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한 폐건물에서 전당포 주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살해된다.
일견 쉽게 해결 될 것 같은 사건을 맡게 된 형사는 '사사가키 준조'.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들이 의문의 사고사와 자살로 사라지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사사가키 준조는 사건을 추적하고, 또 다른 두 남녀는 어둠 속으로 던져진다.
두 남녀는 무려 19년을 하얀 어둠 속을 걸어간다.
형사가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어둠의 실체가 드러난다.
책의 첫 장을 넘길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다 읽을 줄은 몰랐다.
하루에 조금씩 읽기 시작한 책은 1권 말미로 갈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지더니,
2권에 들어와서는 잠시도 손을 떼지 못하고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나이들어서 하루만에 책 한권을 다 읽은게 얼마만인가?
그만큼 2권의 재미와 긴박감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온갖 여운이 밀려 왔다.
개운함, 찜찜함 등등 여운의 느낌이 하도 다양해서 머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백야행은 결국 사는게 사는게 아닌 그런 삶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백야행은 추리소설을 가장한 대하 역사 소설에 더 가깝다.
19년 동안이나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시대의 사회적 이슈 또는 아이콘을 끼워 넣음으로써 배경에 대해 굳이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바로 그 시대의 분위기와 사회상을 알 수 있게 한다.
읽다 보면 일본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두 남녀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처럼 느껴진다.
등장인물도 오지게 많은데, 생소한 일본 이름이라 종종 이 친구가 누구인지 앞 페이지를 다시 넘겨본다.
하지만, 굳이 넘겨보지 않아도 읽다 보면 연상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이 많은 등장인물이 나옴에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읽혀지도록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놀라운 글쓰기 재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놀라운 이야기 전개 능력은
19년이라는 긴 세월을 느껴지게 만들면서도, 마치 몇일 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것 이상의 긴박감을 유지한다.
장대함과 긴박감. 어울리지 않는 이 두가지가 끝까지 어울리면서 진행된다.
단점이 거의 없지만, 굳이 단점을 찾자면
이야기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나, 추리소설로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또, 주인공 보정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하지만 아주 사소한 단점일 뿐. 장담하는데 읽는 동안은 이런거 생각도 안난다.
‘악의’와 더불어 반드시 읽어야 할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 ‘백야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