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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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표절과 오마쥬의 차이? (2) 2011/07/31 PM 12:16

화장실 급할 때 참 곤란하겠다 싶은 노란색 원피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내가 5층짜리 전각으로 들어갑니다. 무기는 쌍절곤 하나뿐. 각 층마다 각기 다른 무예의 고수들이 있고 그들을 꺾어야만 주인공은 붙잡힌 여동생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최우형 감독의 1978년 작 [십자수권]입니다.

역시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성이 대형 로바다야키에 들어섭니다. 비슷하긴 해도 이번에는 상하 분리형 트레이닝복이라 화장실 걱정일랑 안 해도 되겠군요. 이 여성의 무기는 일본도. 그녀를 해치우기 위해 '크레이지 88'이라는 갱 조직이 로바다야키로 출동하고 거의 일당백에 가까운 대결이 펼쳐집니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의 제목은 [킬빌 vol.1]입니다.


이 두 작품의 원전은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1978)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위의 두 예시 중 어떤 것이 표절이고, 어떤 것이 오마주인지 대략 가려낼 수 있습니다. [사망유희] 개봉 후 단 몇 달 만에 완성했다는 점이 놀랍긴 하지만 [십자수권]의 저 장면은 표절, [킬빌]의 '청엽정 결투' 장면은 오마주에 가깝지요.



그렇다면 기준이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를 볼 때 오마주는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두산백과사전)'이라고 합니다. 표절은 '다른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용하여 사용하여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두산백과사전)'이구요. 이렇게만 본다면 [십자수권]의 제작에 참여했던 분들께서 울컥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소룡과 [사망유희]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고 말이죠.



문제는 존경의 표시도 정도껏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개 영화 속 오마주란 특정 씬이나 대사, 소품, 혹은 일부의 설정에서 원작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수준으로 인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류승완 감독이 [다찌마와 리](단편)에서 사용했던 대사 "오늘 네 놈에게 오동나무 코트를 입혀주마."는 장고웅, 구봉서 주연의 코리안 웨스턴 [비바장고]에서 가져왔다고 하죠. 하지만 [다찌마와 리]가 [비바장고]에서 인용한 것은 단지 저 대사 뿐입니다. 많은 영화들을 통해 선배 영화인들에게 오마주를 바쳐온 대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도 [언터쳐블](1987)에서 [전함 포템킨](1925)의 '오뎃사 계단' 장면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계단에서 액션이 벌어지고 유모차가 계단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상황만 같을 뿐 두 장면은 완벽히 다릅니다.



그런데 [십자수권]의 경우에는 영화의 적지않은 부분, 하이라이트 시퀀스를 거의 통째로 [사망유희]에서 가져왔습니다. 층을 오르며 고수들과 맞짱을 벌인다는 설정도 동일하고 심지어 주인공의 의상이나 무기까지도 같죠. [킬빌]에서는 우마 서먼이 단지 이소룡 스타일의 추리닝을 입었을 뿐 액션의 공간이나 대결구도, 무기까지도 달랐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렇듯 빌려 온 것이 있더라도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영화의 나머지 부분이 충분히 독창적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오마주로 인정하는 편입니다. 표절과 오마주, 혹은 표절과 패러디에 대한 저작권법 상의 판례도 딱 떨어지는 기준 없이 대략 이러한 상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원작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분량을 인용하였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데 원작을 떠올리는 정도만 차용하여야 하며(미국 판례), 원작의 잠재적 수요를 대체하거나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군요. 한 마디로 '널리 알려진 원저작물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창작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저작권법상 컨셉이나 아이디어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유사한 것만 가지고는 문제제기를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표현의 방식'이고 그 방식을 검토해 표절 여부를 판별하는 거죠. (발췌,인용 <영화인을 위한 법률 가이드> 조광희, 안지혜, 조준형 지음, 시각과 언어)







하지만 논쟁은 언제나 미묘한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앞서 예를 든 [킬빌 vol.1]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그의 출세작은 [저수지의 개들](1996)입니다. 이 작품은 개봉되자마자 평단과 영화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만 한편으로는 표절이라는 비난에도 만만찮게 시달려야 했지요(해묵은 영화이긴 합니다만 아직까지도 안 본 독자 분들이 계시다면 이 문단을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보석강도들이 등장하고, 경찰에 쫓기는데, 알고 보니 같은 강도들 중 하나가 경찰이었다는 줄거리가 임영동 감독의 1987년작 [용호풍운]과 같다는 것이었죠. 단지 줄거리만 동일한 게 아니라 강도로 잠복해 있던 경찰([저수지의 개들]의 팀 로스, [용호풍운]의 주윤발)이 총을 맞아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이라든가, 영화 말미 내분이 일어난 강도들이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 등의 디테일까지 표절로 지적받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어렵습니다. 역시 쟁점은 '비록 [용호풍운]의 주요 설정을 가져온 [저수지의 개들]의 스타일도 나름 독창적인가 아닌가.'의 문제겠지요. 그리고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는 당사자의 고발이 있어야 법정에서 해결을 볼 수 있는 문제라 [저수지의 개들] 표절 시비는 아직까지 답이 나오지 않았고 영화팬들은 여전히 이 떡밥을 가지고 논쟁을 벌입니다. 당사자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어느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죠. "훔친 것 맞다. [용호풍운]도 훔쳤고, 스탠리 큐브릭의 [킬링]도 베꼈다."

<출처:접속!무비월드 조민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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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백정전대갈    친구신청

개인적으로 스토리와 상관없는 양념수준이라면 오마쥬라보고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면 표절이라 생각함

IncomeCountry    친구신청

저도 같은 의견...
빼버리거나 딴걸로 대치해도 스토리 메인라인에 영향이 없으면 오마쥬,
빼버리거나 딴걸로 대치했을때 스토리 메인라인이 바뀔 정도면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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