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사투리란게 지방마다 다를 수 밖에 없죠.
게다가 동네 혹은 개인별로 존재할 자잘한 말투나 차이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그 형태는 무수히 많다고 해야 할겁니다.
사투리에 하나뿐인 기준이 있나요?
뭐 "표준 경상도 사투리어" 그런게 있습니까?
물론 누가 봐도 완전한 비문(?)은 있겠죠.
예를 들면 늘상 논란과 무리수의 온상이 되는 "~노"를 애기할 때..
뭐하노, 빠르노, 맛있노, 높노, 무겁노 등등은 다 쓰이는 말입니다.
뭐 개인차는 있겠고 상황에 따라 어색한지의 구분은 있겠으나....
저런 표현 자체는 얼마든지 들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건 전혀 얼토당토 않은...
예를 들면 "이거 니 거노?" / "누구 때문이노?" 뭐 이런 류죠.
가끔 무리수를 두는 분들을 보면...
앞에 "왜"라는 의문사가 없다, 문장이 의문형이 아니다, 어간과 어미가 어떻다..
이렇게 문법적(...사투리지만)인 분석을 해가며,
소위 "비문 사투리"이기 때문에 일베충의 증거라고 열변을 토하시는데요.
저는 이게 참... 씁쓸하달까 딱합니다.
아니... 진짜로요?
"사투리의 표준어"를 몇몇의 사견으로 한정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소위 "비문"을 쓰면 죄악이라는 얘깁니까?
심지어 예전에 한 번 히트했던,
"인터넷에서 사투리를 왜 쓰냐, 그러니까 오해당할 만 하지. 난 잘못없다. 표준어 써라."
이런 말이 아직도 버젓이 게시판에 쓰여지고 있습니다.
아니, 그냥... 아예 노를 한자로 바꾸거나, 전혀 얼토당토 않을 수준의 억지스런 "노"...
그런게 아니면 그냥 그러려니, 그걸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순 없습니까?
사정게나 기타 등등에서, 종종 그러잖아요.
삼청교육대나 사형제도 반대, 혹은 각종 노동문제나 정치현안에서도 그러잖아요.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효과가 좀 있어도 반대한다."
그런데 저런 "~노"라는 글자 하나,
실체도 없는 "표준 사투리"(이 표현 자체가 비문이 아닌가 싶은게 아이러니하네요)...
그런걸로 너무 쉽고 군중심리적으로,
"너 일베충 너도 일베충, 억울해? 혹시 내가 잘못 알았어도 공개적으로 사투리 쓴 니 잘못."
"나는 그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일 뿐. 당당함."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과연 바람직한가요?
억울하게 욕먹고 오해받아 화나고 상처받는 경상도 사람들은, 그래도 싼 겁니까?
일베충들이, 제대로 된 논리도 없고...
차라리 "~盧"라고 쓸 용기나 베짱도 없어서, 애매한 사투리를 쓴다?
그래서 안 들키고 "~노"를 썼다는 데 희열감을 느끼거나 사람들끼리 싸움나길 바란다?
그딴건 그냥 내버려두자고요.
노를 쓰는 나를 쓰든, 티 안나고 애매하게 써서 쾌감을 느낀다는데 그런 가련한 정신승리에 신경써서 뭐합니까.
그로 인해 오해하고 오해받아 싸움나는 일이 훨씬 많은데, 그래서 뭐하나요.
경상도에 대한 지역드립은 얼마간 허용되는 것도 참 안타까운데...
부산 등지에서 변화의 기미가 있다는 기사마다 "지들이 변하긴 뭘... 어딜 감히.."
이런 식의 반응들도 마음이 아프고요.
심지어 사투리에 대한 얘기가 이리저리 가지치며 황당한 얘기로까지 번지는걸 보면,
이젠 경상도포비아라는 말도 하나 생겨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