
2018년 태풍 때 깨졌고, 영상처럼 2019년 5월에 또 깨졌고
2020년 1월에 또 또 깨졌고, 2023년 1월에 또 또 또 깨졌고, 이쯤하면 설계부터 잘못된 거 아닐까? 아니면 부실시공이거나!
그래서 내가 고층 건물을 싫어하나 봐. 나는 건설사를 신뢰할 만큼 대인배가 아냐. 철근을 빼먹지 않았을까, 시멘트를 희석하지 않았을까, 불신에서 비롯된 불안으로 몸을 떨어. ..정말 고층에서 사시는 분들 대단해. 비꼬는 거 아냐. 진심으로 감탄하는 거야. 솔직히 난 누가 고층 건물 공짜로 준다 해도 거기서 못 살 것 같아. 팔고 차익 얻어서 1층짜리 단독주택 사야지.
이상, 제가 왜 롤러코스터보다 고층건물을 더 무서워하는지 해명했습니다.
˝5분간 공포 떨어˝ 부산 유원지 롤러코스터 공중서 멈춰 : 국제신문
강풍에 엘시티 유리창 또 ‘와장창’…주민 불안 / KBS뉴스(News) (2020년 1월)
강풍주의보 내려진 부산…해운대 엘시티 유리창 '쾅' | 연합뉴스 (202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