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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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나의 2024 지스타는 끝나고 (0) 2024/11/17 PM 10:57

나의 2024 지스타는 끝나고

 

 

 

11월 17일 일요일. 2024 지스타 마지막 날 벡스코에 다녀왔어. 지스타가 끝나면 언제나 그렇듯 기분이 싱숭생숭해. 마치 수능을 망친 고3 수험생이 졸업식에서 느끼는 감정이랄까. 혹은 잠깐의 일탈을 만끽한 철창 속 시골개의 눈빛일 수도 있고.

 

 

아무튼, 나의 2024 지스타는 어떠했는가? 복귀해 봤어.

 

기뻤던 일. 첫째, 짬타수아 님을 직접 만나고, 사인을 받고, 수아 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어. ..둘째, 코스프레 모델 ‘미노’님을 만났고, 사인을 받고, 미노 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어. 게임 ‘데스 스트랜딩’ 샘을 코스프레 하셨는데, 치밀한 소품 구현에 감탄했어.

 

 

쉽게 고칠 수 있는 일. 첫째, 카메라 설정을 잘못 만져서 많은 사진을 날려먹었어. 누굴 탓 하겠어. 내 잘못인 걸. 이번을 계기삼아 촬영 전에 카메라 설정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플래시를 쓸 때면 플래시 설정도 확인하겠습니다.

 

둘째, 손수레의 유용함. 나는 이번 지스타에 금요일, 일요일 두 번 다녀왔고, 금요일은 손수레 없이 장비를 들고 갔다가 팔에 근육통이 생겼어. 일요일에는 손수레를 들고 갔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장비를 들고 다닐 수 있었어. 앞으로 벡스코에 사진 찍으러 갈 때는 손수레를 갖고 다닐 거야. 마침 알리에서 경량 손수레를 주문해 두었어.

 

셋째, 기후위기 속 복장 선택. 이제 11월 지스타에도 기온에 따라 반팔을 입고 가야겠어. 금요일 긴팔셔츠를 입고 갔다가 속옷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더위에 시달렸고, 오늘은 반팔을 입고 갔음에도 촬영 중에 땀을 흘렸어. 무서우면서 슬픕니다. 내가 사랑하는 겨울이 사라지고 있다니...

 

 

가슴 아픈 일, 그러나 쉽게 고칠 수 없는 일. 첫째, 촬영 중에 주변 관람객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죄송합니다. 모델에게도 죄송합니다. 다 죄송합니다. ...둘째,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어. 짬타수아 님도, 미노 님도, 모델 님들도, 나는 상대를 응시하지 않았어. 부끄러워서 그랬다면 변명이라도 되지, 실은 그렇지가 않아.

 

감히 내가 나를 분석하건데, 자기방어 때문에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아. 날 드러내지 않고 상대를 관찰하려고만 하지.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을 때는 그나마 상대를 응시할 수 있나? 일방적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어서?

 

셋째, 나는 아직 지스타에 가야 할 이유를 되찾지 못 했다. ..게임에 대한 열정은 이미 식었다. 이제는 사진에 대한 열정마저 식어버린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지 모르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뭐지? 적어도 나는 나를 사랑하나? 자화상을 찍어야 하나? 공허를 찍어야 하나. 아니면 내가 사랑했던 것을 되살려야 하나.

 

 

죄송합니다. 지스타 끝나고 나서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지스타 폐막 증후군에 걸렸습니다. 한동안 이상한 소리 하더라도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성은이 망극합니다.

 

내일은 평소의 괴랄한 소리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면서, 다음 한 주도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끝으로 신나는 노래 들을까요. 데스 스트랜딩 OST. CAR GO 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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