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of Wind GOD

후지필름 X Half를 만져보고 나서

오늘 부산 남포동 줌인매장에서 후지필름 X Half를 만져보고 왔어. 결론, 나는 X half가 필름 카메라를 겉핥기로 구현한 모조품이라고 생각해. (...) 내가 왜 이렇게까지 혹독하게 X half를 까는지 이유를 풀겠습니다.

첫째, 껍데기가 플라스틱이다. 필름카메라의 묵직한 금속의 감촉을 느낄 수 없다.

둘째, 조리개링에 달려 있는 뭉치가 손가락 동선을 방해한다.

조리개링을 A(Auto, 자동)에 두었을 때, 뭉치 때문에 렌즈 전면 조작링을 조작하기 어려웠어.

셋째, 반셔터 감각이 흐물흐물하다. 탄성이 전혀 없는 수준이다. 셔터소리는 전자식!

넷째, 감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필름 카메라의 감개 느낌을 전혀 주지 못 한다.

X Half의 감개는 뭐랄까, 스프링 달린 막대기에 불과해. 일단 감개의 크기가 작아서 조작하는 맛이 떨어지는 것에 더해, 더 큰 문제는 ‘장전’의 느낌이 전혀 없다는 거야. 감개를 마지막까지 돌린다 한들 툭 걸리는 게 전부.

비교 예시로 진짜 필름 카메라, 미놀타 Hi-Matic C는

드르륵 칙! 저 찰진 감개를 기대하고 있었던 나로선 X Half의 맹탕 감개를 용납할 수 없어. 이건 마치 ‘볼트액션’ 소총인 Kar98k의 모형을 만든다면서, 정작 볼트액션을 빼버린 꼴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Kar98k 실총과, 아카데미에서 만든 Kar98k 모형총을 비교해 봅시다.

볼트를 뒤로 철컥 당기는 맛, 이 맛을 빠뜨린 Kar98k가 그게 Kar98k인가! 아카데미가 Kar98k를 만들면서 저 볼트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겠어. 그런데 후지는 손을 놓았지. 그래놓고 필름 감성을 구현했다고 광고하지. 싸우자 후지!

내가 감개에 민감한 이유, 내심 나도 필름카메라의 감성을 그리워하고 있었나 봐. 비록 필름카메라라 해봤자 하루 가량 사용해 본 것이 다지만.. 내가 사용해 본 필름 카메라는 바로 야시카 Electro 35 GL.

필름 1롤 찍고 저 친구와 헤어졌어. 내가 조작미숙으로 필름감개를 부숴먹었거든. (잠금 상태에서 필름 롤을 돌려버림) ...그때의 미안함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던 걸까.

단 한 번의 촬영이었지만 야시카 일렉트로 35 GL은 내게 충분히 필름 카메라의 감촉을 전달해 주고 떠났어. 금속의 묵직함, ‘레인지 파인더’로 초점을 맞추는 오묘함, 일발을 장전하듯 당기는 감개까지.

번외. X Half는 단순 광학식 뷰파인더. 그야말로 덩그러니 유리창만 뚫려 있는 꼴이야. 반면 후지 X100 시리즈는 공을 들여 뷰파인더를 설계해 놓았지.

X100은 광학식, 하이브리드, 전자식 뷰파인더를 모두 구현해 놓았어. 그런데 X Half는 아니죠..

아무튼, 나는 X Half에 감동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원망과 달리 X half는 널리 팔려나갈 것 같아. 내가 줌인 매장을 찾았을 때만 하더라도 X Half를 구경하러 온 손님이 2분 계셨거든. 내일이 X half 판매일인가? (...)

그렇습니다. 필름카메라의 감성을 진정으로 구현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길 바라면서, 김홍희 작가님의 FM2 추억을 보며 마치겠습니다.

Way of Wind GOD (후지필름 X half 카메라. 미완의 장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