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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여행] 망상 여행 (2 - 주마등에 대한 망상) (0) 2018/12/02 PM 04:11

일하다 짬 나는 동안의 망상일기

 

타임머신에 타고 있는 나의 시간은 바깥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니, 타임머신 안은 바깥의 공간과 다른 시간장(Field)에 속하여서, 타임머신 외부의 공간은 시간은 개념일 뿐 흐르거나 하지 않는 것 같다.

 사물을 본다는 것은 빛의 산란을 받아들여 일정한 신호로 구분하여 대뇌피질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재해석된 것이라고 한다. 이미 육체가 없는 영체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 주변의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주마등이란 꿈과 같은 현상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평소에는 잘 생각나지 않는 기억 깊숙한 곳의 사건들이 육체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게 될때, 둑이 터지듯 현재의 그릇을 더이상 담아둘 수 없게 되어 시간순과 상관없이 펼쳐진 현상이라 상상해 본다.

 

 그렇다면 이곳은 다른 공간이 아니라 머리 속 공간, 아마도 물리적인 뇌 안이 아니라 기억이 저장되어있는 어느 차원의 공간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실제로, 타임머신의 현재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는 멈추어져 있다. 타임머신의 외부 시간은 육체의 죽음에서 조금도 흘러가지 않은 것이다.

 시간의 멈춤이란 어떤 느낌일까. 그래프에서 시간은 보통 직선으로 표현되어, 직선의 이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모든 변화가 일어난다.

 그렇다면,현재의 공간은 직선이 움직이지 않은 점. 그 점과 영체, 타임머신의 부피는 입자의 개념이 사라져 무한대이면서도 0에 수렴하는 부피의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의 점에서 모든 삶의 시간영역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멈추었고, 마치 영원히 이루어질 것 같은 점 안에 모든 기억이 폭발하듯 공간을 만든 것이다. 마치 우주 생성의 특이점 폭발과도 같은 공간 생성에 영체는 층층이 쌓인 기억을 스쳐간다.

 꿈은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이라면, 주마등은 뇌가 마지막으로 역활을 다 하는 순간일 것이다. 현실의 영상과는 다르게, 주마등의 공간은 기억으로 만들어진 영상이기에, 어느정도 꿈과 같은 환상을 만들어 준다. 같은 기억이지만 3인칭으로 보이기도 하고, 기억이 조작되어 두루뭉실 넘어가기도 하고, 여러사건이 하나로 뭉쳐저 보이기도 한다.

 현재의 주마등 공간은 점점 더 무한히 커지며, 영겁의 꿈 영상은 조금씩 옅어지며 멀어져 간다. 공간은 옅어지고 희미해 진다. 이것은 기억을 담아둘 수 없는 물리적 공간(대뇌)의 사멸을 뜻하리라. 공간은 점점 어두어 지고, 영체는 한 가운데 우두커니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마등과 함께 모든 기억이 날아가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지 않는 탓에 더이상 새로운 기억이 기록되는 일이 없다. 이것으로 아마 육체를 가지고 있던 시기의 기억은 모두 날아갔을 것이다.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타임머신의 나는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타임머신의 밖에 있는 영체는 아마도 한순간, 혹은 그 순간이라고 말 할수 있는 시간조차 지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친절한 타임머신은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내부시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시간은 공간과 같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나의 시간은 나의 상상력과 육체의 신호와 같이 흐르고 있었다. 많은 기억의 순간들을 불규칙한 배열로 보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이제 슬슬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었던 차에, 타임머신 밖의 영체는 무언가 다른 이끌림을 받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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