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조회 시간. 담임선생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모두들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항상 노준석이 있었다. 담임선생은 주먹으로 교탁을 내리친 다음 어느 전쟁영화에 나오는 교관 마냥 소리를 질러댔다.
“이런 패배자 새끼들! 다들 날 길거리에 나앉게 할 생각이냐? 어떻게 되먹은 게 다들 미친 듯이 공부해서 1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하는 판국에 너희들은 반 평균이 10점이나 떨어졌어! 이 새끼들! 뒈질 거면 너희들이나 뒈지라고!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목숨 깎아먹는 나까지 죽일 거냐?”
담임선생이 교탁을 걷어차자 모두들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노준석은 마치 유통기한이 한 달은 지난 우유라도 마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담임선생은 여지없이 노준석부터 불러냈다.
“특히 노준석 너 말이야! 당장 나와!”
노준석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자, 담임은 팔을 걷어 부친 뒤 전기 테이프로 칭칭 감은 몽둥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몽둥이는 선생의 손 기름과 그동안 얻어맞았던 학생들의 기름기까지 잔뜩 빨아들였는지 윤기가 좔좔 흘렀다.
노준석은 아주 익숙한 동작으로 칠판을 꽉 붙잡았고, 선생은 망나니 마냥 마검처럼 새카만 몽둥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잠시 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몽둥이가 노준석의 엉덩이에 달라붙으며 찰진 떡을 두들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노준석은 목젖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엉덩이를 문질러댔다.
그 때 방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불안에 시달리며 서로를 쳐다보던 학생들은. 노준석이 몽둥이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자 다들 소리죽여 웃거나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다행이다 담탱이 오늘도 저 새끼만 두들겨 패겠어.”
“우리도 같이 맞을까봐 걱정했는데 잘 되었네.”
담임은 노준석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은 뒤 그의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이 새끼! 공부를 못하면 깡이라도 있어야지. 아직 한 대 밖에 안 때렸다고! 당장 칠판 붙잡고 이 악물어!”
노준석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다시 한 번 칠판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그러자 담임은 이를 악 물고 몽둥이로 그의 엉덩이를 힘껏 쳤다. 그렇게 두 대 째 맞자 노준석은 아침에 먹은 편의점 폐기식품 때문인지, 아니면 엉덩이에 잔뜩 힘을 준 탓인지 뱃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 때 담임선생이 몽둥이로 노준석의 엉덩이를 다시 한 번 세게 때렸다. 그와 동시에 노준석은 너무 긴장하고 힘을 준 탓인지, 떡을 치는 소리와 함께 때가 낀 나팔 소리가 그의 엉덩이에서 나왔다. 그러자 담임은 코를 틀어쥔 다음 몽둥이를 세워서 노준석의 엉덩이를 힘껏 찔렀다.
“에이 씨발. 네놈 새끼 때문에 기분 다 잡쳤다! 당장 꺼져!”
“나머지 새끼들도 귓구녘 후벼 파고 똑바로 들어! 노준석 같은 꼬라지 당하고 싶지 않으면 중간에 죽어 자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1점이라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해! 알아?! 그래야지 내 봉급이 오른다고! 아니 최소한 더 이상 떨어트리지 말라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뒈질 거면 나 끌어들이지 말고 네놈들 끼리나 뒈지라고!”
담임은 별명 그대로 미친개처럼 한참 동안 으르렁거리며 날뛰어댔다. 그리고 끝내 몽둥이를 부러트리고 교탁을 엎어버린 뒤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이에 다른 학생들은 뒤에서 사고가 나서 죽으라느니, 집에 찾아가서 가족들 다 죽여 버린다느니 등등의 온갖 더러운 욕설을 입에 담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노준석은 자기만 두들겨 패고 나가버린 담임선생은 물론. 그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며 다행이라고 떠들어댔던 급우들까지 욕했다.
“개새끼. 이제는 저 쓰레기새끼들 뿐만 아니라 선생까지 나를 비웃는다 이거지? 좋은 대학만 들어가서 권력 얻기만 해 봐라. 다 복수할 거다!”
물론 지금의 성적 따위로 장래에 담임선생이나 급우들에게 복수를 하는 건 둘째 치고. 당장 집에만 가도 대학 가라 마라 하면서 집안까지 갈아엎고 속이 죄 타들어갈 때까지 볶아 버리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