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태어나고 최근 반년...
너무나도 경사스럽고 좋은일이다.
그만큼 더 가정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은 앞서지만, 세상일이란 게 쉽지 않다.
아내는 아이낳고 (내가 보기에) 산후우울증 증상이 있어보여서,
아내가 하고싶은 것을 가능한 한 다 해주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지만
항상 문제는 가정이 아닌 더 바깥쪽 테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 문제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 일테지만...
일단 여름즈음 내가 한 번 폭발했다.
아버지와 벌초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아내는 벌초를 안 갔으면 했고, 아버지는 허리가 좋지 않은 상태셨는데
벌초는 꼭 직접 해야겠다고 하여 사람을 쓰지도 못했다.
다른가족은 고모들 뿐이고, 연세도 있으셔서 예초기를 들 수 있는건 나뿐이었다.
결국 난 집에서 아버지와 전화를 하다가 전화기를 던저버리고 통곡하며 쓰러져 버렸다.
집사람이 놀라 뛰쳐나와 부모님께 전화를 다시 드리고 결국 벌초를 하는걸로 넘어갔다.
그때부터였는지 나는 마음속에 불편한 감정이 계속 올라왔지만,
점점 크는 아들과 아직도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참아왔다.
하지만 여름, 가을이 되면서 차례로 할머니제사, 추석을 지내고
이번달에는 집안제사, 할아버지 제사로 두번이나 제사가 돌아왔다.
올해 제사는 나 혼자 본가에 가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있는데,
제사준비 대부분은 어머니께서 하시고, 나는 잔심부름이나 야채다듬기 정도나 한다.
(우리집은 작은집이지만, 가족문제로 제사를 우리집에서 지낸다.
애초에, 큰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고모들도 제사 지낼때나 오시지 준비할 때는 잘 안 오신다.)
내가 안 가면 제사 준비는 전부 어머니 혼자서 하시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사가 있으면 집사람이 싫어한다. 내가 가면 아들을 혼자 봐야되기도 하고,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하는 것 같다.
같이 가자니, 제사 끝나는 새벽까지 아들을 잘 돌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쉽지 않다.
11월초 집안제사때는 어머니께서 좀 화가 나셔서 제사인데 안부전화도 없다고 집사람을 나무라신다.
가운데 낀 나는 할 말도 없다. 그렇다고 집사람에게 어머니 말씀을 전달할 수도 없다.
이것저것 말 해 봤자, 상황이 좋아질 리 없고,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다.
11월 중순이 되자, 중학교 친구들이 간만에 만나자고 한다. 코로나 내내 안 만났기도 하고,
몇 년만에 만나는 거라 반갑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건 아내에게 어떻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
친구들 일정을 조율하니 12월 22일로 되어서 집사람과 이야기 해 봤지만, 크리스마스 연휴시작에
꼭 만나야 되냐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정 조율이 안 되니 이것도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가정에서 온 스트레스는 업무에 영향을 끼친다. 이것저것 일을 하다보면, 멍하니 있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은 출근하면서 축제 팜플렛을 봤는데, 집사람이(출근을 걸어서 해서 집사람과 아들과 같이 중간까지 나온다.)
축제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축제날이 할아버지 제사 올리는 날이다. 그래서 제사라 안 된다고 했더니
다시 마음이 상하여 헤어질 때 까지 한 마디도 못했다. 출근하고 회사에서 내 자리에 와서 있자니 눈물이 흘렀다.
우울함이 밀려와서 업무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때 갑자기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생각을 지우려 했지만 계속 남아서 회사 근처 상담센터를 검색해 보기도 하고
관련된 포스팅을 보기도 했다. 40대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게 괜히 그런게 아니구나 싶다.
나는 아내가 우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을 뿌리칠 수가 없다. 현실을 사는 사람이라서인지, 아니면
내가 나쁜 사람이라 집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건 회피수단이고, 실은 내 행복만 찾는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온 힘을 다해 사는 것 같은데 어째선지 잘 되는 일은 없고 않좋은 상황만 반복된다.
내 정신이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 참 힘들다. 이번년도에 난 잘 버틸 수 있을까 싶다.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고인다.
어째서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걸까
충분히 스트레스 받으실 상황에 계신것도 맞고, 또 어떻게든 어른으로써 해결을 해야 살아갈 수가 있겠지요.
그리고 그런 나쁜 생각 마시고 (와이프 분과 쥬니어는 어떻게 합니까)
힘내시고 현명한 돌파구를 찾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