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부터 죽인다 우울한 음악과 화면-
-영웅본색 보다 더 세련된 총격씬-
-다시 봐도 멋진 이 장면!-
이 작품은 말그대로 오우삼의 스타일의 정점에 이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오우삼은 치밀한 각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유럽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여서 영화를 분위기와 감정으로 영화를 전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고독한 상황에 처해가는 것이나 그 상황을 분석하기보다는 그러한 주인공들의 고독한 모습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묘사하는데, 더욱 크게 치중하며 영화에는 시종일관 대사나 그렇게 큰 내용없이 그들의 고독한 삶이 담겨져있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영화를 대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그런 그의 서정적인 영화스타일은 좀 유치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사실 이 작품은 만들 때도 우역곡절이 많았다. 서극과 그의 영화사 관계자들이 오우삼과 상당한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스타일부터 음악, 슬로우 모션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서 마찰이 있었는데, 이로인해 오우삼과 서극의 합작은 마지막이 됐다. 그들은 이미 전작 영웅본색2편 때부터 서로 다른 아이디어로 제작 당시 난항을 겪었었는데, 그래서 서극은 오우삼이 당시 차기작으로 생각하고 있던 첩혈쌍웅과 종횡사해에 대해 별로로 생각했다.
사실 이 작품에서 서극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왜냐면 그가 제작자이자 이 작품을 만드는 영화사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최종적인 결정권은 그가 지녔기에 무슨 논쟁이 있었 건 결과는 서극이 원하는데로 됐다.
한 예로 오프닝을 오우삼은 재즈 바에서 시작하려했다. 장 피에르 멜빌의 사무라이에 대한 오마쥬로 말이다. 여자는 재즈 송을 부르고, 킬러는 색소폰을 불고 말이다. 하지만 서극은 대중들의 정서와 너무 동떨어진다고 생각해 중국어권 노래로 바꾸기로 했다. 당시 홍콩영화에서 늘 나오던 그런 노래들 말이다. 게다가 엽청문과 어울리는 노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서극은 거의 모든 슬로우 모션 장면들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오우삼과 논쟁이 심했는데, 그 외에도 오우삼은 제작비가 부족해 주윤발에게 돈을 꿔야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아마 오우삼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스타일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시작부터 매우 쓸쓸한 분위기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매우 쓸쓸하게 끝난다. 뭐, 오우삼 영화야 비극과 슬픔이 난무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그는 이렇게 슬픔을 전면에 깔고 영화를 전개한 적은 없었다. 영화는 세상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3명의 아웃사이더들의 비극적인 애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그들이 격는 부당한 결말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마치 인과응보라는 듯 자신이 저지른 죄와 똑같은 댓가를 받고 연인과 어긋난 길을 가는 주인공의 마지막은 매우 충격적이였다. 과연 저 것이 진정한 정의란 말인가와 비슷한 혼란을 당시 나에게 안겨주었다. 마지막에도 영화는 악한 자는 살아남는 세상을 보여준다. 물론 주인공이 그를 쳐단하지만, 그 역시 세상의 정의 아래 범죄자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너무 과격하고, 급진적인 결말이라 어찌보면 유치할 수도 있지만 당시의 나에겐 잘 먹혀들었다.
액션 또한 매우 인상적이였다. 사실 오우삼 식의 액션이 매우 멋진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스타일을 따라하였다. 그러나 제대로 따라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오우삼 식의 액션은 매우 식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성룡식 액션과 비슷한 원리랄까? 그래서 지금은 이 작품의 액션씬의 감흥이 그 때에 비해 많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기존의 오우삼 식 액션 중에서도 거의 정점에 위치한 액션을 보여준다. 영웅본색 때보다 더 화려한 연출력과 이 작품 이후처럼 지나치게 과잉으로 가지않는 적절함도 보여준다.
일단 초반 술집에서의 액션 씬부터 매우 간결하면서, 화끈하게 잘 만들어졌다. 주윤발이 좁은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화려하게 쏴죽이는 장면은 이미 비슷하게 영웅본색에서도 한번 했었다. 거기서도 매우 유명한 장면인데, 이번에도 그와 같은 상황을 보다 새롭고, 더욱 성숙한 연출력으로 아주 멋지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오우삼 최고의 액션씬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영화가 넘치고, 넘쳤지만 당시에는 주윤발의 두번째 집과 마지막 성당에서 싸우는 대규모 총격씬 또한 매우 충격적이였다. 그냥 뻗뻗하게 서로 총을 쏴대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성당 안으로 몰려든 악당들과 여기저기서 종횡무진하면서 다채로운 액션을 펼쳐내는데, 매우 신선한 충격이였다.
그리고 그 격렬한 성당에서의 총격전을 마치고 돈가방을 든체 멋진 음악과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당당하게 성당 밖을 나서는 그 두 주인공의 모습 또한 너무 멋졌다.
