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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획자 이야기] 게임기획자 이야기 8 - 퀘스트 작성 2 (퀘스트 준비하기) (0) 2013/05/22 AM 05:19

여전히 집에서 잘 놀고 있는 한 게임 기획자의 이야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 하는 것임에 유의하세요.


***


퀘스트 입력은 퀘스트 툴이나 스크립트 함수 등이 완성되어야만 비로소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 상황에 진척이 있든 없든 간에 거쳐야할 작업이 있습니다.

‘시놉시스’와 ‘플로우차트’입니다.

***

‘프로젝트 초반’에 이미 시놉시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퀘스트를 위해서 만드는 시놉시스도 있습니다.
챕터 단위, 또는 한 맵(지역) 단위로 작은 시놉시스를 짜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시놉시스를 짜게 될 지에 대해서는 다음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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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구역 정황>

MIB를 도와 자나의 현실습격을 저지한 영웅들은 곧장 다음 구역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자나의 군대가 진을 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2-2 구역은 정션이라는 해커와 누리꾼들의 단체가 몰려와 자나의 군대를 평정한 뒤였다.
하지만 정션이 워낙 두서없고 개념 없는 집단이라 자나의 군대만 평정되었지, 실상은 새로운 난리가 난 상태다.
점령한 기지를 슬럼가의 퇴폐업소처럼 개조하고, 약탈한 물품을 이리저리 숨겨 보물섬을 만들고, 작은 섬에 해적섬을 만드는 등. 2-2 구역은 그들의 악동 같은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난장판이 된 상태다.

한 편, 자나의 군대는 격파된 것이 아니라 격파 당한 척을 한 것이었다.
자나의 군대는 정션에게 패배하여 저 멀리 구석의 요새로 쫓겨난 것 같지만 실상은 스파이나 하수인을 보내 몰래 인간들을 조종하며 정보를 수집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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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놉시스는 어떠한 장소가 ‘이러저러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되었다.’ 라는 식입니다.
즉 ‘배경’에 중점을 두고 쓰였습니다.
인물 중심 또는 사건 중심으로 쓰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배경’을 중심으로 쓰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배경인 맵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시나리오 기획자는 개발에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배경을 보여주는 글은 다수의 퀘스트를 뽑는 밑거름이 될 뿐 아니라, 레벨디자인 단계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맵을 어떤 방식으로 꾸밀지 대략적인 분위기가 떠오르기 때문이죠.

때때로 유려한 필체를 뽐내며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개발자들은 긴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기획자도 마찬가지!
이러한 글은 가급적 짧고 간단하며, 상상력을 자극하게끔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자가 남에게 보여줄 글을 이딴 식으로 휘갈기면 귀싸대기를 후려갈겨야 합니다. --^


***

플로우차트는 게임의 흐름을 퀘스트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자료입니다.



이런 형식으로 전체적이면서도 대략적인 퀘스트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플로우차트를 작성할 때 중요한 것은, ‘개수’, ‘연계’, ‘주요 컨텐츠’입니다.

‘개수’는 실제로 퀘스트를 만드는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앞으로의 작업량!
퀘스트 개수는 나중에 시스템 쪽에서 성장밸런스를 조절할 때 필요합니다.
시스템 쪽에서 퀘스트가 몇 개 필요하다고 요청을 해오기도 합니다.

‘연계’는 대략적인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맵의 동선을 고려할 때 필요합니다.
위의 이미지에도 화살표로 연결된 흐름으로 ‘연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주요 컨텐츠’는 해당 맵에서 ‘어떤 컨텐츠를 유저에게 제공할 것인가?’ 입니다.
튜토리얼, 스킬, 아이템, PVP 등등 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편할 겁니다.
플로우차트를 작성하기에 앞서 이것을 고려하지 않고 썼다간 십중팔구 다시 쓰게 될 겁니다.
본래 없던 ‘주요 컨텐츠’가 추가되어 퀘스트를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퀘스트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고, 지금 당장 퀘스트를 집어넣어서 테스트 할 것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가급적 이 정도까지만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좀 더 나간다 해도 저 플로우차트에 표시한 퀘스트에 짧게 소개를 삽입하는 정도면 됩니다.

그 이유는.
퀘스트를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퀘스트를 쓰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를 통해 퀘스트를 받는 경우 대화체로 써야 하고,
게시판을 통해 퀘스트를 받는 경우 공고 식으로 써야 하고,
FPS처럼 인터렉티브한 게임 퀘스트의 경우 대사 뿐 아니라 연출까지 신경 쓰며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전달방식들은 퀘스트 시스템과, 훗날 집어넣을 주요 컨텐츠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플로우차트에 다음과 같은 짧은 퀘스트 소개글이 있다고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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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제목: 최초의 목격자>

주인공은 눈 앞에서 아버지의 배에 칼이 꽂히는 광경을 목격한다.
아버지의 배에서 칼을 막 칼을 뽑은 살인범이 주인공을 발견한다.
살인범이 목격자를 마저 처리하려는 순간 아버지의 손에서 검이 떨어져 주인공 앞에 꽂힌다.
주인공은 멍한 표정으로 그 칼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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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동영상을 삽입하여 만들자!
라고 한다면 작업자는 동영상의 스토리보드에 맞는 대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상황에 튜토리얼을 집어넣자!
라고 한다면 튜토리얼에 들어갈 스킬이나 조작법을 알아보고 거기에 쓸 대사나 설명을 준비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것이 동영상이냐 튜토리얼이냐에따라, 주인공 캐릭터를 유저의 아바타로 볼 것인지 따로 캐릭터성이 있는 존재로 볼 것인지에 따라, 대사도 퇴고를 해야 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고려사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사까지 완성된 퀘스트를 써두는 것보다 여러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상태만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100개의 퀘스트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나중의 변화 때문에 100개를 일일이 고치는 상황은 시간도 아깝지만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도 해롭습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딴 일을 하거나, 책을 한 권 읽는 게 자신에게도 회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야근야근~한 나날은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죠.

그럼에도 시키는 경우가 있긴 하나, 그 경우 시키는 사람의 자질이나 뭔가 특별한 사정을 의심해봐야 할 겁니다.
후에 99.99%로 재작업을 하게 될 것이 뻔하거든요.
(하지만 시키면 해야죠 뭐. 쓸데없이 야근해야죠 뭐. ㅅㅂ...;;)

**

정리하자면...

[퀘스트를 작성하기에 앞서 해당 맵의 시놉시스를 작성하고, 플로우차트를 만들라.]

라는 것입니다.

시놉시스는 그래픽팀과 레벨디자이너가,
플로우차트는 시스템 쪽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퀘스트를 입력하는 방법은 생략하겠습니다.
그것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누구든 짧으면 하루, 길어야 일주일 정도 배우면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나저나 백수가 되니 주기가 참 불규칙해지네요.
새벽에 막 일어난 참이라 머리가 띵~합니다.
다음에는 퀘스트 시스템과 퀘스트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나 정리해봐야겠습니다.
아우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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