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가닥 여형사로 출연한 장애가 홍콩 최초의 여배우 출신 감독으로 우견아랑의
여주인공으로 많이 기억된다-
-1,2편에 카메오로 출연한 서극-
-노란 셔츠의 사나이가 바로 영웅본색2의 기억을 잃어버린 사장역을 맡았던 석천이다-
맥가는 감독,제작,연기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유했다. 58년 홍콩에 건너온 그는 5년 후 미국 뉴욕에 유학을 가서 공학을 전공한다.뉴욕의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며 유머의 센스를 습득한 그는 뉴저지의 통신회사에서 일하기도 한다.1973년 홍콩에 돌아온 그는 곧바로 아메리칸 스타일의 유머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76년 첫 감독을 하며 일찌기 재능을 보인 그는 1980년 황백명,석천과 함께 Cinema City 영화사를 설립하고 수많은 히트작을 양산해낸다. 특히 <최가박당> 시리즈는 홍콩에서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Cinema City 영화사의 부흥기를 이끈다.
최가박당 1,2편의 감독은 증지위가 맡았는데 <최가박당> 하면 가장 먼저 맥가와 허관걸이 떠오르고 다음에 휘파람을 불며 시작하던 주제가와 장애가가 생각나는 식이다. 증지위를 떠올리지 못한 건 그가 감독이기에 앞서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다. 홍금보가 연출한 복성 시리즈에서 늘 어이없이 당하기만 하던 바보스런 배역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고 <첨밀밀> 을 증지위와 장만옥의 어른스런 로맨스로 보이게 한 것은 일정 부분 그의 연기 덕이다. 물론, 뒤늦게 돌이켜보면 증지위가 연출한 영화중에 <오호장> 의 심각한 결말은 인상적이었고 <개심물어> 의 발랄한 코미디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최가박당>은 신생 영화사였던 시네마시티가 비교적 많은 자본을 들여 완성한 첫 번째 영화다. <최가박당> 의 제작비는 3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당시 평균 제작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영화사 설립 이후 소소한 영화 (그중에는 오우삼의 '활계시대' 와 서극의 '귀마지다성' 도 있다) 를 만들어 온 시네마시티에게 국제적인 규모의 액션과 슬랩스틱 코미디가 뒤죽박죽된 <최가박당> 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겠지만, 82년에 홍콩에서 개봉된 영화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역대 홍콩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오를 만큼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홍콩영화 사상 처음으로 2천만불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는데 역대 1위인 쿵푸허슬이 6천만불 이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수 없다. 그야말로 80년대 중후반 시네마시티의 전성기를 있게 한 결정적인 영화였던 셈이다. 이후에 나온 속편인 <대현신통> 과 <여황밀령> 또한 전 편 못지않은 흥행을 이어갔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건 시네마시티의 공동 창업자로 알려진 세 명의 배우들, 그러니까 맥가, 황백명, 석천이 제작자라는 직함 외에도 다른 부분에서 역할을 맡고 있다. 맥가는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미국에서 날아온 경찰 알버트 역으로 출연하고 있고 TV 드라마의 작가 출신이기도 한 황백명은 영화의 대본을 썼으며 석천은 다이아몬드 도둑인 킹콩 (허관걸) 의 친구로 특별 출연한다. 그중에 필히 언급해야 할 사람은 석천이다. 석천은 <무명소졸> 이나 <활계시대> 같은 다수의 코미디에 출연한 배우답게 풍부한 표정과 리액션을 지으며 인상적인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어찌나 새털같이 촐싹거리는지 그를 <영웅본색2> 의 용사로 기억하고 있다면 낯설지도 모르겠다. 석천은 암흑가 두목의 동생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황당하게 쫓기다 죽어버리는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데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스토리를 쥐락펴락한다.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두 여자의 엉덩이에 문신으로 새겨놓고는 죽어버린 탓이다. 