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무상>은 1989년작으로 왕정이 각본,연출을 맡았다. 홍콩느와르 특유의 비장미와 도박을 결합시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에선 이 영화로 인해 유덕화의 인기가 정점에 다다르고 홍콩에선 카지노 장르가 붐을 이루게 된다.
인기를 끈 만큼 바로 <지존무상>속편이 제작된다. 당시만 해도 한국수입사들이 타이틀과 배우만 보고 선매할 때라
<지존무상2>도 역시 91년을 여름개봉이 예정되어 있던 상태다.
근데 난데 없이 원제가 <도협>인 영화가 <지존무상2>보다 6개월이나 앞서 개봉됨에도 <지존무상3>란 제목을 달고 극장에 걸린다. 수입사 측에서는 유덕화와 카지노만 보고 그래도 <지존무상>이란 이름이 걸려야 흥행이 된다고 본 모양이다.
주윤발만 나오면 <영웅본색>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오던 (어떤 동네에선 영웅본색 8탄까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불법비디오 렌탈시장의 행태랑 다름없던 80년대말,90년초의 해프닝이다.
안그래도 복잡한 이 영화의 족보는 사실 홍콩이 더 심했다. <지존무상>이 홍콩느와르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면 역시 왕정이 연출,각본을 쓴 <도신/정전자>는 카지노란 공통분모를 갖고 그 방향추를 코미디 쪽으로 살짝 튼 영화다.
<도신>은 90년 홍콩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당연히 아류작이 쏟아지고 주성치의 출세작<도성>이 그해 여름 개봉되어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의 흥행을 기록한다.
카지노장르에서만큼 자기 지분을 갖고 있던 왕정은 <도성>의 성공을 지켜보자마자 바로 주성치를 기용해 <도신>의 외전격에 해당하는 그것도 <도성>에서의 주성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영화를 만든다.
제목은 <도협>
여기서부터 한층 꼬이기 시작한다.<도신>의 속편격이 <지존무상3/도협>인데 여기서 유덕화를 빼고 그 다음해 <도협2/상해탄도성>이 만들어지고 한창 후에 주윤발이 다시 도신으로 나오는 <도신2>가 제작되었다.
게다가 <도성>의 유진위는 빠져나간 주성치 대신 매염방을 주성치의 누나로 설정해 <도패>란 영화를 만드는데 <도패>는 한국에서 <도성2>로 개봉된다.
이후 <도신>은 여명이 나오는 외전격인 <소년도신>으로 이어지고
<도성>은 1995년 갈민휘,왕정의 <도성2 가두패왕>을 이후로 2002년에는 아역스타 석소룡이 나오는 <소년도성>,<흑협 대 도성> 2008년에는 맹요와 장가휘가 출연한 <내 와이프는 도성>까지 이어지고
<도협>은 유덕화가 출연한 <도협1999>에서 장가휘의 <도협2002>까지 무한증식한다.
참으로 엄청난 계보가 아닐수 없다. 이렇게 자기복제적인 시스템속에서 누군가는 사라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