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가족이 키운 멍뭉이는 네 마리다.
중학교 시절
누나가 데리고 왔다가
엄마의 강경한 반대로 이틀 만에 파양해야 했던
잡종 뽀식이.
철옹성 같던 엄마의
반대를
치명적인 애교로 뚫었던 시츄 푸비.
지금껏 잘 살고 있는(하지만 좀 불쌍한)
그리고 유일한 암컷인
슈나우저 나나
그리고 나의 질풍노도의 20대를 함께해줬던
코카스파니엘 뽀둥이.
그 중 푸비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집에 와서
무럭무럭 잘 자라다
2009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난 2001년에 서울로 와서
정작 같이 했던 시간은 6년정도인데...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게
중고딩 시절
아침마다 잠이 많은 나를 항상
깨워줬더랬다.(신기한게 일요일엔 깨우지 않았다.)
특히나 더 고맙고 기특한건
이 녀석이 가는 마지막 순간
나한테 인사를 하러 온 것인데,
어느날 자취방의 문을 누군가 두드리길래
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 푸비가 와 있었다.
이쁘게 앉아서
꼬리를 마냥 흔들고 있길래
난 문을 열고
푸비야 들어와~ 들어와~
했지만
계속 꼬리만 흔들고 있었다.
그러다 잠에서 깨고
그것이 꿈인 줄 알았지만
너무 생생한 느낌이어서
한동안 꿈인지 생시인지
멍하게 있어야 했다.
집에 전화를 해 보려다
사실을 들을 용기가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추석 때 내려간 우리 집엔
언제나 처럼 제일 먼저 달려와 내 발냄새를 맡던
푸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참 기묘하고
고맙고
또 고마운 경험이었다.
꺠워주더군요 그리고 가끔가다 보면 웃는거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