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작은 추석날, 지지고 볶고 차례 음식 준비를 마치고 나면
동서와 조카들을 데리고 영화관으로 향합니다.
"무슨 영화 볼까?"
"광해!"
이구동성입니다.
시원한 밤거리를 달려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늘이 내린 임금이 천하를 호령하던 시대, 아무도 모르게 왕의 대역을 맡은 천민이 있었다는 신선한 발상이 기발하기만 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상상력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통해 역사 뒤에 감춰진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을 담아낸 휴먼 팩션 드라마로 진한 웃음과 감동으로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광해군 8년, 광해(이병헌)가 식사를 하려던 은수저의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독살을 의심한 광해는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해 위협에 노출될, 자신과 똑같이 닮은 대역으로 기방에서 왕과 당대의 세태를 풍자하는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이병헌)을 발견하게 됩니다. 광해를 만나게 된 하선은 광해의 말투와 행동을 완벽하게 따라 하는 재주를 보이고 그날 이후로 하선은 광해 대신 용포를 입고 밤 늦도록 광해의 자리를 지킵니다. 광해는 결국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고 허균은 광해가 쾌차할 때까지 하선에게 광해의 대역을 맡깁니다.
자신의 안위와 왕권만을 염려하던 왕 광해와 달리 정치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람과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는 잘 아는 하선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해 줍니다. 비록 은 20냥에 수락한 15일 간의 왕 노릇이지만 그 어떤 왕보다 위엄 있는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의 명보다 내 백성이!
백갑절 천갑절은 더 중요하오!
영화 속엔 임금에 대한 위엄보다는 웃음과 해학이 들어있었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인고?"
"사월이라 하옵니다."
"어쩌다 예까지 왔는고?"
사월이(심은경)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을 합니다.
광해를 죽이러 죽에 독약을 넣으라고 할 때
사월인 자신이 먹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도부장(김인권)이 가짜 왕임을 알고 사실을 밝히려다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합니다.
'너의 칼은 임금을 지키는 데만 사용해야 하느니라.'
'너희들에게는 가짜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진짜다!'
끝까지 가짜 왕을 지켜주는 도부장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로 영화 속에는 사람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광해군은 대신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엎드리자 멈칫하며 뒤로 물러서지만, 하선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아니면 차라리 등을 밟고 가라는 유생들의 요구에 화끈하게 등을 밟고 지나가 버립니다. 비록 영화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진짜 왕의 모습이었습니다.
진정한 리더를 바라고 꿈꾸는 이
특히 대선 후보들이 꼭 봤으면 하는 맘 가득하였습니다.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