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밸런스를 맡게 되면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시스템 구조의 허술함이라든지, 누군가에게 휘둘려 만든 것 같은 구조라든지 등등….
아무래도 밸런싱을 하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넓게 다루게 되기 때문이죠.
허나 진짜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어떠한 컨텐츠를 추가했을 때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경매장]이라는 컨텐츠를 만들었다고 합시다.
사업부에는 이를 통해서 ‘유저들간의 거래가 활성화 되고 게임머니 등이 돌기 시작하겠구나.’ 라고 생각하겠지만, 밸런스 담당자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죠.
‘아… 이제 고렙유저들이 고렙 아이템을 마구 양산해서 전투밸런스가 개판이 되겠구나. 게임경제도 빈익빈 부익부로 파탄이 일어나겠구나.’
…라는 식이죠.
단순히 예감만으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로 계산까지 될 때도 있습니다.
밸런스 담당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설득을 하려고 하지만,
이런 대답을 듣기 마련이죠.
“그럼 네가 알아서 잘 조절해봐.”
그리하여 애초에 하면 안 되는 걸 가지고 되게 만들려고 고생만 쥑!싸게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충분한 시간이라도 주면 모를까? 대체로 그렇게 주질 않죠.
그런 상황 속에서 작업을 하다가,
예상했던 문제가 진짜로 터지면 “왜 제대로 조절을 못하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해서 벌어지면, 얼마 안 가 의욕을 잃게 됩니다.
문제가 있어도 이의를 제기할 마음이 사라지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책임은 책임대로 지니까요.
오히려 닥치고 조용히 있는 게 나은 상황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래서일까?
제가 과거에 봐왔던 밸런스 담당자들은 대부분 조용했습니다.
뭔가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을 못 본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지금은 저도 밸런스 담당이군요.
본래 희망은 레벨디자인이나 컨셉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밸런스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없는 건가? ㅜ_ㅜ
숫자와 시름하고, 테스트로 시간을 보내고, 피드백으로 고민하는 나날입니다. ㅠ_ㅠ
그래도 언젠가 좋을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