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방식으로 못밖히는 예수-
-물 위를 걷는 예수-
-x등급을 받게 한 장면 (한국에서는 만화 원작이라는 이유로 연소자관람가)-
-수 많은 감독에게 영감을 준 촬영방식-
폴 버호벤이 가장 만들고 싶어하는 영화는 사탄이 예수를 죽이는 영화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기회를 만들기란 쉽지않고, 결국에는 못 만들었지만, 어느 정도 그의 이런 바램을 이룩해낸 영화가 한 편 있었다. 그 작품이 바로 이 로보캅이다.
로보캅은 아직 본격적으로 만화같은 영웅을 주류영화계에서 영화화하는 것이 흔하지 않던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 아직 배트맨이 개봉하기 전의 시기로 그런 영화는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한 편 뿐이였다. 뭐 이 작품은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화하는 영화는 아니였다. 곧바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등이 등장하긴 했지만, 오리지널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로보트가 악을 응징한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미래를 배경으로 우범지대 디트로이트의 경찰인 주인공이 악당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의 육체는 로봇경찰로 사용당하는데 그렇게 감정없는 기계로 살아가던 중 어느 날 그를 죽였던 악당들을 만나고부터 조금 씩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조너던 캐플란을 비롯한 무수한 할리우드 감독들에게 돌렸었는데(작가들 말로는 미국 감독 중 절반은 이 영화의 시니리오를 받아봤다고 한다), 모두가 싫다고 했다는 거다. 심지어 폴 버호벤도 처음에 이 작품을 받았을 때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그동안 꿈꿔왔지만, 할 수 없었던 예수 이야기를 발견하고는 마음을 바꿔 수락했다고 한다. 또 주인공이 난도질 당하는 것도 맘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예수가 아니면 부활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그가 이 로보캅을 예수로 비유할 때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미국식의 예수라는 점이였다고 한다. 총기를 숭배하는 나라답게, 바로 무력을 행사하는 예수로, 과거의 예수가 아닌 현대 미국의 예수로 그는 이런 미국식의 예수라면 체 게바라와 같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폭력을 선동하고, 무기를 장려하는 존재로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존재가 자신 만의 방식으로 천국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는 것에 착안을 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는 당시 지나친 폭력성으로 논란이 되었는데, 국내에서는 만화같은 소재라고 생각한 덕에 극장개봉당시 연소자 관람가로 개봉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었다. 미국에서는 당시 X등급 논란이 있을 정도로 논란이 많아서 결국 몇몇 심각한 난도질부분은 삭제한 채 개봉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화는 충격적일 정도로 과도한 폭력장면을 담고 있었다. 영화는 기존의 영화처럼 총을 맞으면 피를 찔끔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맞은 부위가 아주 폭발을 해 살점이 튀겨져나가는 것처럼 보였고, 또 사람을 꼬치로 만들거나, 염산등으로 녹여버리는 등 당시의 주류 영화에서는 절대 등장하지 않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등장했었다.
이 작품의 감독인 폴 버호벤은 폭력을 생략하는 방법을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그는 항상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기에 폭력이 잔인하거나 자극적이다고 해서 그 것을 외면하거나 완화시켜서 표현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폴 버호벤이 예전에 말하길 "사람들은 폭력과 공포스러운 것을 관람하길 선호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악하고 5분 이상 행복함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들을 어두운 극장에 밀어넣고 2시간 동안 행복한 것들만 볼 것을 요구해봐라. 도로 나가거나 잠이 들어버릴거다"
그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극적일 수록 인간은 더 끌리는 것이고, 그럴수록 더욱 더 인간이 추구하는 본성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그는 믿기 때문이다. 폴란드 시절 급진적인 영화를 만들던 폴 버호벤은 우익정부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만들다가 좌익정부로 바뀌는 순간 새정부에서 그의 영화가 퇴폐적이고, 왜곡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문제가 생겨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다. 비록 할리우드로 와서 그는 그 때처럼 자유로운 스타일의 이야기를 펼치지 못하고, 항상 장르적인 틀 속에 갖힌 영화들만 만들어 왔지만 그는 그 곳에서도 여전히 항상 사람들이 금기시하면서 숨기려하는 부끄러운 것들을 과감히 파해치려고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 인상적이였던 것은 영웅이 또 한 번 정의를 수호했다는 것이 아닌 최첨단 미래에서도 만연하게 뿜어져 나오는 야만성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참 매력적이다. 왜냐면 미국식 영웅을 미국인이 아닌 급진적인 유럽감독이 유럽식 스타일로 해석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촬영기법이나 편집 그리고 표현방식 등에 있어서 기존의 미국식 영화와는 약간 큰 차이점을 보인다. 촬영감독도 폴 버호벤과 유럽시절 수많은 영화를 같이 한 사람이다.