당연히 은밀한 곳을 확인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발레 공연장으로 잠입한 알버트와 킹콩이 무대를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관객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최가박당>에서 웃기기 위한 장치는 효과적으로 굴러간다. 암흑가 두목 매드맥스와 마피아의 하수인 흰 장갑 역시 철저하게 희극적인 악당이다. 워낙 멍청해서 악당이라 하기 미안할 정도다. 매드 맥스는 감히 동생의 엉덩이를 까봤다는 이유로, 흰 장갑은 마피아의 두목으로부터 다이아몬드를 찾아오라는 명령 때문에 킹콩을 잡으려 한다. 지극한 동생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던 매드 맥스와 조직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흰 장갑에게 킹콩은 공동의 적이다. 둘의 입장은 같으면서도 약간은 다른데, 매드 맥스에게 킹콩은 당장이라도 죽어줘야 할 놈팡이에 불과하지만 흰 장갑은 다이아몬드의 위치를 파악하기 전까진 살려둬야 한다. 공동의 목적을 가졌으나 미묘한 입장차로 인해 엎치락뒤치락 하는 코미디는 쏠쏠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킹콩을 죽이기 위해 매드 맥스가 폭탄을 설치하면 흰 장갑이 나타나 제거하고 나중에는 제 꾀에 제가 당한다는 상황이 여러 번 반복이 된다. 톰과 제리나 루니 툰에서 많이 보던 방식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장면들은 만화와 유사하게 재현된다.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마피아 두목도 <대부> 의 돈 콜레오네 캐릭터를 가져와 우스꽝스런 말장난을 하는데 사용한다. 잔뜩 쉰 목소리의 두목이 다이아몬드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라고 얘기하자 흰 장갑이 '전 영국인인데요.' 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최가박당> 은 거의 의도적이라 할 만큼 홍콩의 구질구질한 뒷골목을 죄다 걷어냈다. 홍콩 액션 영화로는 드물게 주먹과 발이 합을 이루는 순간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기본적인 이야기와 흰 장갑의 존재 역시 할리우드의 첩보영화와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에서 참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최고급의 벤츠 서너 대가 대열을 이루는 첫 장면에서부터 서구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데 킹콩이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도망치는 공간은 주상 복합의 고층빌딩이다. 말보다 주먹이 우선인 경찰 장애가가 기거하는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고 비밀병기라 부르긴 머쓱해도 최첨단 (?) 디자인의 자동차와 장비가 등장한다. 작심하고 007을 벤치마킹한 영화인데다 홍콩이라는 과밀한 상업 지구에서 현대적인 배경이 전혀 이상할 것은 없겠지만 <최가박당> 속의 홍콩은 지나치게 말끔하고 초현대적이라 오히려 영화의 오락적인 기능을 충실히 한다. 애초 <최가박당> 이 목적한 것도 철저하게 도시화된 공간에서 재밌게 놀아보자는 것이다. 매사 어수룩한 경찰과 능글맞은 도둑이 '최가박당 (최고의 파트너라는 뜻이란다)' 을 이루며 티격태격하는 캐릭터의 충돌도 볼만하고, 십 수대의 자동차가 도심 한복판을 기기묘묘하게 질주하다 붕붕 하늘을 날아 곤두박질치는 장면은 명절 때 방영해주던 액션 진기명기 모음에 가깝지만, 워낙 말도 안 되게 늘어놓는 식이라 황당무계함 특유의 재미가 있는 편이다.
그 외에 단역으로 출연한 서극도 빼놓을 수가 없다. 서극의 필모그래피중 초 중반기는 감독 말고도 연기에 의욕적으로 임한 시기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서극의 얼굴은 성격파 배우로 참 제격이지 않은가. 자신이 연출한 <타공황제>, <촉산>, <상하이 블루스> 와 <최가박당>, <예스마담> 같은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지 않았다면 <최후승리> 의 그 기괴한 두목 연기는 불가능했을지 모르겠다. 알버트와 킹콩의 열정적인 발레 퍼포먼스를 날로 먹으려던 무대 감독을 연기한 서극은 나중에 3편인 <여황밀령> 을 연출한다. 왕가위의 든든한 조력자인 미술감독 장숙평도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90년대 들어 불경기가 확산되면서 맥가는 파산직전까지 위기를 맞고 영화에서 손을 떼게 된다.2000년 그의 오랜 파트너인 허관걸과 함께 <대영가>로 복귀했지만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허관걸과 맥가의 영화인생은 사실상 끝을 맺었다.
-허관걸이 직접 부른 최가박당의 주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