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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01 (0) 2013/05/02 AM 01:13
1화 예고편: 작은 부품 한두 개 빠지는 걸로 거대한 기계가 멈추지 않는다. 세상도 마찬가지. 하루에도 몇 천 몇 만의 사람이 죽더라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한 사람의 죽음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게 멈춰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죽음은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기에 두려운 법.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욱 타인을 부품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제 1화. 톱니바퀴 아래에서.


다음 부품은 과연 누구인가?



파라다이스 01: 톱니바퀴 아래에서


고리 왕국의 수도 세리울 외곽 플레임 스타 지역에 위치한 SLH사의 인공신경 칩 생산 공장. 굴뚝에서 짙은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제외하면, 어디를 보더라도 대기업 공장다운 깔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마치 전쟁터. 아니 도살장에서나 볼 법한 살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녹색 방수 페인트가 칠해진 바닥은 새빨간 웅덩이로 변했고, 기계나 설비가 이리저리 뒤집혀져 있어 마치 말라비틀어진 고목 같았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뒤집힌 기계설비와 파이프가 복잡하게 꼬인 천장은 사람의 팔과 다리. 그리고 내장과 머리통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주지육림. 그것이 지금 공장 내부 3 생산라인의 풍경이었다.


“모, 몬스터! 어째서 몬스터가 우리 공장 안에 생긴 거야?”


막 SLH에 입사한 신입 사원은, 제 3 라인의 풍경에 압도되어 달아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윽고 그의 머리 위로 시커면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뭔가가 신입 사원의 몸뚱이를 뒤덮었다. 그리고 뒤이어 그의 발이 허공에 뜨는가 싶더니, 날고기를 뼈째 씹는 소리와 함께 피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한편 사무실 쪽도 발칵 뒤집혔다. 이제 막 초년생을 뗀 것 같은 인상의 비서가 사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여자를 끌어들여 딴짓을 하고 있던 사장에게 급한 소식을 전했다.


“제 3 생산라인에서 몬스터가 출몰했습니다! 연결되어 있는 1, 2 라인은 이미 전멸! 남은 곳은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4, 5 생산라인과 이곳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몬스터 감염현상으로 인해 대규모의 몬스터가 공장 외부로 퍼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사장은 여자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채, 웃옷을 벗기며 다른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답했다.


“일단 본사 지시부터 기다려.”


이에 비서는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원들이 전부 다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


사장은 여자를 바닥에 패대기친 다음, 재떨이를 집어 비서를 향해 힘껏 던졌다.


“직원들이 몇 명이나 죽건 말건 무조건 본사 지시부터 기다리라고!”


재떨이에 얻어맞은 비서는 피가 흐르는 이마를 움켜쥔 채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은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겨댔다.


잠시 후 사장의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사장은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갖다 댄 뒤,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눈을 뒤룩거리며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장 공장 창문이며 게이트 전부 폐쇄시켜! 그리고 이미 밖에 돌아다니는 놈들 있으면 죽여서라도 다시 잡아 처넣고 공장 밖으로 못 나가게 해. 물론 휴대전화는 전부 압수다! 그리고 다음 지시가 나올 때까지 공장 전체를 무조건 폐쇄하라고 해!”


그러자 비서는 이를 악 문 채 사장에게 항의하듯 질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도 계속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다들 대피 시키고 몬스터를 몰아내는 게 우선 아닙니까?!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몬스터 숫자가 더 늘어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겁니….”


사장은 책상을 내리치며 이번에는 비서에게 전화기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뭔가가 날아올 것이라 예상했는지 상반신을 살짝 틀어 피할 수 있었다. 사장은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나, 목에 핏줄이 설 만큼 소리를 질러댔다.


“이 새끼야 ‘우리 공장에서 몬스터가 나왔습니다!’ 라고 떠들고 다녀서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내가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것도 모르냐? 아니면 네놈 딸려있는 식구들 다 길바닥에 내 몰래? 이미 거기 있는 새끼들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전부 다 몬스터 아니면, 먹잇감이라고 알겠어? 알아듣겠냐고?”


비서는 얼핏 지나가는 시선으로 창밖을 훑어봤다. 생산라인 건물의 유리창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새빨간 액체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문에는 붉은 웅덩이가 서서히 번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사장의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 사장은 담배를 문 채, 책상 서랍을 열고 독한 술을 꺼내 병째 뱃속에 들이붓고 있었다.


“하지만….”


“이 병신새끼야! 이 회사에서 몬스터가 나왔다고 하면 SLH에서 가만히 놔두겠냐? 그리고 그 가족들은 SLH나 그 계열사에서 절대 안 받아주는 거 몰라? 진짜 저세상에서 니네 식구들 길바닥에 몰리는 거 보고 싶냐? 아니면 가족들이랑 나란히 빨갱이로 몰려서 죽을래?”


비서는 ‘가족’과 ‘빨갱이’라는 단어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사장실을 물러났다. 사장은 그런 비서의 뒷모습을 보며 손가락으로 담배를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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