연출도 보면 전형적인 것을 탈피하려고 시종일관 색다른 시도를 한 것이 눈에 띈다. 한 예로 폴 버호벤은 주인공인 머피가 죽고나서 15초 동안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화면도 안나오는 장면을 삽입하려고 했다고 한다. 비록 초반임에도 주인공이 죽음으로 인해서 영화가 끝날 줄 알도록 관객이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편집자가 반대를 해서 대폭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롭 보틴이 사람들이 로보캅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자, 로보캅이 등장하는 장면을 부분부분 만 암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막상 전체적으로 등장을 해도 철장으로 가로 막아 그와의 거리감을 꾸준히 유지시키며 등장시킨 것도 매우 인상적이였다. 물론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꽤 효과적이였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은 영화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자신이 봐왔던 미국에 대한 해석을 집어넣는 부분이 상당히 눈에 띈다. 영화는 시작부터 요란스러운 뉴스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바로 상당히 유치한 상업광고가 연결된다. 도입부 뿐만 아니라 영화는 중간,중간 갑작스럽게 이런 뉴스와 상업광고를 끼워 넣어 이런 것들이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지금이야 뭐 안 그런데가 있겠느냐 겠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히 인상적이였고, 또 이걸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없었다.
또 광고 내용도 굉장히 황당했다. 인공심장, 핵전쟁 게임 등 그러한 것을 매우 명랑한 분위기로 풀어가는 것이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치열한 80년대 여피족들의 생존 게임 등도 인상적이였다. 뭐,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같은 영화도 있지만, 이런 영화에서도 그런 것을 파해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 올리버 스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기서의 방식도 꽤 흥미로웠다. 이 영화의 진정한 악당은 사악한 악당이 아닌 탐욕스러운 기업인들로 그들이 위험한 것은 그들이 사악해서라기보다 너무 자기 자신 만을 사랑해서라는 거다.
이러한 요소와 매 상황을 독특한 방식으로 연출해내는 영화는 지금보면 상당히 진부한 스토리 임에도 상당히 흥미롭다. 액션도 훌륭하다. 폴 버호벤은 한 때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터미네이터를 꼽기도 했을 정도로 그는 그 영화를 아주 높이 평가했다. 그 자신이 이런 오락영화에도 워낙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영화의 액션성에도 상당히 큰 공을 들였다.
초,중반에 아주 간간히 나오는 액션 씬도 좋았지만, 중,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나오는 액션씬들이 참 좋았다. 영화가 중,후반부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액션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마약소굴에서의 대규모 총격전도 흥미로웠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런 화끈한 액션보다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공장에서 벌이는 복수극이 특히 멋졌다. 후반부에는 거대한 전투로봇과 로보캅이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작품을 봤을 당시 초등학생이였던 내 또래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였다. 특히 그 긴박감 넘치는 전투와중에 로보캅의 헬멧의 고글부분에 구멍이 나 그부분으로 로보캅의 눈이 보이는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였다. 왠지 궁지에 몰린 듯한 느낌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으로 이어지는 배신당한 로보캅이 처절하게 난도질당하는 상황에서오는 긴장감 넘치는 부분도 아주 좋았다. 영화는 처음에는 천하무적인 것 처럼 그렸지만, 무엇이든지 정복한다는 인간들에 의해 사냥당하 듯이 점점 이 천하무적의 로보캅을 죽음의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어 갔는데 특히 폴 버호벤 특유의 폭력성으로 인해 이러한 위기감은 더 했다.
나는 폴 버호벤을 너무 좋아한다. 그의 영화는 뭐 다 봤다고 할 수 있는데, 케티 티펠이나 쇼걸, 할로우 맨등은 약간 그저 그랬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항상 인간의 본성에 가식없이 솔직하게 접근하고 과감하게 파해치는 그의 영화들은 언제나 너무 재밌다. 또 그는 그 뿐 만이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써도 뛰어난 자질까지도 갖추고 있다. 정말이지 세상에 이런 감독이 또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