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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8 (0) 2013/05/04 PM 08:07
점심 무렵. 커스터 대령과 말콤 이병을 제외한 모두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썩은 음식물과 연골이 붙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 뼈다귀를 멍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약탈 통조림’ 안에 들어있던 것들은 죄다 썩어 있었다. 심지어 여자마저 살과 내장이 완전히 풍화된 채 뼈만 나뒹굴고 있었다.

커스터 대령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도롱이 벌레처럼 꽁꽁 묶여 있었다. 반대로 전날 밤 손과 발이 묶여 있었던 말콤 이병은 다시 깔끔한 옷을 입고 커스터 대령 앞에 섰다.

“어이 커스터 대령 이걸 뭐라고 변명할 건데?”

말콤 이병은 약탈 통조림과 그 앞에 쌓여 있는 오물들을 가리키며 비아냥거렸다. 장교들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커스터 대령을 노려보며 야전삽과 나이프를 숫돌에 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가솔린까지 준비해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커스터 대령은 느긋하게 웃으며 변명 대신 말콤 이병에게 도발을 던졌다.

“이봐 말콤 이병. 겨우 이 정도 갖고 끝일 리가 없잖아? 세상은 뭔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어제만 해도 네 엉덩이가 여자 대용품이 되었다던가 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잖아.”

커스터 대령은 일부러 입맛을 다시는 시늉을 하며 말콤 이병의 엉덩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말콤 이병은 커스터 대령의 공격에 코웃음만 치며 오른쪽 옆에 서 있는 부사관에게 지포 라이터를 받았다. 커스터 대령은 그 상황에도 슬금슬금 웃으며 주변을 죽 둘러봤다. 그 때 장교 한 명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주물럭거리는 모습을 보자 입 꼬리를 더욱 높게 찢어 올렸다.

‘날 묶을 때 호루라기를 압수했으니까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지. 멍청한 놈.’

커스터 대령의 대답을 들은 말콤 이병은, 턱짓으로 가솔린 캔을 가리켰고, 부사관 두 명이 커스터 대령의 몸에 휘발유를 마구 끼얹었다. 그 때에서야 커스터 대령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말콤 이병은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다.

“뒤처리 문제가 골치 아파서 가급적 살려두려고 했는데 말이야. 네놈은 더 이상 살려두면 안 될 것 같다. 여기서 끝내자고 커스터 대령.”

말콤 이병이 씩 웃으며 커스터 대령에게 불이 붙은 라이터를 던지려는 그 때….

어디선가 호루라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윌리엄 켈리 대위가 커스터의 호루라기를 입에 문 채, 병사들을 죽 훑어봤다. 그는 호루라기를 입에서 뗀 다음 기세 좋게 외쳤다.

“다들 내 말 들어! 우선 말콤 이 잔소리꾼이랑 커스터 둘 다 죽여!”

커스터 대령은 씩 웃으며 호루라기를 불었던 대위를 힐끗 쳐다봤다.

“드디어 걸렸다! 이 병신새끼.”

하지만 켈리의 말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반쯤 넋 나간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커스터 대령이 씩 웃으며, 연병장에 나와 있는 전 병력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내가 다시 배부르게 해 줄 테니까, 배고픈 놈들은 지금 당장 날 풀어줘! 어서!”

이에 말콤 이병은 커스터 대령의 발악에 군홧발로 대답했다. 말콤 이병은 일부러 썩은 음식물을 밟은 뒤, 그걸로 다시 커스터 대령의 코를 짓뭉갰다.

“미친 새끼. 어디서 또 약을 팔려고?”

하지만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말콤 이병을 밀친 뒤, 커스터 대령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나이프를 꺼내 커스터 대령을 칭칭 감고 있는 로프를 끊었다. 그러자 말콤 이병은 어깨에 매고 있던 소총의 총구를 허공에 대고, 몇 차례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다시 총구를 돌려 커스터에게 몰려 있는 병사들을 겨눴다.

“다, 다들 뭐, 뭐하는 거야! 또 저 자식한테 속으려고? 그만둬! 그만두란 말이야!”

