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화실 MYPI

공상화실
접속 : 611   Lv. 18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1 명
  • 전체 : 944 명
  • Mypi Ver. 0.3.1 β
[잡동사니] 일본인의 심리 ; 아시아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 (0) 2019/09/16 PM 06:24
요즘 '국화와 칼'을 읽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있는 지금, 문화인류학적으로 일본을 분석한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물론, 평소에 인문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고등학교 때 읽어보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지루해서 중간에 덮었다. ^^
지금은 나 자신도 좀 지루한 사람으로 바뀌어 게임도 안하고 만화도 영 즐기지 못하니 이런 것도 읽는다.

어쨌든 모두가 이 책을 읽지는 못할 테고,
나 역시 아직 반도 못읽었지만 조금 풀어놓아 볼까 한다.

 

...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미국이 일본에 대공세를 펼칠 무렵.
미국은 동시에 '루스 베네딕트'라는 인류학자를 위촉해 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로 한다.
적의 행동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의 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연구의 결과물이다.

따지자면, 일제시대에 행해진 연구라 꽤 옛날 이야기다. 내가 처음 이 책을 덮은 이유도 사실 그것이었다.
일본 게임과 만화를 신나게 즐기는 시절이라 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책을 집어들게는 했는데
'이른바 세계화 시대. 이제 일본 문화도 개방된다고 하고 (앗, 내 나이...) 모든 것이 그 때와 딴판인데 이 책을 꼭 읽어야 할까?
이 책의 많은 내용이 이미 의미없어진 것은 아닐까?'

그러나 현재 일본의 분위기를 보면, 문화라는 게 쉽사리 흐려지거나 교체되는 게 아니구나 싶다.


<'제 2장 - 전쟁 중의 일본인'의 한 부분. (을유문화사 판) >
----------------------------------------------
미국은 추축국의 침략 행위가 전쟁의 원인이라고 했다.
(...) 그들은 '공존공영', 또는 적어도 자유무역을 위한 '문호 개방'이라는 국제간 규약을 위반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전쟁의 원인을 이와는 다른 시각에서 보았다.

각국이 절대적 주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세계는 무정부 상태가 계속된다. 일본은 계층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 질서의 지도자는 물론 일본인이다. 일본은 위로부터 아래까지 계층적으로 조직된 유일한 나라이며, 따라서 '저마다의 알맞은 위치'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동아 여러 나라와 동일한 인종이므로 이 지역에서 먼저 미국을, 다음엔 영국과 소련을 쫓아내 '저마다 알맞은 위치'를 차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계 모든 나라는 국제적 계층 조직 속에 제각기 알맞은 위치를 주고 하나의 세계로 통일해야 할 것이다.

-----------------------------------------------
일본인의 계층제도에 대한 깊은 신뢰에 관한 부분이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아베에게 지지를 보내는 일본인이 특별히 침략적이라거나 탐욕스럽다거나 피를 흘리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단지 국가간, 민족간에도 계층이 있는 법이기에. 그런 질서를 지키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 뿐.

그런데 이건 이거 대로 꽤 오싹하다.
즉, 그들은 조선을 말살하려 한 것이 아니라 대동아의 리더로서 조선인에게 '알맞은' 위치를 부여했고,
상위 계층으로서 자신들의 책무 역시 충실했으며, 할 만큼 했는데!!
한국은 지금도 분수를 모르고 불평만 늘어놓으며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
(...)일본에게 불행한 일은 일본 점령하에 있었던 나라들이 대동아의 이상을 일본과 같은 눈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전 후까지도 일본은 대동아의 이상이 도덕적으로 거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오랫동안 일본은 이런 태도를 계속 고수할 것이다.
------------------------------------------------

'아마도 앞으로 오랫동안 일본은 이런 태도를 계속 고수할 것이다.' 놀라운 통찰력이다.
오랜 세월을 지났어도 이 책이 의미있는 이유다.(물론, 이 책의 내용이 모두 정확히 맞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이런 망상적으로 보이는 가치관을 그저 비웃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냥 일본을 혐오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처럼 일본의 입장에서 지금 상황을 한 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쓰러뜨릴 마음을 먹은 미국이 진지하게 일본을 연구한 것 처럼.

정책이나 정부지침으로써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