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창시절 내가 1학년 때
굉징히 무섭다고 소문 난 3학년 형이 한명 있었다
그 형의 이름은 통일이형
성은 모른다
반 애들도 선생님들도 '통일' 이라고 불렀을 뿐
소문에 의하면 우리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했던 건
물론이고 내가 살던 지역에서도 가장 잘했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끔 통일이형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말랐지만 키가 컸고 짧은 스포츠머리에
날카롭고 사나워 보이는 인상 이었다
통일이형은 소문에 의하면,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고
시간이 흘러 나는 3학년에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반에 잊고 있었던 그 무섭다고
악명이 높았던 통일이형이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흔히 말하는 복학생 이었던 거였다
반애들, 남자애들과 나는 통일이형이 무서웠고
여자애들은 불편 해 하는 기색이었다
그래서 학기초에는 늘 조용하고 썰렁한 분위기 였는데
통일이형은 나이가 먹어 철이 들었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인상만 무서웠을 뿐
애들을 괴롭히지도 때리지도 않았다
당연히 아무도 감히 그 형을 건드리지 않았지만
통일이형도 싸움을 걸거나 누구와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반에서 주먹 좀 쓴다는 녀석들이 와서
우리반 애들을 괴롭히면 형이 나서서 조용히
한마디 하면 사과하고 자기반으로 돌아가게 만들고
학교도 매일 나오고 시험성적도 반에서 10등안에
들었던 거로 기억한다
말수는 적었지만 반애들도 잘 도와주고
생각 한 거 보다 무섭게 굴거나 괴롭히지 않아서,
점점 반 애들도 통일이형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반 애들 도시락 반찬 밥을 좀 뺏어먹거나
이쁜 반 여자애 한테 슬쩍 작업(?)을 거는 정도 였을 뿐
나중에는 맛있는 반찬 싸 오면 형한테 갖다주는
반 애들도 있었고 형도 반애들 매점이나 학교 밖
분식집에서 먹을 걸 사주거나 오락실이나
노래방도 데리고 가고 그랬다
기억 나는 건 나와 친구들은 방과 후
당구장에 자주 가서 4구를 치고는 했는데
자주 다니던 학교 앞 당구장에서 통일이형이
알바를 하곤 했다
승부욕이 강한 친구가 3판을 물리면 5판 부르거나
7판을 불렀는데 그럴 때 마다 통일이형이 와서
'가리(외상)는 죽음이다'
라고 쓱 와서 한마디 하면 친구는 쫄아서
그냥 당구비를 계산하고 집으로 갔던게 기억난다
그렇게 통일이형과 잘 지내고 있었는데
사건이 터졌다
오래전 일 이라 정확한 이유가 기억나지 않지만
반 남자애 한명이 선생님한테 수업시간에 뭘
잘못했는지 몰라도 복날에 개패듯 맞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선생이 학생을 체벌하는 일은 없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 만 해도 몽둥이 체벌은 물론이고
손으로 뺨을 맞거나 하는일도 당연시 하던 시절이였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건 저정도로 엄청 맞을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거로 기억하는데 진짜 맞는애가
불쌍하고 걱정될 정도로 선생 손,발로 두들겨 맞으니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저렇게 학생을 때려도 되나?
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갈 때 쯤 갑자기 뒤쪽에서
의자가 하나 날라와 때리던 선생 옆을 지나쳐
칠판에 부딪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놀란 우리반애들과 때리던 선생, 그리고 맞던 애 까지
의자가 날아온 뒷쪽으로 시선이 향했는데
통일이 형 이 의자를 던진 것 이였다
'야 이새끼야 니가 하는게 폭력이지 그게 체벌이냐?'
그말을 듣고 화가 난 선생은
곧장 통일이형 쪽으로 달려들었다
통일이 형이 한 말은 분명
선생님께 반말에 욕까지 했으니 잘못됐지만
선생님이 때리면 당연히 맞는거구나 생각했던 시절의
나와 아이들에겐 일종의 카타르시스 까지 느껴졌다
통일이형에게 달려드는 선생을 보면서
나는 드디어 우리학교와 지역에서 가장 싸움을 잘 한다던
통일이형의 싸움실력을 눈 앞에서 볼 수 있겠구나
그리고 달려든 저 선생은 영화처럼
한방에 나가떨어지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가 난 선생은 아까 때리던 애보다 더 통일이 형을
구타하기 시작했고 통일이형은 맞고만 있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그래서 나와 반애들은 아무리 통일이형 이라도
선생님께 맞서거나 진짜로 대들 순 없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통일이형은 그냥 맞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때리는 걸 막고 피하고 때리려고 하는
'싸움의 형태' 였던 것 이었다 즉,
통일이형이 막고 피하고 때리려는 건 안되고
선생이 막고 피하고 때리는 건 되는 것 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통일이형이 맞는 걸 멍하니 보다가
점점 경악하기 시작했다
분명 너무 맞아서 쓰러져야 하는데 안쓰러지면서
많이 맞아 눈가가 부어오르고 입가에 피가 나는
얼굴로 통일이형이 실실 웃기 시작했고
때리다 때리다 지친 선생은 때리는 빈도가 낮아지더니
결국 통일이형의 주먹이 선생의 얼굴에
몇 번 닿는가 싶더니 턱에 꽂히고
턱을 맞은 선생은 픽하고 쓰러져 버렸다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업하던 다른반 선생님이 달려와서 수습했는지
얼어붙어서 말리지도 못했던 반 애들이 정신을 차리고
수습했는지 기억이 잘 안났지만
이 일에 후폭풍은 컸던거로 기억한다
지역유지였던 처음에 맞았던 반 애의 부모가
폭행으로 고소를 했고 자주 애들을 체벌하고 폭행하던
선생은 그 뒤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학교에는 지역 교육청 사람들과 학부모들로
항상 시끄러웠고 소문이 안나려고
반애들 입단속을 시켰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통일이형은 몇 일간 보이지 않다가
수업시간에 갑자기 들어와 자기 자리에서 물건 몇 개
챙기더니 애들을 향해 씩 웃어보이고 다시 나간뒤로
졸업 할 때 까지 다신 통일이형을 볼 수 없었다
알고보니 통일이형은 인상이 강렬해 시비가 조금
붙었을 뿐이지 누구와 크게 싸우거나 한 적도 없고
지역의 최고 주먹이란 소문도 사실이 아니었다
졸업 한 뒤 대학에 간 나는
연락하는 친한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가끔 통일이형 소식을 들었는데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에서 기사식당인가 불백집인가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 점점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몇 일 전 동창소모임에서 통일이형 얘기가 나와서
이렇게 생각 나 글로 옮겨본다.
선생님들 한테 맞으면서 학교를 다니던게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
사실 알고보면 평범했던 우리와 같었던
그때의 통일이형 모습이 아주 가끔 생각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