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현해낸 넓고 아름다운 이집트.
아름다운 배경 위에 수없이 흩뿌려져 있는 깊이없는 컨텐츠들...
엄청나게 넓고 아름다운 지도를 테이블에 펼쳐 놓고, 몇 종류의 이벤트를 엄청나게 복사 한 후, 여기저기 흩뿌려 놓으면 딱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의 모습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엔딩을 본 순간 까지도 상당히 재미있게 즐겼다. 중간중간 약간 지겨운 구간도 있었고, 스토리상 납득이 안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양보다 질'이 더 좋다 하더라도, 양이 어마어마 하면 '질보다 양'이 더 맞을 수도 있음을 유비식 오픈 월드는 보여준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말도 안되게 방대한 컨텐츠가 주는 중독성과 재미는무시할 수가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게임 내 최고의 컨텐츠는 무엇일까? 바로 관광이었다.
그 시절 이집트를 실제로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한다.
고대 이집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실제로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느낌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문득, 에지오 사가를 플레이 하고 나서 TV에서 이탈리아 여행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화면속의 모든 풍경이 이미 게임을 통해 본 광경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한번 갔다 온 후, 이탈리아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화면 속에 보이는 건물을 타고 올라가야 할 것 같은 충동과는 벌개로...
어쌔신 크리드는 그런 느낌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이 정도면 이집트 관광청에서 상이라도 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매혹적인 관광에서 벗어나 게임 플레이를 보면, 재미는 있으나 깊이가 없다.
초반부에는 맵에 표시된 ? 지점을 찾아 다니기에 바쁘다.
하지만 대부분 비슷비슷 하고, 심부름 수준의 서브퀘스트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순간 부터 ? 지점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필요한 만큼 레벨이 올라간 이후 굳이 ? 지점을 찾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재미 있어서가 아니라 레벨업을 위해 ? 지점을 찾아 다녔음이 드러나고 만다.
각각의 퀘스트는 유기적이지 못하고, 따로따로 논다. 게다가 형식이 다 비슷비슷해서 어느순간이 지나면, 설명만 읽어도 퀘스트의 진행이 예측되기 시작한다.
오픈월드 이지만, 모든 퀘스트나 이벤트가 따로 노는 점은 파고들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는 것과도 같다.
전투, 은신, 스킬 등등도 어느 수준까지는 맞춰 주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고민은 당연히 없다. 평범하지만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딱히 실망할 일도 없지만, 놀라거나 감탄 할 일도 없다.
실망한 컨텐츠도 있었으니 바로 메인 스토리와 그와 연관된 메인 이벤트.
심오한 척, 있는 척... 실상은 별거 없는 허세 뿐인 스토리는 마치 깊이 없는 컨텐츠를 대변해 주는 듯 하다.
핵심 주제는 그다지 공감되지도, 감흥이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로딩화면이 지난 후, 현대 파트로 넘어와 여주인공이 깨어나는 장면은 게임에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현대파트는 대체 왜 있는건지...
그 중에서도 최악은 클라이막스 이후주터 결말까지의 구간이다. 가장 재미있어야 할 구간이 가장 실망스런 구간이라니...
게임 내내 주인공 바예크와 흙먼지 뒤집으 쓰면서 개고생해서 마지막 까지 왔더니, 뜬금없고 공감가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 되었다. 내가 원한 방향과는 상관 없이 뜬금없는 방향으로 강요하듯 진행되는 느낌도 최악이었다.
열심히 나만의 이야길르 만들어 왔더니, 갑자기 제 3자가 결론을 내 버린 느낌이다.
또다른 핵심 인물인 바예크의 아내 '아야'의 존재도 영 별로 였고, 행동이나 생각이 별로 공감되지 않았다.
결국은 다시 만난 유비 월드 였다.
이제는 유비 오픈월드 게임은 그 게임이 무엇이든, 튜토리얼도 필요 없이 게임 시작하자마자 다 아는 듯이 돌아다닌다.
언젠가 이미 구매해둔 '어쌔신 크리드 오딧세이'까지는 즐기겠지만,
유비식 오픈월드를 플레이 하는 경우는 점점 없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