지금의 명성과 달리 이 작품은 홍콩 개봉 당시 상업적으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콩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원래 처음 오우삼의 디렉터즈 컷은 상영시간이 142분이였다고 한다. 현재보다 30분이 넘게 긴 분량인데, 처음 홍콩에서 개봉했을 당시가 이 버젼이였다고 한다. 주윤발의 삼합회 친구와의 우정을 그린 부분인데, 지금도 종 종 오우삼 영화의 편집을 맡는 데이빗 우는 이 디렉터즈 컷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아무래도 너무 이 것 저 것 다뤄서 이야기가 난잡해 방향성을 잃고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는 만든 사람 중에 디렉터즈 컷을 원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오우삼이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이후로 그 만큼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어쩌면 위의 상황에 비춰보면 이런 뜻인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오우삼은 재능은 뛰어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재와 견재가 필요한 인물이란 뜻 말이다. 이 당시의 갈등으로 인해 이 후 영웅본색3편을 만들 때, 아예 서로 결별해서 각자의 고집대로 만들었을 때의 결과가 어땠는지만 봐도 딱 알 수 있다. 서극은 대박나고, 오우삼은 쪽박찼다. 그 것도 역사적일 정도로 아주 화려하게 말이다.
오우삼에게 이 작품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야심작이다. 10년이 넘게 그가 만들기를 기대해 온 작품이지만, 실상 마음 속으로 대략적 아이디어만 담아뒀지 명확한 각본은 없었다. 완성된 각본없이 촬영에 임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달리 이 작품은 다른 여러 영화로부터 따온 장면이 많았고, 그 스스로도 자주 말했다.
일단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다카쿠라 켄 주연에 이시이 테루오가 감독한 1964년작 무뢰한ならず者에서 따왔다. 일본 영화지만 홍콩과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 그 작품은 나쁜 놈만 죽인다는 원칙을 가진 킬러가 홍콩에 임무를 띄고 왔다가 홍콩 갱단과 일본 갱단의 함정에 빠져 착한 사람을 죽이고 말게 된다. 그리고 일본에서 그를 추격하던 경찰이 홍콩으로까지 그를 쫒아오는데, 그와 중에 그는 마카오를 배회하던 한 일본인 창녀를 만난다. 그녀는 폐렴에 걸렸는데,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갱단에게 복수를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어둠 속에서 그를 기다리는데, 다카쿠라 켄은 거기서 갱단과 싸우다 죽는다. 그리고 소녀는 어둠 속에서 하렴없이 기다리고, 남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오우삼은 이 영화를 너무도 좋아해 첩혈쌍웅을 시작할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한다.(썬글라스로 반사시켜 보는 장면 등이 이 영화에 등장했다)
오우삼은 또한 장철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철수무정의 영향 또한 이 작품에 빠질 수 없다. 그 역시 한 형사가 악질적 범죄자를 쫒던 중 그에게 공격받고, 한 외딴 집으로 피신하는데 거기서 장님인 한 소녀를 만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악질적인 범죄자의 딸이였던 것이다. 그 둘은 소녀를 실망시키지 않게 몰래 최후의 결전을 펼친다.
오우삼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프랑소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비토리오 데 시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장 피에르 멜빌로 그가 생각하긴 멜빌이야말로 그 당시 가장 멋있는 감독이였다는 것이다. 멜빌은 갱스터 영화를 너무도 멋지고, 스타일리쉬하게 만들었는데, 그의 영화 만들기 철학은 자신네 중국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껴 그의 작품에 강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최고는 사무라이'Le Samourai'로 첩혈쌍웅을 만들 때, 주윤발이 맡은 킬러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은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
영화 중반에 빈 총을 동료에게 건네줘서 배신자가 맞는지 아닌지를 시험해 보는 장면은 바로 한 해 전에 개봉한 다이하드에서 따온 장면이다.
오우삼은 마틴 스콜세지를 상당히 존경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비열한 거리'Mean Streets'라고 한다. 거기서 스콜세지는 계속 교회와 영화의 내러티브를 연관지으면서 전개해 나갔다. 여기서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오우삼은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또한 영화에서 계속 교회를 등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아마 첩혈쌍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해당하는 작품일 것이다.
또한 그는 스콜세지로부터 파워풀한 테크닉과 드라마틱한 슬로우 모션을 배웠다고 한다. 스콜세지는 연기하는 순간에 있어서나 또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감정에 있어서 무언가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할 때 슬로우 모션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것이 너무도 아름답고, 드라마틱하게 보이도록 해서 그 또한 자신의 작품에서 그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액션은 샘 페킨파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몇가지 카메라 움직임도 포함해서 말이다), 프랑소와 트뤼포에게도 영향을 받았는데, 트뤼포는 처음으로 뭔가 감정적인 반응을 자아내는 순간 정지화면인 프리즈 프레임을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쥴 앤 짐에서 사용된 그 장면은 너무도 인상적이여서 꼭 써먹여야지라고 벼르다 이 영화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경찰과 킬러 간의 묘한 감정은 엉뚱하지만 만화 씨리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Spy vs. Spy라고 미국 만화 잡지 Mad 매거진에서 연재된 코믹물로 하얀새와 검은새가 서로를 골탕먹이기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씨리즈 물인데, 여기서 오우삼은 둘이 언제나 서로 싸우긴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엔 여전히 서로에 대한 우정이 남아있다고 느껴 여기서 이 둘의 라이벌 관계와 우정이 동시에 공존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