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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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이 든 성배를 들다 [무적자] (0) 2011/07/01 AM 10:38

엄청난 원작을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인 일일것이다.
이제는 전설이 되버린 홍콩느와르의 신화<영웅본색>을 리메이크 한다고 결정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던 이유도 지금까지 만족스런 리메이크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데 있었을 것이다.

당초 시네마시티가 판권을 가지고 있던 영웅본색은 시네마시티가 망하며 여러군데로 판권이 옯겨 다니는 바람에 많은 감독들이 리메이크를 하고 싶어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리메이크 계획을 세우고 여러곳으로 나눠져 있던 판권 문제를 모두 정리하며 드디어 제작에 착수한다. 당초 감독에 내정되 있던 사람은 박중훈의<게임의법칙>을 만든 장현수 감독 이였는데 결국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으로 최종 결정된다.감독 일선에서 물러난지는 좀 됐지만 느와르라는 장르는 오히려 장현수 감독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도 생각 되지만 뭐 만약이란 없으니까..

당초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우삼의 <영웅본색>도 리메이크영화다. 골든하베스트에서 코미디영화들을 감독하던 오우삼은 드디어 자기 스타일의 액션영화를 꿈꾸게 되는데, 당시 신흥영화사 시네마시티의 지원으로 ‘전영공작실’을 차린 후배 서극을 만나게 되고, 이내 용강 감독의 흑백영화 <영웅본색>(1967)을 영화화하고자 의기투합한다(원작의 영어제목은 ‘A Better Tomorrow’가 아닌 ‘Story of a Discharged Prisoner’다).

거의 10년 넘게 감옥에 있다 출소한 한 남자(<영웅본색>의 적룡)가 그를 다시 조직으로 끌어들이려는 보스, 그리고 경찰인 동생(<영웅본색>의 장국영)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의 영화였다. 원작과 비교하면 주윤발 캐릭터가 굉장히 커진 셈인데, 원작에서의 주윤발의 역활은 두 형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직장여성이었다고 한다.

형제의 정을 넘어서서 남자들의 우정을 포괄한 영화가 된 것이다. 또한 그 당시 홍콩에 살면서 오우삼이 느꼈던 사회적 위축감 등을 주윤발 캐릭터에 모두 쏟아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을 맡은 사현이 바로 장백지로 인해 상처가 컸을 사정봉의 아버지이자, <소림축구>에서 선글라스를 낀 악마팀 감독을 연기한 배우였다는 사실이다. 악당 보스는 바로 <용쟁호투>(1973)에서 섬의 주인 ‘한’을 연기한 석견이었다.



일단 시나리오에서 <무적자>도 꽤나 고민한 모습을 보인다. 형과 동생의 엇갈림을 탈북자란 설정으로 바꾸고 총기가 규제되는 한국에서 총격씬을 선보이기 위해서 위조지폐범을 무기밀매로 바꾼것은 나름 설득력 있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원작보다도 더 형제애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주윤발역의 송승헌의 분량이 원작보다 대폭 줄었다.이것이 첫번째 패착이지 않나 싶다. 원작에서도 주인공은 적룡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주윤발인데 그 배역의 비중을 줄이는 바람에 원작팬의 원성을 살 뿐만 아니라 주진모와 송승헌의 관계조차 쉽게 와 닿지 않게 되버린다. 원작에서의 스토리의 한 축을 맡던 '의리' 부분이 휘발되 버린 것이다. 원작에서의 주윤발의 포스를 재현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서 이야기의 축을 옮긴 것일수도 있지만 형제애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중반 이후로 이야기는 늘어져 버리는 느낌도 쉽게 지울수 없다.

그리고 주윤발 캐릭터를 재해석 하는데도 실패했다고 보여진다. 원작에서의 능글맞을 모습이나 영웅적인 모습이 송승헌에게선 보이지 않는다. 송승헌은 극중에서 항상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살며 조한선에게 '넌 뒤통수 때릴 놈이야'라고 말하며 경계심을 보인다. 원작에서 여유롭고 초반에 이자웅이 감기에 걸리자 지갑에 있는 모든 돈을 털어서 주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또 아쉬운 점은 오우삼의 <영웅본색>에서도 총격씬은 그렇게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무적자>에서는 원작보다 폭파씬을 더 넣고 물량을 대폭 키웠지만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졌다. 송해성 감독이 액션을 연출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20년이 훨씬 지난 원작의 풍림각 액션씬보다도 박진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뭐 이렇게 아쉬운 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결말까지는 그럭저럭 흘러가다가 마침내 결말에서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원작에서의 결말은 영어제목인 < A Better tomorrow >라는 제목을 한 장면에 함축 시킨 장면이라고 본다. 자신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는 두 형제의 뒷모습에 주제곡 당년정이 흐르며 진한 여운을 남기는데 원작과의 차별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삼류 신파에서나 나올 법한 결말을 선보인다. 한 마디로 결말이 모든걸 와르르 무너뜨려 버렸다.


또 한편의 오우삼의 걸작인 <첩혈쌍웅>도 정우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내 머릿속의 지우개>, <포화 속으로>를 만든 이재한 감독이 헐리웃에서 3D로 리메이크를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부디 <무적자>가 저지른 실수를 다시 저지르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1,2편의 주제곡이 배경음으로 깔리는 부분에서나마 희미하게 원작의 향수를 느낄수 있었다*
-원작의 주제곡 당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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