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스포없음 이라고 썼는데 이 영화에 한해서 스포라는 말 자체가 웃깁니다.
아니 스포는 둘째치고 '영화'라고 하는거 자체가 웃깁니다.
공포영화는 그냥 저냥 보는 편입니다.
마눌님이 공포영화랑 쌈마이 영화 무지 좋아합니다. 그래서 봤습니다.
흔히들 공포영화의 클리셰라고 하는거 많이들 들어봤을겁니다.
공포영화이니 일단 공포가 생겨난 원인그리고 등장인물간의 갈등
마지막으로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해결하는 플롯으로 흘러갑니다.
뭐 쉽게 말하면 기승전결이죠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그 스토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이 갈립니다.
긍정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면 주로 그 대상의 '공포'를 무찔러야 하고
그 무찔러야 하는 과정에서 '공포'를 덜어내가 '액션'이 가미되게 마련이고
부정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면 그 '공포'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연속성으로 유지하게 되었다고 하는 '미스테리'로 끝맺음이 나게됩니다.
이게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죠...
그리고 이게 공포영화의 전반적인 단점입니다. '공포'그자체를 끌고 나가기가 힘들다는거
최근에 나온 공포영화인 '그것'만 봐도 초중반 관객을 사로잡던 '공포'가
해결되어가는 과정에서 '액션'과 '스릴러'가 가미되었다는걸 기억할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영화가 흥행하여 시리즈 물로 가면
'공포'라는 요소보다는 '세계관' 그자체에 심취하게 되어
'공포'보다는 '슬래셔'에 어쩔수 없이 몰빵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다 이랬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그 클리셰를 벗어나는 파격을 보여줍니다.
'공포영화'에서 흔히 빠지는 삼천포를 방지하기 위해 스토리를 그냥 걷어냈습니다.
블레어위치같은 방식으로 진행을 했는데 그래도 블레어 위치는 기승전결에서 기승까지라도 있죠
이건 그마저도 없습니다.
'왜' 갔는가에 대한 이유만 나오는데 그마저도 즉흥적인 느낌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이영화가 '영화'라고 불리기도 좀 웃긴게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공포체험 그 자체에요
배우들이 직접 촬영한 씬으로 영화를 만든것도 그렇고 현장음을 중시한것도 그렇고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가 흔히 보는 스트리밍 방송같은거..
그런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느낌에 현장감을 덧씌운겁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VR기기 쓰고 공포체험 하는 기분이랑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공포영화'에서 흔히 빠질수 있는 후반부분 사라지는 공포를 배재하기 위해서
'영화'를 들어내고 '공포'만 남겨두었습니다.
근데 이게 꽤 괜찮아요
난 무섭거나 놀라는게 좋아서 공포영화를 본다 하는 사람에게는 취향저격일겁니다.
난 무서우면서 흡입력있는 스토리전개가 좋아서 공포영화를 봐 하는 사람에게는 똥일거고요
앞서 말했듯이 영화적 특징에서 스토리를 걷어냈기 때문에 전반적인 깊이감은 없습니다.
그냥 '아 무서웠다' 하고 끝이에요 나름 깔끔하다고 하면 깔끔하다고 할수있겠네요
그래서 단발성 유흥물로는 좋겠지만 시리즈물로는 힘들거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헬레이저같은 깊이감도 제이슨이나 프레디같은 캐릭터도 오멘같은 묵직함도 샤이닝같은 섬뜩함도
이런거 하나도 없습니다. 어느순간부터 '아 무서워'의 연속입니다.
그냥 이런영화에요
만약 흥행했다고 치고 후속작이 나온다고 하면 애매할겁니다.
설정이나 배경을 붙이게 되면 완전 다른영화가 될것이고
그렇다고 똑같이 만들면 이미 식상한데 누가 보겠어요
단발성으로 어쩌다 한번 날린 영화같습니다.
다만 '공포영화'에서 순수하게 '공포'하나만 보고 본다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냥 놀래키기용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