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단 이건 다마네기상 비하인드의 외전격으로 다마네기상이 저지른 굵직굵직한 민폐와 대사건이 아닌. 다마네기상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면서 벌어진 소소한 민폐와 황당한 일들을 소소하게 기록하려 합니다. 물론 이것 역시 증거나 증인을 여럿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밝혀둡니다. 간혹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나 그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필자의 정치관과 별로 연관이 없다는 것도 밝혀두는 바입니다. 자 그러면 다마네기 비하인드 외전 시작합니다.
2012년 6월 14일 토요일. 그날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루리웹에서 친해져서 자주 오프모임을 하던 친구나 형 동생 몇몇에게 한 끼 살 테니까 그 날 저녁 모두 영등포로 모이자고 제안했고 다들 OK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일찌감치 퇴근한 뒤, 미리 약속한 장소로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오프라인 모임으로 얼굴을 익히게 된 A형과, 문제의 다마네기 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뒤에도 더 올 사람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일단 우리는 저녁을 먹을 식당에 바로 찾아가 미리 자리를 잡아둬야 했죠. (주: 토요일 영등포 주변. 게다가 시간은 딱 알맞게 저녁 5시. 이때면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A형과 다마네기상을 이끌고 식당으로 갔는데, 거기에서 우리의 다마네기상이 한마디 했다.
다마네기상: 형 우리 오락실 가자!
그 때 A형의 나이는 40대. 그리고 나는 이전부터 다마네기상에게 '오락실 게임은 할 줄 아는 게 없다.' 라는 말을 자주 해 왔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당에 미리 자리 잡아두지 않으면 다들 모였을 때 맨 뒷줄 쯤에서 기다리게 될 것이다. 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도 우리의 다마네기상은 오락실에 가자는 말부터 했다. 거기서 적절히 호통을 쳤고, A형은 별 표정 변화가 없었으나 영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그래도 다행히 아주 늦지는 않아 식당에 일찍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A형과 이런저린 대화를 하고 있었다. 특히 A형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어떤 식으로라도 이야기거리를 꺼내고 거기에 맞춰 대화를 이어나가려 했다. 그리고 A형은 다마네기상과도 대화를 하기 위해 이런 저런 화두를 꺼내면서 다마네기상이 뭔가 얘기를 해 주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다마네기상은 그런 것도 없이 무작정 스마트폰을 붙잡고 게임을 하거나 트위터질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5분쯤 지나자 참다 못한 다마네기상의 한마디.
다마네기상: 형 나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 나 오락실 다녀올게.
그러자 내가 화를 내며 한마디 하려 했다. 그러나 A형은 반쯤 포기한 투로
A: 저기 그냥 가게 내버려두세요.
그렇다면 보통은 일단 눈치라도 슬쩍 살펴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다마네기상은 얼씨구나 하고 곧장 오락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마네기상이 없는 동안 내가 A형의 말상대가 되어줬다. 그 이후 20분 쯤 지나서 식당에 돌아오더니, 또 5분 정도 기다리는가 싶더니...
다마네기상: 형 나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 나 오락실 다녀올게.
이번에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며 똑같은 말을 내뱉은 것이다. 이번에는 나조차도 그래 맘대로 해라. 하면서 보냈다. 그리고 그 때 모이기로 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거의 다 도착했다는 문자를 남겼다. 그런데 그 때에는 나와 A형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일어나서 사람들을 마중나갈까 싶었다. 그러나 A형은
A: 제가 나갈게요 밖에 나가서 담배도 피워야죠. 앉아서 기다리고 계세요.
라고 하며 비도 오는 날에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마중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마네기상이 들어오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마네기상을 쳐다봤지만, 다마네기상은 그저 오락실에 다녀온 게 즐거웠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자리에 앉아 트위터만 뒤적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모일 때 그 일을 언급하면서 따끔하게 설교를 했지만, 돌아온 다마네기상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가뭘!'
뭐 그래도 내 생일파티 자체는 즐겁게 잘 치르긴 했다. 물론 생일파티 후에 우리의 다마네기상이 또 하나의 소소한 사고를 치게 되지만 말이다.
다들 내게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기뻐하며, 생일 축하한다라는 말과 함께 여러 가지 선물을 안겨줬다. 그 모습을 본 다마네기상은 뭔가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데...
다마네기상: 내 생일날에는 신라호텔에서 50명을 불러서 연회를 할 거야!
그 날 나는 그 얘기를 듣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그 이후 며칠 뒤 카카오톡에서 다마네기상이 내 생일날 그런 얘기를 했다고 친구 B가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서 그 얘기를 꺼낸 내 친구 중 한 명인 B는 이렇게 물어봤다.
B: 야 너 00생일날 '내 생일에는 신라호텔에 50명 불러와서 연회할거다.' 라고 했잖아. 야 너 돈 버는 것도 없고 어디 모임 할 때마다 돈도 잘 안 내는데 니 생일날 무슨 수로 신라호텔에서 연회를 벌이는데?
그렇다 다마네기상은 직장은 커녕 아르바이트도 단 한 번 하지 않아 돈이 없다시피 한 건 둘째치고 어디 밖에 나갈 때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던 사람이었다. 어쨌건 B의 이 질문에 우리의 다마네기상은 아주 명쾌한 대답을 한다.
다마네기상: 우리 아버지 카드로 계산할 거야.
그 한마디에 다들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친구 B는 화를 내며 이렇게 비꼬았다.
B: 이런 미친 놈 니 아버지가 카드 고지서 보면 카드갖고 호적 파버릴 거다.
그리고 다른 친구 C는 이렇게 얘기했다.
C: 신라호텔은 무슨 그냥 어디 구석진 모텔방에서 50명 옹기종기 모여서 짜장면 먹다가 군만두 하나갖고 싸움난다.
그러자 다마네기상은 당황하며 이렇게 둘러댔다.
다마네기상: 아 그건 그냥 연회라는 걸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해본 말이었다고.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덕분에 우리는 당분간 다마네기상에게 반쯤은 장난으로 생일이 며칠 남았냐는 식으로 말을 던졌고, 그 때마다 다마네기상은 어줍잖은 변명을 늘어놓거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지: 다마네기상 비하인드 본편의 경우 읽는 분들이 혼동되지 않게 목차를 따로 짚어두려 합니다. 거기에 추가로 다마네기에 대한 증언을 해주실 분이 여럿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당분간은 외전이 더 먼저 올라오게 될 것 같습니다.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만에 하나라도 본편을 기대하신 분이 계신다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