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스포 있습니다)
- 이제 마블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 과정은 그냥 "퉁"치고 넘어가기로 했나 보다. 제니퍼는 갑작스럽게 헐크가 되어버리지만
그걸 덤덤하게 전하는 브루스의 말에 "헉! 그럼 고쳐줘, 장비 만들어줘" 수준의 리액션밖에 나오지 않는다.
변호사로서 새 인생을 살기 시작하려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사촌과 같은 괴물이 되어버렸는데도 그 사실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거나 아니면 괴로워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거나 하는 심리묘사가 3분 채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 묘사가 생략되어 있는 최근 마블 드라마들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 영화 수준밖에 안되는 느낌인데
거의 모든 심리 묘사가 "응 그냥 그렇게 됐어" 수준으로 후루룩 지나가버려 보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당황스럽다.
이러한 연출이 가능하려면 애초 극 시작부터 쉬헐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쉬헐크가 어떻게 되었는지 사건만
설명하는 식으로 보여줬다면 그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 간극에 주인공으로서 어떠한 고민이 있었겠지.' 하고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느낌으로. 하지만 쉬헐크 1편은 너무나 이러한 부분에서 얼렁뚱땅이다.
문 나이트에서 스티븐이 자신이 보는 환상 (또 다른 인격)을 부정하고, 거기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좀 길다 싶을만큼)
충분하게 보여주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다만 이러한 졸속 진행임에도 불구하고 타티아나 마슬라니는 나쁘지 않다)
CG가 반드시 엄청 들어가야 하는 작품일 수 밖에 없기에 러닝타임이 30분정도로 매우 짧을 수 밖에 없는 소재인 이상
언급했던 것처럼 과감하게 이러한 영웅의 탄생을 차라리 생략해버리거나 차라리 제 4의 벽을 이용해 시청자에게 오히려 직접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제니퍼가 히어로로서 "Do your thing"을 하게 되는 계기도 매우 약하다. 물론 사실상 후반부 법정에서의 사건은
에필로그 느낌으로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편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브루스가 "이제부터 너는 히어로야"라는 말에 계속 하지 않으려고 하고, 헐크로서의 훈련을 피하려다 브루스와 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 이후 그녀가 브루스와 싸움의 시작이었던 '영웅으로서'에 대한 갈등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그녀는 컨트롤 훈련을 뒤로 하고
변호사로 복귀한다. 그 씬 바로 뒤에 법정에서 타이타니아의 난동에 제니퍼는 영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숨어있다가
동료가 '뭐해? 너 할 일 해' 란 말에 또 금방 쉬헐크로 변신해 타이타니아를 날려버린다.
대체 제니퍼의 생각은 어느 쪽인 걸까? 아니면 1편이라 단순히 쉬헐크라는 캐릭터를 소개하기 위해 극 전개를 이렇게 그냥
쉽게 쉽게 펼쳐 놓은 건가? 엔딩 크레딧이 뜨는데 당황스러워서 내가 드라마를 스킵하면서 봤나? 하고 타임라인을 다시 확인할 정도였다.
- 솔직히 PC함이나 CG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 같은 피해 의식 모음집 같은 것만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 내에 페미니즘을 넣건, 동성애자들의 관계신을 넣건 작품만 좋으면 재밌게 보는 편으로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말한 저 얼렁뚱땅 전개는............
헐크와의 싸움 씬은 생각보다 좋았고 재밌었던걸 보면, 액션 연출이나 CG는 앞으로 기대할만 하다.
다만 1화 안에 모든 기원을 다 때려 박으려다보니 생긴 졸속 전개가 가장 큰 불호 포인트 같다.
그래도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기조 자체가 가볍고 유쾌함을 그리고 있으니 미즈 마블 같은 느낌은 아닐 것 같아서
일단 기원 설명이 다 끝난 다음 화를 기다려본다.
* 아직까지 제니퍼의 성격이나 가치관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영웅의 탄생은 그렸지만 정작 주인공 제니퍼라는 사람의
인물 묘사가 안보였던 것 같아 아쉽다. 제니퍼가 어떤 사람이고, 변호사로서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캐릭터를 보여주다가
1화 막판에 사고가 나는 장면이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