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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2-1 (0) 2013/07/14 AM 09:57
다음날 아침. 새벽에 몰래 라면 하나 끓여먹고 새우잠을 잔 노준석은, 마치 좀비처럼 비틀거리면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노준석과 비슷한 상태의 좀비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잠시 후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서서 입을 벌리자마자, 좀비 무리 같은 고등학생들은 한 마리씩 버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류장이 텅 비자 버스는 입을 닫고 시커먼 방귀를 뀌며 달렸다. 그리고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유리와 아테네가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 나왔다.

둘 다 여고생 교복을 입고 있었다. 둘 다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돌아볼 만 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면 누구라도 등을 돌릴 일을 하고 있었다.

유리는 미소녀 캐릭터 피규어가 들어있는 초코 에그 한 박스를 오른쪽 옆구리에 낀 채, 왼손으로 열심히 초코 에그를 까서 먹고 있었으며. 아테네는 바나나 맛 아이스 바를 핥으며 얼굴과 가슴에 하얀색 크림을 잔뜩 흘렸다.

“마스터. 저기 방금 전 버스에 탔던 비실비실한 고등학생들 말이에요. 화약 냄새에 찌들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아테네는 방금 지나간 버스를 가리키며 입맛을 다셨다. 유리는 초콜릿으로 범벅이 된 입을 혀로 닦은 뒤,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뒤이어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음 아주 먹음직스러운 냄새잖아. 아직 미성년자인데도 갓 구운 화약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게 입맛 돌게 만드는군 그래.”

유리는 초코 에그를 하나 더 입 안에 털어 넣은 뒤, 두어 번 오물거리다가 안에 든 캡슐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역시 아고리국에 오길 잘 했어. 여기 놈들은 총만 안 들었지 뭘 해도 전쟁이 되어 버리는 놈들이니까.”

아테네는 반쯤 남은 아이스 바를 통째로 삼킨 뒤, 개처럼 엎드렸다. 방금 전 좀비 같은 고등학생들이 서 있었던 정류장 바닥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게요 이 정류장에까지 피비린내하고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확 찌르잖아요. 벌써부터 거기가 축축하고 저릿저릿해지는 것 같아요.”

그녀가 눈을 반쯤 뒤집고 혀를 죽 빼문 채 오른손으로 다리 사이를 만지작거리자, 유리는 그녀의 뒷덜미를 들어서 일으켜 세웠다.

“아직 학교 앞에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힘 빼지 말라고.”

아테네는 꼬리 내린 강아지 마냥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유리는 가볍게 혀를 차며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붙어있는 버스 노선도를 확인했다. 버스 노선표에는 밀림 사립고등학교로 가는 버스 번호와 배차 시간 등이 전부 다 써 붙여져 있었다. 유리는 학교 이름을 두어 번 읊은 뒤 콧노래를 부르며 오른쪽 입 꼬리를 살짝 찢어 올렸다.

“입시 명문 사립 고등학교. 밀림고라. 차라리 도살장이 훨씬 낫군 그래. 도살장은 최소한 먹는 놈들은 배부르고 행복해지기라도 하지 여기는 먹는 놈도 먹히는 놈도 다 배고프고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지잖아?”

아테네는 가슴을 손으로 집어, 방금 전 흘렸던 크림을 혀로 핥아대며 묘한 신음을 흘렸다.

“저희처럼 인생을 즐겨야 하는데 말이죠. 우후후후.”

평범한 남자들이라면 뜨겁게 부풀어 오른 그곳을 붙잡으며 엉덩이를 뒤로 빼겠지만, 유리는 덤덤한 표정으로 초코 에그 안에 들어있는 미소녀 피규어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그러다가 피규어를 치마 주머니 안에 전부 집어넣은 뒤 고개를 돌려 아테네에게 한마디 했다.

“음 악마한테도 인생이라는 말을 쓰나? 뭐 이제 버스도 오겠다. 슬슬 배도 고파질 시간인데 우리도 ‘뭔가’ 먹으러 가야지.”

유리가 말을 마치자마자 밀림고로 가는 버스가 두 사람 앞에 도착했다. 버스 앞문이 열리자 유리는 씩 웃으며 아테네와 함께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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