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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인터뷰] 양자 임뢰가 말하는 나의 아버지, 장국영 (1) 2015/04/01 PM 03:10
임뢰 任雷 (풍월에서 장국영의 아역을 연기한 배우, 그 후 장국영의 양자가 됨)

<주 : 이 인터뷰는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직후인 2003년 4월 3일에 한 것으로, 인터뷰 당시 그는 대학생. 지금은 서른을 훌쩍 넘긴 성인이 되어있겠네요.>

1995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영화 <풍월>의 오디션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동안 그가 나를 가리키며 “나랑 많이 닮았네.”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는 함께 출연하는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간 뒤로는 촬영장에서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찮게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그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다. “촬영장에 돈은 얼마나 가져왔니?” 나는 200위안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긴 촬영기간 동안 그 돈으로 어떻게 지내려고 그래?” 라고 물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얼마간의 돈을 쥐어주며 꼭 필요할 때 쓰라고 했다.

그 후, 여배우를 교체하게 되어서 촬영이 중단되었고 우리는 자유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고작 중학생인 나와 스스럼없이 놀아주고 나의 고민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나는 그에게 집안 사정과 부모님과의 문제 등 여러 가지를 털어놓았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나의 아픔에 공감해주었고, 항상 자상하게 나를 다독거렸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서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내 아버지였으면 좋겠어요.”

쑤저우에서 촬영을 할 때 그는 나에게 일본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내가 없다고 말하자, 그는 한 시간이나 차를 몰고 상하이에 있는 식당으로 나를 데려가줬다. 가끔 그가 기분 나쁜 일이 있는 날에도, 결코 내 앞에서 티를 낸 적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따뜻한 미소가 조금 줄어들었을 뿐, 언제나처럼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었었다.

그는 <풍월>을 촬영하는 내내, 일에 몰입해 있었다. 식사 중에나 이동 중에도 늘 낮은 목소리로 대사를 연습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높은 요구를 하는 완벽주의자인 그에게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사춘기였던 나는 스스로가 만든 방에 갇혀 안정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풍월>을 찍고, 그와 친하게 지내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되었고, 성격도 밝아지고 사교적으로 변했다. 첸 카이거 감독도 내 연기가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해줬었는데, 그건 모두 그의 덕분이다.

그러나 나의 촬영 분량이 모두 끝나고, 베이징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큰 소리로 울었다. 당시 나는 어렸고, 그와 헤어지는 일이 견딜 수 없이 슬펐다. 그와 보낸 시간이 모두 꿈만 같았고, 몇 달 동안 내내 우울감에 빠져 지냈다.

그런데 그 해가 끝나갈 무렵,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며 찾아오라고 했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풍경과 그의 따뜻한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그는 웃으면서 말했었다. “너는 나의 양아들이야.” 라고... 그때의 충격과 감동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후 아버지는 베이징을 방문할 때마다 언제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아들아, 뭐 하고 있어? 날 만나러 올 시간은 있어?" 그는 너무나 자상한 아버지였다. 우리가 함께 식사를 하는 날엔 언제나 열시가 되면 교통비를 내손에 쥐어주며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라고 하던 그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불만이 많았던 나에게 “아들아, 부모님을 사랑해드려야 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분들은 네 부모님이야.”라고 타이르기도 했었다.

나는 그가 매우 바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일거수일투족이 대중과 언론의 시선에 노출되어있는 스타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그리움을 참아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방해가 될까봐 한 번도 먼저 전화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를 생각하고 있었고,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편지를 썼었다. 그는 종종 홍콩에서 전화를 걸어와 나의 근황을 물었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주 : 장국영에겐 이 사람 말고도 몇 명의 양자가 있었는데, 장국영은 그들의 학비를 지원해주거나 기념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등 무척 아꼈었다고 합니다. 언론에선 특히 아역배우 출신인 임뢰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장국영을 인터뷰할 때마다 양자는 왜 영화배우를 안 시키냐고 물었었는데, 그때마다 장국영은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애를 왜 건드리냐고만 하며 양자들의 사생활 캐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동안 나의 감정을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걸 아프게 후회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표현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홍콩에 나는 북경에 살고 있었고, 정기적으로는 일 년에 한 번 설날 때마다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나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그를 그리워하며 지냈다. 때로는 그리움이 힘들고 상실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상실감으로 힘들어할 때나, 혹은 다른 일로 비뚤어졌을 때마다 그는 전화를 걸어주거나 마법처럼 내 앞에 나타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항상 자신이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내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버지 덕분이다. 나의 좋은 점은 모두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는 나를 정말 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그의 사랑은 더 좋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나를 바꿔놓았다. 그의 영향으로 나는 내 마음 속에 있는 많은 모순들을 극복하고 인생을 용감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마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 4월 1일 저녁, 나는 친구로부터 아버지의 소식을 알리는 메일을 받았다. 믿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간단한 뉴스가 떠있었다. 그래도 나는 믿지 않았다.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어. 아버지는 그렇게 떠나지 않아. 내일 나에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주실 거야.

다음날 친구가 신문에 확인 기사가 떴다며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아버지의 친한 친구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홍콩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여권도 홍콩 비자도 없었다. 당장 홍콩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조차 지킬 수가 없었다. 사실을 믿기 싫어 아무런 뉴스도 보지 않았다. 머리를 모두 깎고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말고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를 어떤 식으로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고, 그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친부모님에게서 조차 받지 못한 사랑을 모두 그에게서 받았다. 그가 있어서 내 인생은 너무나 행복했고, 그 고마움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아버지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출처] 양자 임뢰가 말하는 나의 아버지, 장국영 |작성자 청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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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라고 하지만, 아마 정식으로 입양했단게 아니라 소위 대자(代子)격으로 돌봐줬다는 이야기같습니다.
즉 장국영이 임뢰의 대부가 되어줬다는 거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어느 언론에서는 장국영을 "홍콩의 마지막 귀족"이라고까지 표현했다던데...
성깔있기로 유명한 모 여배우도 장국영은 "큰오빠(꺼거)"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고도 하고..
삼합회같은 조폭들과도 일절 연관되지 않았던, 거의 드문 톱스타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각종 일화들을 읽을 때마다, 인간적으로도 정말 본받을 만한 사람이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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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튀김    친구신청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장국영이 더욱 생각 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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