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보던 인방에서 자기가 멘토로 있는 지하아이돌 콘서트를 같이 응원하자고 한다.
심심풀이로 지원하였는데 덜컥 당첨이 되었다.
무언가 당첨된 게 오랜만이라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콘서트 당일.
어린이 날이었던 그날은,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었다.
그냥 집에서 쉴걸 그랬나 라는 약간의 후회와 함께 신촌으로 향했다.
원더로크홀에 도착하여 스트리머를 보았다.
혹시나 싶어서 그분이 맞냐고 물어보니 염소 목소리를 내며 맞다고 하였다.
그렇게 1층에서 팬 분들과의 잠깐의 만남을 가진 후 지하로 향했다.
그리고 매표소에서 내 이름을 말하는 순간... 내 이름이 없다고 한다.
두둥...대체 이게 무슨...
첫번째 목표는 이뤘으니 그냥 집에 가야 되나 싶었을 때 스트리머가 나타났다.
무언가 잘못되었나 싶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였더니 대신 결제를 해주었다.
그렇게 까지 해주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괜히 미안해진다.
티켓을 받으니 직원이 체키를 찍을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
체키가 뭐지? 라고 생각한 나에게 건네 준 티켓에는 모르는 이름 5명이 적혀있었다.
일단 누군지 고르려면 최소 얼굴이라도 알아야 할 터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인터넷으로 검색해야 되나 잠깐 고민하였지만,
공연 보러 온 사람이 누가 공연하는지 몰라서
매표소 앞에서 휴대폰으로 검색하는 꼴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다.
일단 리무라는 울림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그 소녀를 고르고 티켓을 받아 내가 응원해야 할 팀을 검색해보았다.
리무라는 이름의 소녀는 뭔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좀 더 웃는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공연장에 들어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아카링고, 크림라인, 시로코화, 트루블루의 순서였던 것 같다.
모르는 일본 노래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국 아이돌 노래도 나왔다.
라이브라 그런지 음정이 불안정한 부분도 많았고,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목소리를 잡아먹는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모두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공연을 보고 있으니 마지막 팀의 차례가 왔다.
조명이 켜지며 한 소녀를 비추었다.
내가 선택한 소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
난 이 리무라는 소녀에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앞서 보았던 팀들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른 노래 실력.
춤을 추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 더욱 나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 소녀는 빛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눈이 부시지는 않는,
밤하늘에 혼자 밝게 빛나서 쳐다볼 수 밖에 없는 그런 빛.
아쉬움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려주는 순간이었다.
그 소녀에게 매료되어버린 난,
그저 그 소녀를 계속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곡이 끝나고 나서야 정지되어 있던 나의 시간이 돌아왔다.
제대로 된 공연을 본 적이 없던 나에게,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이 휘몰아 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가야 했다.
그리고 체키의 시간이 왔다.
나는 민망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민이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2분 동안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꼭 같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걸까?
그냥 하지 말까?
아냐, 그냥 하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나 싶어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공연장에 들어가니 엄청난 줄들이 보였다.
리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트루블루가 있었다.
그리고 트루블루의 줄은 꽤 길었다.
역시 실력이 있는 팀이라 납득이 되었다.
내 차례가 왔다.
나를 보자마자 처음 보는 거라고 알아차렸다.
좀 신기했다.
그런 걸 알 수 있구나.
일단 생각해뒀던 말을 꺼냈다.
'공연 잘 봤어요'
'노래 너무 잘하시는데요?'
'수련수련님 방송 보고 온 거라 사실 누가 누군지도 몰라서 찍었는데, 너무 잘 고른 거 같아요.'
'손에 뭐 묻었는데요?'
물론 체키는 같이 찍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2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체키를 다 꾸미고 나서도 약간의 시간이 남았고,
조명 때문에 얼굴이 잘 안 보인다고 서로 자리를 바꿔보기도 하였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후회되는 부분도 있었다.
팬들의 응원이 무엇보다 힘이 될텐데
힘이 되는 얘기를 해주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다음 공연에 다시 올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에
또 보러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비스테이지에도 후기를 남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응원 글 하나하나가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기도 남겼다.
남기면서 살짝 걱정도 하였다.
나는 글재주가 좋지 않아 장문으로 남길게 뻔하기에...
장문을 부담스러워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 소녀는 방송도 시작할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 공연은 안 가더라도 방송에서라도 응원을 하자고 생각했다.
방송은 나쁘지 않았다.
약간의 개선할게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조금씩 고치면 되는 거니까.
다음 공연은 평일이었다.
주말이면 가볼까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평일이라 고민이 되었다.
직장이 수원에 있기 때문에 최소 1시간 30분은 잡고 가야 한다.
그리고 휴가도 써야 한다.
결국 가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공연 영상을 찾아보았다.
너무 멋진 무대였다.
안간게 후회되었다.
다음엔 꼭 가기로 하자.
그리고 트루블루는 순위가 올라 1군으로 올라왔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생각지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리더를 포함한 멤버 3명이 탈퇴...
그들의 캐미가 너무 좋았고, 무대도 좋았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이 특전소녀전선이라는 프로그램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한 달에 두 번 라이브 무대를 한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곡을 하기 위해선 몸을 갈아가며 연습해야 한다는 것.
아직은 그렇게 큰 돈이 되는 일이 아니기에 직업으로 가질 수 없고,
자신의 원래 삶과 아이돌의 삶을 동시에 하기에는
아무리 강철같은 체력을 가졌다 해도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음에도, 결과는 더욱 큰 팬덤이 있는 팀에 지게 되고,
비인기 멤버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인기를 체감해야 한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그 소녀는 남아있었다.
불안했다.
아무리 협의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괜찮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마음이 꺾이거나 무너진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꿈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그 소녀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 소녀를 응원해야겠다고 .
중간에 그만두게 되더라도 마지막까지 응원하자.
음악을 사랑하는 그 소녀가 꿈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