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할아버지댁에 잠깐 들렀는데, 할아버지가 저를 부르시더니 무슨 함을 하나 짜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왠일이시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즉, 저에게는 고조할아버님 되시는 분께서 사용하시던 가방이 있는데, 계속 창고에 처박아 두다가, 계속 그대로 놔두면 왠지 안될거 같다고 하시며, 유일하게 남기고 가신 유품이니 함을 만들어 보관하는게 괜찮을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창고로 부터 꺼내어 오신 물건이 바로 이것들입니다.
엽전을 싸들고 다니던 옆전집(?)과 털가방입니다. 사이즈는 요즘 여성분들 들고다니는 핸드백정도이거나 약간 작습니다.
가방부터 살펴보죠. 원래는 털로 둘러싸여 꽤나 고급스러웠을걸로 추정되지만 세월이 세월인지라(일제시대에 구입하셨다 함;;) 듬성듬성 빠지고, 털도 푸석푸석해졌습니다..
밑면입니다. 원래는 저기에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희미하게나마 문양이 남아있습니다. 'M.KOMAI'가 제조사인듯 싶습니다.
안에는 물건이 들어있었습니다.
바닥면에는 태그가 아직까지 남아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서양제품이라고 들으셨다는데, 일본에서 제조된 물건입니다. 역시 'M.KOMAI'라 쓰여있네요.
가방안에 들어있던 삼신기(;;) 원래는 나프탈렌이나 잡다한 쓰레기가 있었는데, 다 치우고 나니 오리지날 부속품들은 저것들인거 같았습니다.
고무줄에 꿰여있는 엽전 꾸러미입니다. 한종류가 아니라 여러가지 종류가 엮여 있더군요.
닳아서 잘 안보이는데 이게 상평통보입니까?
십원.. 아니 십전.
이건 원래 손잡이였는데 쇠가 헐어서 띄여진거 같습니다. 꼭 뱀비늘 같이 생겼습니다. 위는 털로 덮여있구요.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지폐뭉치입니다. 흰종이와 신문지로 싸여있더군요.
돈을 싸고 있던 신문지입니다. 환전소 광고인데 아마 환전을 하려고 생각하셨는데, 못하시고 이제까지 보관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전라도 고창쪽이라 서울까지는 너무 멀었거든요.)
위에 나왔던 동전들이 다 있네요. ㅎㅎ. 오른쪽은 일본, 중국 돈들 그림이라 생략..
신문의 연대를 알수 있는 글입니다. 1973년 3월에 발행된 신문인듯 하네요..
그리고 이거시 바로 지폐뭉치... 부스러질까 조심스러 세어보지는 못하겠고, 대략 4~50장 정도 되는듯 싶습니다. 전부 백원짜리인데, 색깔이 변색된건지 각기 색깔이 다릅니다. 일부는 아예 잉크가 빠져버렸구요. 정확한건 한국은행을 가봐야 알듯....
그리고 이건 엽전집입니다. 옛날에는 엽전이 너무 무거우니까 여기다 싸서 다녔다고 해요;; 믿거나 말거나..
휴... 정말 저희집에서 이런물건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나오고 나니까 되게 신기하고 막 그러네요.
그리고 이건 오늘 아부지한테 들은건데, 예전 화폐개혁 했을때 미처 돈을 바꾸지 못해서, 우리집에 못바꾼 돈이 저거보다 훠어어얼씬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거 다 어디 갔냐고 여쭸더니, 다 태웠다고..(털썩);;;;;;;; 그나마 저거라도 전해진게 어딥니까 ㅠㅠ.
이래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건가ㅠㅠ.
더 망가지기 전에 어디 인사동이라도 가지고 나가봐야 겠어요..
그럼 여기까지 허접한글 읽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님들도 빨리 창고를 뒤져보셔요. 롸잇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