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들을 보았다. 1편
나는 죽음들을 보았다. 2편
나는 죽음들을 보았다. 3편
그 중학생 아이는 어리니까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도 몰라.
아니,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야.
그냥 그렇다고 쳐.
어쨌든 반대로 나이든 교수는 어땠을까?
호스피스 환자들 대부분은 강한 마취 때문에 다들 정신이 몽롱한 경우가 많은데, 그 교수는 그렇게 마취를 할 필요가 없었나봐.
그래서인지 그 교수는 특별한 경우 아니면 상당히 밝은 편이셨어.
누군가 문병 오면 웃는 모습을 보이며 이런 식의 말을 했지.
“됐어. 됐어. 난 조만간 좋은 곳으로 가는 건데 울긴 왜 울어. 어차피 다 가는 곳이야.”
곧 죽을 사람이 오히려 문병 온 사람을 위로하는 거야.
놀랍지 않아?
그 교수를 보면 이 사람은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구나 생각했지.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라고도 생각했지.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어.
아버지의 통증 때문에 벌떡 일어나 간호원들에게 보고를 하고 오는 길에 그 교수 자리에 취침 등이 살짝 켜져 있는 걸 발견했지.
빛이 있으니까 눈이 간다고 할까.
별로 볼 생각도 없었는데 교수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았지.
... ... 근데.
교수가 울고 있더라고.
눈물이 하염없이 나오는데 닦을 생각도 없는지 계속 이불을 적시고 있었지.
나는 순간 멍해져서 그 모습을 마냥 바라보고 있었어.
문득 교수가 눈을 뜨더니 나랑 눈이 마주쳤어.
내가 여전히 멍해있자, 교수가 나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짓더라고.
허, 참...
만약 다른 곳에서 그런 미소를 봤다면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미소라고 했을 거야.
마음이 산뜻해지는 그런 미소였다라고.
그런데 여기는 곧 죽을 사람들이 모인 호스피스야.
시발... 나도 모르게 섬뜩했어.
사신 아니 저승사자의 미소가 저런 미소가 아닐까?
자리에 돌아온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어.
대체 그 미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르겠어.
모르겠고, 모르겠어.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나름 결론을 내렸지.
교수도 죽고 싶지 않은 거야.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고 싶지 않은 거야.
즐거움, 아픔, 맛있는 거, 맛없는 거, 사랑하는 가족, 친구, 추억...
이 모든 게 다 죽으면 끝인 거야.
죽으면 더 이상 경험할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어.
그냥 끝인 거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에 있고 싶은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는 거지.
뭐 내 추측이지만...
어쨌든 다음날 교수는 평소와 같은 밝은 모습이었어.
나도 뭐 그냥 평소대로 대했지.
여기서 눈물 보고, 눈물 흘리는 거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지나갔어.
그 이후에 어떻게 됐냐고?
뭘 어떻게 돼.
죽었지.
여하튼 그 교수가 남들에게는 태연한 모습으로 죽었겠지만,
나는 그 때 우연히 마주친 그 미소가 쉬이 가시지 않더라고.
뭐 죽으면 끝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