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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결과 보고(및 개인 생각) (1) 2023/01/03 PM 12:05

<-meta>우선 해당 글 먼저 참고 부탁드립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16224&num=15618

전에 특정 책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출판사에 문의 넣었으나 답변 없었고 작가분 미국 개인 홈페이지 찾아서 문의 드렸는데 답변 주신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까먹고 있었는데 오늘 답장 받아서 답장 공유합니다. 혹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책 제목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며 아래는 일단 최대한 오해가 없도록 제가 보낸 문의 글, 작가분의 답변 글 적습니다. 마지막에 답변을 받고 제 생각 적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답변으로 인해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작가분을 공격한다거나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개인 홈페이지에 한글로 남긴 문의 글에 시간이 오래 걸렸더라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답변을 달아주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는 답변 씹었는데 작가보다 바쁜 출판사에 비해 천사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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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질문

우선 한글로 메일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얼마전 한국에 출판된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한 번역 부분에 의문점이 있어 해당 부분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이 궁금하여 문의 드립니다.

약 100페이지 정도까지 책을 읽다가 궁금증이 생겼고 출판사에 문의를 했으나 2주가 지났음에도 답변이 없어 부득이 작가님의 연락처를 찾아 문의 드리는 바


1. womb의 한국어 번역

해당 단어를 한국어 버전에서 '포궁'이라는 단어로 출판하였는데 해당 단어는 한국에서 일부 급진적인 집단이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자궁'이라는 표현을 왜곡하여 쓰려는 목적으로 주장하는 단어로 굳이 대중이 오랫동안 사용한 단어가 있음에도 특정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모든 책을 읽어서 해당 표현이 나온 다른 책을 일일이 모두 찾아 보는 것이 불가능하여 일부 출판된 책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설에서 해당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책은 해당 책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작가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2. he, she의 번역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뭔가 흐름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모든 인칭 표현을 '그'로 통일하여 표현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일부 문학적 장치로 인칭을 모호하게 표현할 수 있으나 이렇게 인칭 표현을 모두 '그'로 표현한 책 역시 저는 처음 보는 경우였습니다. 찾아보니 예전에는 모든 인칭을 '그'로 썼으나 영미권 표현이 들어오면서 필요에 의해 그와 그녀라는 인칭이 생겨났고 이후 일반적으로 그와 그녀에 대한 인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히 한국어판에서 인칭을 통일한 이유가 있는지, 작가분이 의도하신 부분이신지 궁금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소개글을 읽고 매우 기대하며 구매하였고 초반 월향의 모습에 전율까지 느꼈던 지라 특정 단어와 표현 때문에 책 읽기를 포기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에 출판사에 문의하였으나 2주 가까이 답변이 없어 부득이 작가분의 홈페이지에서 해당 부분에 대해 문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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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분 답변


안녕하세요? 김주혜 작가입니다. 그동안 일이 너무 많아 죄송하게도 답 드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실 전 처음 번역본을 받았을때 포궁과 자궁이 큰 차이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 96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한국어의 변화가 도리어 없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집에서 테레비라고 말을 합니다. 이번에 서울에 가니 모든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텔레비전이나 TV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포궁/자궁, he/she 등은 요새 한국어의 변화에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문학은 영원하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시대를 반영해야 합니다. 어느 표현이나 생각이 현대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더 맞는다면, 그걸 맞춰가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렸을때 이문열 작가가 편집한 세계 명작 단편 모집을 너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서 10권을 모두 장만했는데, 제 2권 첫번째 단편을 읽고 너무 실망했습니다. 그게 다른게 아니고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었습니다. 신경숙 작가가 표절한, 일본 극우 작가가 쓴, 제국주의와 죽음과 에로스를 미화하는 단편입니다. 그래서 이런게 요새 기준으로는 정말 뽑히면 안되는데 어떻게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시대에 철저히 충실해야지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편집자는 삼일절 부분이 너무 길고 폭력이 심하다고 했는데, 그건 제가 반드시 넣어야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현대의 우리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빠뜨리면 이런 책을 쓸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삼일절을 넣어줘서 고맙다고 하시고 제가 알기로도 미국에서 출판한 소설로서 삼일절, 독립선언서를 묘사한 작품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 유일합니다.

결국 현대적/역사적인 선택을 할때 중요한 것은 이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더 인간적인가, 더 우리에게 감동을 줄 것인가 아님 인간성을 떨어뜨릴 것인가... 이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 문학에서 영원한 부분은 감동입니다.

출판사에서도 아마 너무 일이 바빠서 한분 한분께 답을 못드린 것 같습니다. 마음 상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요새 한국이 무척 춥다고 들었는데 따뜻하고 평안한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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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그냥 제 생각입니다. 제가 작가분의 답변을 오독했을 수 있고 그냥 제가 편협한 인간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다양할 수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리고 어그로 끄는 분들 다른데 가세요.

‘일단 96년에 포궁이 있었다니... 난 모르겠다’라고 생각했고 제가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기본적으로 작가분은 해당 표현이 시대에 따른 변화의 표현이며 작은 표현 보다는 전체적인 울림이 더 중요하신다는 입장 같습니다. 맞는 말씀이죠. 작은 것에 천착하기 보다는 큰 틀을 보는게 중요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게 잘 안되네요. 그냥 이제 나이 먹을대로 먹은 꼰대가 되어서 그런걸 수도 있는데 진짜 잘 모르겠습니다. 뭐 제가 진짜 제대로 텍스트를 잘못 읽은 걸수도 있고 행간을 이해 못한걸 수도 있으며 시대에 뒤쳐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져서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전체가 되지 않으면 지금 그대로 살아가렵니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전체가 되면 물론 저도 맞춰 살겠지만요. 지조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 죄송합니다. 하여간 복잡한 마음으로 정리 안되는 글 썼으니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작가분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PDF 따서 작가분께 보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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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사과를    친구신청

답변이 애매하네요.
시대를 반영해야 함은 알겠으나, 굳이 다툼 여지가 있는 단어와 쓰임으로 번역한 것을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는 이해가 안 가네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아도 작은 흠 하나가 그 완성도의 빛을 바라게 하는데, 이번 경우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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