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영국인이다.
서양여자 하면 흔히 생각나는 금발의 쭉빵미녀가 아니라
아시아계 영국인이라 그냥 보면 한국사람처럼 보이는 영국인
글 시작으로 계속 똑같은 레퍼토리라 지겨운감이 없지 않으나
그냥 정형화된 클리셰라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내는 컴을 잘 안쓴다. 잘한다 못한다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가끔 쓰는정도다.
심심하다고 사준 넷북으로 인터넷 뉴스 보거나
요리 블로그에서 레시피 검색해서 가족에게 임상실험 하거나 할때던가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스카이프나 기타 등등 매체로 연락할때 말고는
잘 안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나면 이번에는 pc사용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
한참 드래곤즈크라운에 빠져있을때였다.
점심은 김대리랑 둘이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우고
지하주차장 차에 짱박혀서 둘이 불태우던 시절
그날도 어김없이 회사앞 씨유에서 삼각김밥을 대충먹고
후다닥 차에 짱박혀서 둘이서 드크를 달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 사무실에 와서 보니
핸드폰을 사무실에 두고 갔었던 모양
핸드폰을 놓고 왔었다는것도 잊고 게임을 달렸던거...
오자마자 여직원이
'사장님 전화 몇번 오던데요 살짝 보니까 사모님 같았어요'
어잌후 이런 하고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니 5통....
전부 5분 안밖 같격으로 온거였다. 물론 여직원 말대로 집사람
뭔일이지? 하고 걸었더니
이거뭔 핸드폰이 에어컨 기능이 있는지 수화기 너머에서 한기가 풀풀 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현이 아빠 지금 어디에요? 왜이리 전화를 안받아요?'
평소 우리 부부의 호칭은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이 '여보' 게다가 반말찍찍
그런데 이런 호칭에 존칭을 쓴다는건 아내가 지금 무지 열받았다는 소리
이때만 해도 나는 바보같이
[용건이 있어서 전화 했는데 내가 계속 받질 않으니 삐졌구나]
라고 생각하고있었다.
'아 거래처 정사장을 만나고 왔는데 핸드폰을 차에 두고 있었네 미안해'
'그래요? 그럼 오늘 언제끝나요? 일찍 올수 있죠?'
'어... 뭐 특히 큰일은 없는거 같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갈께'
'네 알았어요 그럼 이따 퇴근하고 좀 봐요'
어렴풋이 뭔가 이상하다 라고 느끼긴 했지만 역시 전화 안받아서 삐졌구나 하고
애써 스스로 얼버무리고 있었지...
퇴근후 집에 오니
우리집 말썽쟁이들이 조용히 자기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때 뭔가 싸~ 하기 시작했다.
이놈들이 저런 헐리우드액션을 취하는건 어미의 불경한 기운을 캐치하고
나하고는 관계없지만 좋게 보여서 나쁠건 없지 라는 생각을 하고
눈가리고 아웅할때 자주쓰는 방법
아내는 나를 조용히 서재로 데리고 갔다.
서재문을 잠글때만 하고 도데체 뭔일이지 하고 어리둥절 하던 나는
아내가 내 컴을 켜고 토렌트를 실행하고 나서야 사건의 심각함을 눈치챘다.
이런 바보같이...
평소에 귀한동영상(?)은 아내 몰래 꽁꽁 숨겨뒀으면서
근 며칠간 받은 작품(?)의 시드를 삭제하지 않고 놔두었던 것이다.
게다가 토렌토가 컴을 켜자마자 같이 실행되게 만들어놓은 상태....
아마 아내가 넷북이 잘 안되니까 내 컴으로 뭐좀 할라고 했다가 켰을때 본 모양이다..
이건 위험하다... 라고 머리속이 울리기 시작했다.
손발이 오그라 들고 숨이 가빠지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필사적으로 핑계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틈도 주지 않는듯이
아내가 한 시드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oh~~ yeah~~~
tuck me~ fuck fuck~~
남자라면 당연히 아는(?) 저렴한 수준의 영어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고
늘씬한 미녀가 화면에 엉덩이를 들이밀더니
활짝 열어젖힌 항문에서 팔뚝만한 딜도가 쭈욱 쏟아져 나왔다.
아 ㅅㅂ 최악이다.
많고 많은 작품(?)중에 하필이면 이런 하드코어한 아날계 동영상이라니...
눈앞이 어지러워 지기 시작했다.
정줄놓고 쓰러지고 싶은데 아내는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플레이를 눌러갔다.
총7편의 동영상... 하나같이 하드한것들에 서양물... 이런 제길.. 조때따...
변명거리를 필사적으로 생각해봤지만 생각이 날리가 없지
아내는 고향을 버리고 타향길에 나만 믿고 따라와서
결혼 초부터 의존증과 의부증이 있었다. 그게 이어져 와서 지금도 살짝 의부증 증세가 있어서
언젠가 '아 소녀시대 예쁘네' 했다가 외식에 선물공세를 해서 겨우 풀기도 했었는데
이건 뭐 상황이 너무 심각하게 빼도박도 못하게 됬다.
'세현이 아빠 이게 뭐에요? 설명해봐요...'
뭐라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자
아내는 이내 울음을 터트리며 난리를 피운다.
내가 이런 남자를 믿고 살아야 하냐는둥 속고만 살았다는둥
이건 간통이라는둥 배신이라는둥 이혼하자는둥
진짜 겨우(?) 동영상 가지고
나라를 팔아먹은 죄인처럼 온갖 욕은 다 들어 먹었다.
급기야 우리 부모님께 전화를 하더니 끅끅거리고 울면서
어머님 아버님 저 이사람이랑은 배신감이 느껴져서 같이 못살겠어요 하고 우는게 아닌가
어머니는 전화통으로 어르고 달래는것 같았고
곧이어 아버지 전화가 왔는데 아 정말 야동보다가 걸렸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쪽팔릴줄이야
'에잉.. 멍청한놈 끌끌 그걸 몰래 봐야지 걸리고 앉았냐!!!!!!'
라는 아버지의 소리를 어머니가 듣고 부모님댁에서 2라운드가 시작되었고....
영국에 전화해서 징징거리고 장인어른은 웃고 장모님은 당황해 하고
나는 빌고 있고
애들은 애써 못들은척 방에서 공부하는 척 하고 있고
아파트에 다 들리는거 같아서 챙피해 죽겠고....
집안이 풍비박살 나고 난리나는 와중에 아내가 한마디 던진다.
'야 이놈아!!! 서양년이 그렇게 좋으면 서양년이랑 결혼하지 그랬어!!!!!!'
어? 서양년?
난 누구랑 결혼한게....???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닌 이야기
나도 그냥 닥치고 빌었어야 했는데 병신같이
'나 그래서 서양년이랑 결혼했잖아'
라고 해서 진짜 모지게 두들겨 맞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