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3 나올 날도 멀지 않았으니
디아2로 분위기나 다시 익혀보고 가려고 생각해서
블자드 홈피에서 디지털 다운로드로 구매해서 며칠 즐겨봤습니다.
결론은 '게임 자체는 재미있지만, 그 외의 면은 최악이다' 입니다.
평점을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이네요.
게임성8/그래픽10/사운드10 점주고, 운영 0점 줘서 평균 7점. (10년전 기준으로)
10년 전에도 1년 정도 즐겼었고 그 향수도 나름 느껴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많이 힘들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 첫번째 이유는, 다들 아시는 좁은 인벤토리.
템 몇개 들고 다니면 갑옷 1개 들고 다닐 공간도 없어집니다.
필드에서 줍고 싶은 템들은 상점에 팔 것 포함해서 한 10개 나온다고 치면
그거 다 먹을려면 마을에 10번 왔다갔다 해야 된다는 거죠.
어차피 버릴 템이지만 돈을 모으면 마을에서 도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아쉽습니다.
내가 겜을 즐기는 것보다 인벤에 뭘 버려야 되나 하는 걱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혼자서 보스만 몇번 돌면 모아둔 템 때문에 인벤이 가득 찹니다.
그럼 다른 부캐를 만들어서 그쪽 인벤에 템을 옮겨야 하죠.
거기서 이 겜을 하지 말아야 할 두번째 이유로 이어집니다.
두번째 이유는, 10년된 게임이라서 그런지 서버 운영을 아예 내팽개친 느낌이 듭니다.
구배틀넷은 원래 그렇다면서 다들 포기하는 분위기지만,
스타1과는 다르게 디아2는 서버가 불안정하면 힘들게 모아둔 아이템을 날려버릴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죠.
디아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방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템을 옮기기 위해서도 방을 만들어야죠.
그리고 그 방이 안정된 방인지 폭발할 방인지는 5분간 기다려 봐야 압니다.
그 시간 안에 템을 바닥에 떨구고 다른 캐릭으로 이동할 경우 방이 사라지고 아이템이 날아갑니다.
심지어는 인벤이 가득차서 잠시 땅에 템을 떨구는 순간 템과 함께 방이 날아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어쨌든, 5분간 기다리면 방에 사람이 없어도 1-2분 정도는 방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그럼 부캐로 들어와서 템을 옮겨야 되는데, 게임을 많이도 아니고 조금 하다 보면
부캐에 부부캐에 부부부캐의 인벤마저도 꽉 찹니다.
그러면 이캐릭 저캐릭에 어떤 템이 있는지, 인벤이 얼마나 찼는지 확인하려고 여기저기 들어가게 되죠.
그 순간, 배틀넷은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플레이어를 서버방해요소로 단정짓고 '개인섭다'를 해버립니다.
10분 정도 그 ip에서 디아 프로그램이 돌아가질 않습니다.
방의 유지는 길어야 3분 정도이기 때문에 방에 떨군 템들은 다 날아갑니다.
거기에다가, 더 짧은 기간동안 더 자주 템을 보기 위해 부캐를 들락날락하는 경우
그 ip에 '렐름제한'을 걸어서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이틀까지 블럭을 먹여버립니다.
이것 말고도 그냥 접속이 끊겨서 방이 날아가는 경우도 빈번하고,
배틀넷 섭다는 공지도 없고 언제까지인지 말도 안해 줍니다.
즉, 흔하디 흔한 국내 온라인게임 클로즈 베타에도 훨씬 못미치는게 디아2의 서버 운영입니다.
진짜.. 발로 해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라는 말이 그대로 어울리는 수준입니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습니다. 물론 복구따위는 없습니다. 凸
세번째 이유는, 봇입니다.
디아2는 이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보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플레이어의 70% 이상은 봇입니다.
캐릭터 퀘 깨주는 것도 봇이고, 렙업도 봇입니다.
통계에 표시되는 래더 상위는 다 봇입니다.
방이름 제일 뒤에 두자리 번호가 붙은 곳은 99.9%가 봇입니다.
가장 큰 디아2 사이트에서는 봇 얘기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왜? 다 봇유저니까.
퀘보스 잡는데 사람이 하면 시작부터 해서 10분 이상 걸릴 것을 봇들은 20초면 합니다.
하루에 디아-바알 방을 200번 넘게 돌면서 드랍템을 먹고 돈을 모아서 도박템을 먹습니다.
그렇게 모은걸 봇유저는 하루에 한번씩 인벤토리 확인하고 시장에 내놓죠.
제가 10년전에 할때는 봇이 없었습니다.
복사는 있었지만 그건 아시아섭이었고 저는 유럽쪽에서 해서 완전 클린한 게임을 했었죠.
따라서, 이번에 잠시 즐겨본 디아2의 경제는 완전히 개판으로 보입니다.
물론, 템을 구하기는 쉽습니다. 살 돈이 있다면요.
봇의 필수템이 아니면 비싸지도 않아요. 몇십원 몇백원 이럽니다.
고맙긴 하죠. 디아2의 템드랍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거든요.
상위 룬 드랍율은 로또보다도 낮습니다. 1억분의 7 이런 수준.
1년간 잠만 자고 게임해도 아마 저런건 못 볼테지만,
뭐 이런 것도 천원이면 삽니다. 게다가 하루하루 더 싸집니다.
디아2의 목적 자체가 캐릭 키우고 템 모으는건데,
이렇게 되면 게임을 오래할 이유가 없게 되죠.
90까지는 봇따라다니면서 옆에 영화 두세편 보면 됩니다.
템 줍기 귀찮으면 몇백원만 쓰면 적당한 풀셋 됩니다.
디아3 나오면 서버랑 인벤, 봇의 문제는 해결되고, 거기에 경매장 시스템까지 도입이 되니
게임성만 잘 계승해준다면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은 자명합니다만,
옛날 향수에 지금 디아2를 다시 해보려는 분들은 극구 말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 글 적는 것도 템 옮기다가 그동안 모은거 다 날아가서 잠시 쓰는 겁니다 ㅋㅋㅋ
사실 매일 모은거 정리하다가 절반은 날립니다. 그래서 이제는 좀 해탈은 했어요. ㅡ_ㅡ
p.s. 텔레포트 사기네요. 디아3에서는 이 정도로 의존성이 큰 기술은 칼질좀 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