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둥~ 우렁차게 들리는 북소리와 함께 네 개의 직사각형이 정중앙에 박히면서 시작되는 골든하베스트, 붉은 색 바탕에 알파벳 C자 세 개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시네마시티
두 영화사의 역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골든하베스트 (가화집단유한공사) 와 시네마시티 (신예성영업유한공사) 는 쇼브라더스 영화사와 무협영화의 쇠퇴 이후, 80년대 홍콩 영화계를 양분했던 대표적인 제작, 배급사다. 골든하베스트는 쇼브라더스의 실직적 no.2이자 제작 본부장을 지낸 추문회가 하관창등과 함께 독립해 1970년에 설립했고, 시네마시티는 1981년에 영화배우 맥가를 주축으로 황백명,석천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하베스트와 시네마시티는 철저히 시장의 방식을 따르고 선점하는 영화들을 만들어냈지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이를테면 골든하베스트는 스튜디오 내에 세트를 만들어 찍는 걸 선호했고 시네마시티는 주로 로케이션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골든하베스트는 처음부터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그래서 초기 이소룡의 영화를 시작으로 근대를 배경으로 하는 쿵후와 코미디, 성룡, 홍금보, 원표 (가화삼보) 같은 스타를 중심으로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면, 시네마시티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 즉 <영웅본색> 의 성공 이후 홍콩 느와르라 불리는 범죄액션영화들을 비롯하여 멜로드라마, 코미디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었다.
특히 시네마시티는 영화학교를 졸업한 젊은 감독들을 상당수 고용했는데 이론과 재능을 겸비한 신인감독의 기용은 골든하베스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홍콩영화의 국제화를 꿈꾸었던 시네마시티의 생각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고 커다란 성과도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극이다. 그는 시네마시티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영웅본색> <천녀유혼> 같은 영화들을 만들어 냈다.
단순히 서구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에서 출발하긴 했어도 홍콩 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경향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시네마시티는 골든하베스트를 분명히 앞서갔다. 하지만, 두 회사는 90년대 들어 급속하게 힘을 잃어간다.엄청난 제작비를 들이며 늙은 올리비아 핫세까지 출연시킨 임영동 감독의 성전풍운의 실패로 휘청하더니 결국 시네마시티는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를 끝으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며 스스로 회사를 해체, 문을 닫았고 골든하베스트는 계속되는 사업 실패와 성룡의 할리우드 진출로 인한 공백으로 명맥만 유지하다 결국 중국 자본에 인수, 합병되었다.
골든하베스트와 시네마시티의 흥망성쇠는 고스란히 홍콩 영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만큼 두 영화사가 남긴 인적, 물적인 흔적은 엄청나다. 제작, 배급된 영화만 해도 수 백편에 달하고 거쳐 간 감독과 배우, 스텝은 그보다 더 많다. 당시 아무도 가능성을 알아주지 않았던 이소룡과 성룡을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 낸 것도, 신출내기 감독이었던 서극과 임영동, 고만고만한 액션코미디를 만들던 오우삼과 두기봉을 걸출한 장르영화의 장인으로 이끌어 낸 것도 모두 두 영화사의 영향력 아래에서다. 골든하베스트와 시네마시티가 남긴 영화를 통해 전 세계로 이식된 홍콩영화 스타일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잼있는 영화 많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