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중에 생각없이 쓴 잡담에 호응이 좋아서
결제서류 정리중 문득 에피소드 또 써본다.
앞서 말했듯이 내 아내는 영국인
하지만 전혀 영국인 같아 보이지 않지....
근데 영국하면 음식이 유명하지 않은가? 다들 알겠지
댓글로도 영국인 아내의 음식솜씨가 궁금하다고 하더군
뭐 사람사는곳이 다 똑같지
영국음식은 못먹겠다고 다들 인터넷유머처럼 읊조려도
집에서 해먹는 가정식은 못먹을정도는 아니지
까놓고 생각해보자
한국음식이 유명하다고 해도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이
해외매체에 소개될정도로 휘황찬란하게 차려주시던가?
난 울 어머니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신건 첫 휴가때 말곤 기억에 없다.
만약있다면 미안해요 어머니....
처갓집에서 대접받은 첫 저녁도
사실 영국음식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탓인지
오히려 먹을만하고 맛있었다. 특히 장모님의 오믈렛은 최고였지
근데 문제는 영국요리 어쩌고 저쩌고 하기 이전에
아내가 요리를 너무 못했다는것이다.
나도 요리 못하고...
게다가 한국음식은 한국사람들 입맛에나 맞지
그게 한국처음온 아가씨 입맛에 맞을리가 있는가..
우리야 순대, 내장탕, 곱창 이지만
처음본 아내에게는 그냥 죽은동물의 내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음식을 너무 못먹었다.
일나가는 남편에게 밥은 해줘야겠고
한국음식은 무섭고 (실제로 이렇게 말했었다)
요리는 할줄 모르고
초기에 아내에게 받은 밥상은 대부분
'요리'라고 부르기에는 한참 부족한 '조리' 수준이었다.
신혼기간 내 밥상은 오뚜기 3분요리가 책임져줬었다
이자리를 빌어 오뚜기에게 고맙다고 전한다.
그러던 아내가 지금은 못먹는게 없다. 보신탕빼고 (이건 나도 못먹음)
아내랑 둘이 술마신 다음날에는 집 앞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꼭 뼈다귀 해장국을 먹어야 하고
갑자기 뭐가 먹고 싶다고 불쑥 끌고 나가면 옻닭집이고....
엊그제는 곱창에 쐬주를 기울이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캬~ 내가 둘째 뱃을때 이걸 먹었어야 했는데 쥑이네 쥑여'
라고 하질 않나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반라로 식탁에 앉아서
맨밥에 겉저리 쭉쭉 찢어 먹으면서 볼을 가득 부풀리면 '아ㅓㅁ허ㅏㅣㅁ' 하기도 하고
김장도 잘하고 된장찌게 잘끓이고 뭐 암튼 한국사람 다됬다.
그런 아내가 3일전이던가 4일전이던가
샤워하고 나오는데 노트북으로 뭘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나도 본 기억이 있는 사진...
루리웹 유머게시판에도 올라왔던 영국음식 사진이라고 해서
후추뿌린 토스트를 빵 사이에 끼어서 먹는 요리 (사실 영국살면서 이건 못봤는데)
우리식으로 말하면 밥 반찬으로 볶음밥을 먹는정도?
암튼 영국요리의 한심함을 우스갯소리로 만든 사진인데
이게 다른사이트에도 많이 퍼졌었는지 왠 유머 사이트를 보면서 웃고 있던 것이었다.
'여보 이거봐봐 이게 요리래 ㅋㅋㅋ'
ㅎㅎ 이 사람 이게 영국요리인줄 모르고 웃고 있나 보구나
잠깐 같이 웃다가 당신 모국요리라고 반격의 카운터를 날려줘야지 하면서
같이 웃던 나는 아내가 날린 다음 한마디에 반격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
'ㅎㅎㅎ 아여튼 영국애들은 병신같아 이런걸 어떻게 요리라고 해먹냐 ㅋㅋㅋㅋ'
어?!!? 뭐라고!??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