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람마다 여러가지로 생각이 있겠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상황이 만드는 분노를 조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어떤경우건 피해자나 가해자가 생기게 되면 분노가 발생합니다.
가령, 유치원생이 유치원 선생님에게 폭행당했다.
혹은, 한국인이 미국인에게 살해당했다.
뭐 어떤 경우이던 간에 피해자가 발생하였으면 피해자 범주에 속한 그룹이 발생하고,
가해자가 발생하니 가해자 그룹이 생깁니다.
그런데 보통의 사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방관자가 되거나(뉴스를 보는 시청자 입장),
어느정도 능동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
(불매운동을 하거나, 소극적인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번 강남역 사건은 가해자인 남자 / 피해자인 여자로 나뉘어 버렸습니다.
어떤 그룹이 아닌 성별로 나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남녀 그룹으로 묶이게 되었지요.
보통은 방관만 하고 사건과 상관없던 사람들이
큰 틀에서 피해자(여자) / 가해자(남자)로 나뉜것입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신체적/사회적 약자의 포지션으로
자신들 전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인식해 버렸고,
남자 입장에서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가해자 취급을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인식합니다.
실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우는 사건입니다. 피해자가 나왔고 가해자가 나왔으며,
여성이 살해당했고 남자는 살해당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며,
가해자가 정신질환인 것도 사실이고 가해자는
여자가 미워 여자를 노리고 죽인 것도 사실입니다.
사건의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이후의 사회비판이나, 현실구도, 차별, 혐오는 사건과는 별개입니다.
하지만 사건외의 사회현상과 남녀의 인식차이에 의한 서로의 분노로
강남역 살인사건은 상징물이 되어서로 분열하고 비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 남자입니다만, 살인자의 범주에 들어가느냐 하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도 그렇게 생각할겁니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남자는 여자를 죽여서 무섭다."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는 겁니다.
남자는 모두 살인자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른데,
그것을 잘못이라 말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살인자가 아니라면, 여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 쓰면 그만입니다.
결국 남자들은 생각지 않게 "가해자"취급을 받는 것이 불쾌한 것입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요.
여자가 남자를 가해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무시하면 됩니다.
추모하든 뭘하든 내버려 두세요. 뭐 그것 좀 한다고 내 생활에 지장있는 것도 아닐텐데...
모든 종류의 논쟁은 무시하면 사그러 듭니다.
하지만 반응하여 부추기면 커지게 되는 법입니다.
추모현장가서 셀카를 찍던 화환을 보내던 무슨 상관인가요.
그렇다면 제 집사람은 피해자의 범주에 들어가느냐. 물론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강남역 사건과는 별개로, 사회적 약자로서의 피해자인 것이지,
"여자라서 남자에게 죽는 존재"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의 큰 범주에 들어 있다 보니, 여자는 반드시 피해자다 라는 선입견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은 남자가 대부분이며,
남성 전체를 살인자라고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살인자를 남성에 대입하여 남성 전체가 살인자가 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또, '여성은 피해자니까 남성이 가해자' 라는 흑백논리도 있습니다.
'여자라서 살해당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논리를 어째서 '일반남성'에게 투영하나요.
살인범에게 살해한 책임을 묻고 살인범에게 분노를 표출하세요.
살인사건과 사회차별, 모순과 혐오가 섞여
서로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역에서 여성피해자가 남성 가해자에게 죽은 사건입니다.
어떻게 보면 흔한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여성은 자신을 살인 피해자로 투영하고 있고, 남성은 자신과 무관한 사건에
누명을 쓴 피해자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니 끝이 없습니다. 서로 반목하고 혐오하고 분노하고 있지요.
조금 더 서로 이해하고 분노의 대상이 잘못 된 것이 아닌지 생가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뭐 누군가 트윗으로 '독이 든 사탕이 한 개 들어있는 100개뭉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당연히 독이 들었으면 안 먹겠지요. 하지만, 비유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말은 '여기에 있는 100명의 남자중에 반드시 나를 죽일 살인마가 있다.
나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여기있는 남자는 전부 감옥에 가둬야 겠다'
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다소 과장이 섞인 비유인 것입니다.
100개의 사탕이 있고 한개의 독사탕이 있으면 한개의 독사탕을 찾고 버리면 됩니다.
방법은 다양하게 있겠지요.
100명의 남자 중에 살인범이 있으면 살인범을 찾아서 처벌하면 됩니다.
살인범 잡겠다고 남자 100명을 처벌할 순 없죠.
베트남전에서 적군이 마을에 들어갔다고
마을을 융단폭격해서 밀어버린다는 생각과 뭐가 다른가요?
부디 모두 서로를 미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