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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름다운 구속] 아름다운 구속 3 (0) 2013/04/26 PM 05:14
잠시 후 교수님과 조교님이 나와, 식료품과 인원 점검을 했다. 그리고 버스 앞에 줄을 세운 뒤 차례대로 버스 안에 들어가게 했는데, 그 때부터 말썽이 시작되었다.

다들 순서대로 버스에 타는데, 내가 막 올라 타기 위해 버스 안으로 한 발짝 들인 순간. 옆줄에서 다른 버스를 타려고 했던 ‘킹콩’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 덕분에 ‘킹콩’이 서 있던 줄이 흩어져버린 것은 물론, 내가 서 있던 줄까지 뒤로 밀려나고 넘어져. 학교 운동장 한복판에, 마치 볼링공이 일렬로 늘어선 핀을 죄다 엎어버리는 것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킹콩’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밀쳐낸 뒤,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나와 동시에 버스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그것에게 밀려, 그것과 함께 버스 문에 끼어 버렸다. 안경은 두 동강 나고, 새로 산 옷은 다 터지고 찢어졌다. 그리고 나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버스 문에 껴버린 덕분에, 머리에 피가 잔뜩 몰려 터질 듯 아파왔다.

하지만 그에 비해 ‘킹콩’은 압박감 따위는 없는 모양인지, 느긋한 표정으로 통나무 같은 다리를 비집고 들어와 버스 계단에 한 발짝 얹으려 했다. 그리고 그 때 내 허리쯤에서 뭔가 부러지는 것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눈물이 흘러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킹콩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밀어내듯 마구 찔렀다.

“사, 살려줘! 제발 나가! 나가라고!”

하지만 ‘킹콩’은 완전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한 팔을 앞으로 쭉 뻗어, 버스 문을 꽉 붙잡았다. 덕분에 버스 문이 더 좁아져, 갈빗대까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아 선배! 나 그렇게 뚱뚱하지 않다고. 엄살 부리지 말고 잘 밀어 넣어 봐!”

하지만 ‘킹콩’은 어떻게든 나와 동시에 타기 위해 더욱 세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때. 교수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수군거리거나 웃어대기만 했다. 나는 그 상황에 더욱 결국 그렇게 나와 킹콩이 삼 분 가까이 실랑이를 벌인 끝에, 보다 못한 한 선배가 앞으로 나섰다.

“일단 너희 둘이 낀 것부터 빼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스 출발도 못 하는 건 둘째 치고 C가 두 동강 나던지 아니면 터져 죽겠다.”

여담이긴 하지만 나중에 누군가가 그 때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고 해서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내 모습은 가관도 보통 가관이 아니었다. 터지기 직전의 풍선이라고 할까. 어쨌건 그 선배는 주변에서 낄낄대고 있었던 다른 학생들도 불러왔다.

“야 다들 구경만 하지 말고 빨리 빼내! 하나 둘 셋 하면 밖으로 나가. 알았지?”

그리고 나와 선배는 동시에 숫자를 세고, 셋을 셈과 동시에 나를 힘껏 밀어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굴러, 군대에서도 일 년에 딱 두 번 구른 진흙탕을 다시 한 번 구르게 되었다. 결국 새로 산 옷은 훈련복처럼 다 찢어지고 너저분해졌다 그리고 더욱 기분 나쁜 건, 다른 선후배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소곤거리고 소리죽여 웃어댔다.

‘대체 뭐냔 말이야 이게!’

이렇게 내가 먼저 버스 밖으로 빠져나온 다음. 그 인간이 먼저 버스에 들어왔다. 그 다음 나는 부러진 안경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버스에 타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이제야 한 숨 돌리나 싶었는데, 또 한 번 그 인간이 끼어들었다.

‘킹콩’은 먼저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에게 양해 한 번도 구하지 않고 공이 튀기듯 뛰쳐나왔다.

“이 자리 찜! 선배 나랑 같이 앉자!”

그 인간은 내 옆자리에 큼직한 가방을 던져놓았다. 그것만으로도 자리가 좁아져 벌써부터 팔과 다리가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 짐짝보다 큼직한 ‘킹콩’의 몸뚱이가 내 옆자리에 앉자, 나는 또 한 번 숨이 턱 막혀와 차에 깔린 개구리 같은 소리를 냈다.

“야 내 덩치만 해도 큰데 거기에 꼭 너까지 앉아야 하냐?”

내가 내 쏘는 말투로 한마디 던지자, ‘킹콩’은 어디에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괜찮다고. 선배. 나 그렇게 뚱뚱하지 않다니까? 나 몸무게 60kg밖에 안 해. 선배가 덩치 좀 있어도 충분히 여유 있으니까 같이 가자 선배.”

또 내 옆자리에 바짝 붙자마자, 방금 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을 때와는 말투가 싹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자기 나름대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여주겠다며 눈을 크게 뜬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내 말 안 들으면 깔려 죽을 줄 알아!’ 라는 위협으로밖에 안 보였다.

나는 ‘킹콩’을 내 쫓으려 했지만, 이미 그 인간이 앉았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는데다가. 다른 자리도 전부 다 꽉 차 있어서 그것마저도 안 되었다.

‘에이 씨발. 혹시 내 전생이 세계를 종말 직전까지 몰아넣은 마왕이라도 되는 거야? 왜 자꾸 이딴 일만 일어나는 거야!’

나는 얼굴을 구기며 창문 쪽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풍경이 보기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인간의 얼굴을 보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킹콩’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내 속을 긁어놓았다.

“어머 사색에 잠겼나봐. 선배 멋있다.”

그 때 나는 순간적으로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갈 뻔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 기분을 더 언짢게 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후배들은 물론 동기나 선배들은 나와 그 인간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뭔가를 수군거렸다. 그 일부를 기억나는 대로 되새기면 이랬다.

‘의외로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는데. 이번 학기는 얌전히 넘어가려나?’

‘그래도 저 정도면 많이 조용해진 거네. 다행이다.’

물론 그 때는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완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머리 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여기저기 쑤시고 갑갑한지라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휴지조각을 잘게 찢어 귀를 틀어막은 뒤 얼굴에 모자를 덮어 써서 다시 한 번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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