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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름다운 구속] 아름다운 구속 시즌 2 고백편 시작 (0) 2013/05/03 PM 07:40
그리고 결국 다시 학교에 발을 들이게 된 날.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가장 먼저 날 반긴 건 ‘킹콩’이었다. 그 날 나는 몇 번이나 주저앉으면서 지하철에 탔고, 학교 정문으로 향하는 언덕에서도 세 번 정도 엎어져 가며 힘겹게 기어가고 있었다.

그 때 같은 과 여자 후배 두셋이 내 앞을 지나쳤다. 나는 뱃속이 꼬일 정도로 간신히 쥐어 짜낸 목소리로 그 후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도, 도와줘! 일어날 수가 없어.”

하지만 후배들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는가 싶더니, 마치 뺑소니라도 친 것처럼 황급히 달아나기 바빴다. 결국 얼굴도 모르는 한 젊은 여학생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혼자 울분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런 개새끼들. 지금 너희 과의 선배가 처음 보는 생판 남한테 도움 받는다. 이 마귀 같은 놈들아.”

그런데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그 여학생 또한 갑자기 나를 패대기치고는 황급히 어딘가로 달려갔다. 나는 바닥에 찧은 턱을 문질러대며 욕을 내뱉었다.

“씨발. 이따위로 할 거면 다들 뭐 하자는 거야?”

나는 잇몸에서 비린 맛이 날 정도로 이를 꽉 다문 채,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각목이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뒤이어 내 귀에 아주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누군가의 손이 내 몸통을 붙잡는가 싶더니, 마치 번쩍 들어 올려졌다.

“선배! 괜찮아?”

그 괴물이 학교 정문 앞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체중도 생각하지 않고, 이제 간신히 밖에 나가게 된 나한테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를 꽉 끌어안는가 싶더니, 키가 186이나 되는 나를 번쩍 들어 올리며 믹서기 칼날 마냥 엄청난 속도로 돌았다.

“선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방금 전 어떤 미친년이 선배를 버리고 가는 걸 봤어?”

아니나 다를까 ‘킹콩’이었다. 킹콩은 다른 여학생들을 미친 년 취급하면서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난 이미 보고 들었다. 여학생들의 잔뜩 겁먹은 표정과 각목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지금 킹콩의 목에 둘러진 해골무늬 스카프와 어깨에 징이 잔뜩 박힌 가죽 재킷.

결정적으로는 OT때 E에게 만행을 저질렀던 모습까지 다시 떠오르면서, 그제야 그 사람들이 왜 나를 내버려두고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를 지뢰밭에 내던진 킹콩은 나를 들어 올려 등에 업은 뒤,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내 허리를 붙잡더니 자신의 등에 꽉 밀착시켰다.

나는 다리 사이가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 불쾌함과 함께, 다시 한 번 뜨겁고 시큼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킹콩’은 고개를 뒤로 돌리며 기어코 한마디 더 해서 내 속을 긁었다.

“선배. 이제 걱정 마. 내가 있잖아.”

킹콩의 한마디에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마치 좀비처럼 목숨 새어 나오는 것 같은 소리만 흘러나왔다. 그러자 킹콩은 내 엉덩이를 붙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한마디 했다.

“선배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은 것 같네. 걱정 마 오늘 하루 종일 꼭 붙어서 돌봐줄게.”

‘하루 종일’이라는 말에 뭔가가 마그마처럼 치밀어 올랐지만, 그게 끝까지 올라와서 터지는 대신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선에서 끝나 버렸다. 그리고 한 번 눈물이 쏟아지자마자, 마치 댐이 터지듯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마치 엄마 등에 업힌 어린아이처럼 큰 소리로 울며 킹콩의 어깨를 적셨다. 그러자 킹콩은 한 손으로 애를 달래는 것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배 미안. 내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나 보네.”

머릿속에서는 온갖 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전부였다. 킹콩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내가 학교생활에 아르바이트까지 겹쳐서 병문안 가고 싶었는데 너무 바빴거든. 그 대신에 매일같이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어.”

제 딴에는 병문안 대신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문자메시지랑 전화 때문에 치료 기간이 한 달이나 더 늘어났다. 나는 다시 한 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고, 킹콩은 환하게 웃으며 예의 그 한마디를 던졌다.

“선배 내 마음 이제 알겠지? 알아줬으면 이제 나랑 사귀자. 응?”

‘킹콩’은 내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자 더욱 입 꼬리를 높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선배는 이제 내가 지켜줄게!”

“우웩!”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뜨거운 게 울컥 하면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뜨뜻하고 시큼한 액체가 킹콩의 얼굴을 직격했다.

“으악 씨발!”

그러자 킹콩은 언제 그랬냐는 듯 통쾌한 엎어치기 한방으로 나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나는 대자로 드러누운 채, 분수대 마냥 계속 위액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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