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였을거에요.
우리 형제는 여느 남자애들처럼 게임하기를 좋아했고,
우리 부모님은 여느 부모님들처럼 애들 컴퓨터하는걸 못마땅했죠.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거는 방법을 아신거에요.
그 즉시 실행했죠.
처음에는 우리도 알 법한 숫자였어요. 그래서 가끔씩 알아내곤 했죠.
곧,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숫자로 변했어요. 영/숫자를 섞기도 했구요.
그 즈음부터 우리는 비밀번호에 막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 녀석이 알려주는거였어요. XP에서 안전모드를 들어가는 방법과, 그렇게 하면 비밀번호를 뚫을 수 있다는 걸.
성공적이었어요.
매우 성공적이었죠.
어머니는 알면서 당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제.
컴퓨터는 이제 우리의 차지였죠.
시간이 지나 중학교 즈음이 되자, 어머니는 모뎀을 숨기기 시작하셨어요.
우리는 절망했죠. 인터넷을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었죠.
모뎀을 찾는 거였어요! 그 정도 크기의 네모난 녀석을 숨길 공간은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서랍, TV 밑 수납장에 있는 정도였어요.
어머니가 아침에 나갈 준비 하실 때 잠에서 깨어 자는척 하며 모뎀을 숨기는 장소를 소리만으로 추측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종종 찾아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장록 속 이불, 쌀독, 하다못해 직접 가져가 버리기까지 하셨죠.
슬슬 우리가 찾기 힘들 정도가 되자, 전혀 찾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인터넷이 없어도 컴퓨터를 재밌게 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할 수 있을때 준비해뒀어요.
이제 어머니는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컴퓨터가 문제라는 사실을 아셨어요.
그래서 파워 선을 숨기기 시작하셨죠.
하지만 때는 우리 형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미 머리가 충분히 큰 상태였어요.
그래요. 우리는 이미 컴퓨터 전문점에 가서 이것저것 사기 시작한 거에요.
이 전쟁은 제가 고삼때, 첫 중간고사를 본 날 컴퓨터가 터지기 직전까지 진행되었답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서 개인 노트북으로 마음껏 하고 있어요!
저랑 굉장히 비슷한 경험이... 저도 엄마가 모뎀 때가길레 빡쳐서 디아2하드코어로 만렙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