그러자 병사들은 커스터 대령과 말콤 이병을 번갈아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때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말콤 이병이 어깨를 쥔 채 무릎을 꿇었다. 말콤 이병이 총성이 들린 쪽으로 등을 돌리자, 방금 전 호루라기를 불었던 대위가 아직도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권총을 들고 있었고. 그의 발밑에 탄피 한 개가 굴러다녔다.

“네놈…. 방금 전 호루라기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켈리 대위는 말콤 이병 앞에 무릎을 꿇은 뒤, 그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그리고 권총 손잡이를 절구공이처럼 휘둘러 말콤 이병의 마늘 같은 코를 마구 찧어댔다.

“니놈 말 따라서 숨겨진 식량 다 파먹어도 좆도 배가 고팠다고. 알아? 그리고 평등이니 뭐니 하면서 우리들한테까지 일을 시키고 먹을 것도 똑같이 나누는 게 얼마나 좆같았을지도 모르지?”

뒤이어 켈리 대위는 코가 뭉개져 피가 철철 흐르는 그의 머리통을 바닥에 패대기친 뒤, 자신의 계급장을 잡아 당겨 말콤 이병에게 들이밀었다.

“내가 저 누린내 나는 놈들하고 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먹으려고 이런 계급장 달고 있는 줄 알았냐? 둘 다 좆같았지만 최소한 커스터 대령은 우리들을 장교 대접은 해줬다 알아?”

켈리 대위가 말을 마치자 장교들과 부사관들은 자기네끼리 몇 가지 얘기를 주고받다가, 곧바로 야전삽과 가솔린 통을 버리고 커스터 대령에게 몰려들어 그를 부축해주고 압수했던 물건들을 돌려주기 바빴다. 그리고 장교 일부는 로프를 가져와 말콤 이병을 나무에 거꾸로 매달았다. 커스터 대령은 먼지를 털어내는 시늉을 한 뒤, 넉살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아이구. 다들 날 다시 한 번 믿어주니까 고맙군 그래. 그리고 거기 켈리 대위 고맙네. 내가 자네 덕분에 살아남은 거니까 말이야.”

켈리 대위는 두 손을 마주비비며 커스터 대령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니 뭐 별 거 있습니까. 저나 대령님이나 색깔 있는 놈들이 싫은 것뿐인데. 저기 그래서 말인데 이 호루라기….”

켈리 대령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총성과 함께 그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진 수박 마냥 터졌다. 커스터 대령의 손에는 방금 막 쏴서 따끈따끈한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커스터 대령은 머리통 윗부분이 날아간 켈리 대령의 시체를 힘껏 걷어찼다.

그러자 그의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호루라기가 굴러 나왔다. 커스터 대령은 재빨리 호루라기를 주우 다음, 가솔린을 그의 시체에 뿌리면서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그건 못 주니까 이걸로 대신하지 병신새끼! 하극상을 드러내놓고 그게 안 되니까 나한테 비비면 살 것 같았냐?”

“잘 익어라 이 쭉정이 같은 놈아!”


커스터 대령은 지포 라이터를 꺼내 파이프에 불을 붙인 뒤, 곧바로 켈리 대위의 시체에 라이터를 던졌다. 켈리 대위의 시체에 벌건 불길이 치솟으며, 닭고기 굽는 냄새가 연병장 전체에 퍼졌다. 이에 원주민 병사와 장교. 부사관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커스터 대령에게 몰렸다. 커스터 대령은 씩 웃으며 호루라기를 힘껏 분 다음, 바싹 구워지고 있는 켈리 대위의 시체에 휘발유를 더 뿌리면서 크게 외쳤다.

“나한테 등을 돌리거나 칼을 꽂으려고 하는 놈들. 그리고 메리아카의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빨갱이 놈들은 다 이렇게 된다. 그 대신….”

커스터 대령은 말콤 이병을 힐끗 쳐다보며, 승자 특유의 여유와 거만함이 잔뜩 배어나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병사들에게 시선을 주며 말을 마무리 지었다.

“나를 따르는 놈들은 이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배불리 먹여주겠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각자 엄청난 보상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커스터 대령이 말을 마치자, 장교들이 미리 준비되었다는 듯 박수를 치며 허공에 축포를 쏴댔고. 이윽고 병사들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서로를 쳐다보다가, 장교들을 따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박수소리는 정글 전체를 뒤흔드는 함성소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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