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장사 도와주는 새벽시장에서 만난 효자
한가위를 넘기자 가을이 짙어졌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지자 차례상에 올릴 재료를 하나 둘 새벽시장에서 사다 날랐습니다.
일주일 전,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자동차로 옮기는데 건장한 청년이
"샘! 안녕하세요?"
"어? 네가 여기 웬일이야?"
"어머님 장사하시는데 도와주러 나왔어요."
"그랬구나. 아이쿠, 듬직해!"
"안녕히 가세요. 추석 잘 보내세요."
"그래, 잘 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작은 추석 날 아침, 빠진 게 있어 또 새벽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북적북적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덤이 있어 참 좋습니다.
아주머니들의 미소가 있어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새벽시장입니다.
시내에는 가게도 없이 길거리에서 선지국과 장어국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가끔 지나다녀도 '저런 걸 왜 사 먹어? 집에서 끓이면 되지'했습니다.
그런데 추석이라 뭐가 그렇게 바쁜지 끓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여보! 우리 장어국 좀 사 갈까?"
"어떻게 믿어?"
"아니, 소문 들으니 국산 장어를 사용해서 맛있다고 하더라."
"잘 안 사 먹더니 어쩐 일이야?"
"삼촌들 오면 반찬이 없잖아. 장시간 새벽같이 운전하고 올 텐데..."
"그럼 조금만 사 가자."
국자 하나에 7,000원입니다.
▶ 반바지 입고 장사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들의 모습
1만 원을 주고 한 봉지 사 들고 왔습니다.
집에 냄비에 부으니 제법 가득합니다.
건더기도 많고 진국이라 물을 더 부어 끓였습니다.
평소에는 4솥 정도 팔리고 주말에는 9솥 정도 팔린다고 합니다.
한 솥에 30만 원 정도면 남는 장사인 것 같았습니다.
아침 일찍 엄마와 함께 나와 일을 돕고 있는 고등학생인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아침에 일어나지를 못해 학교 가기도 바쁜데
늘 새벽같이 일어나 엄마의 리어카를 밀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엔 가게를 내어 장사를 하다가 잘되지 않자 새벽시장에 나오는 할머니들에게 팔게 되었는데 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다 보니 어느새 자리를 잡게 되어버렸던 것.
정직한 맛은 누구나 찾게 마련인가 봅니다.
사람들의 입맛 사로잡아 발길까지 잡아 끌었습니다.
몇 시간을 운전하고 온 삼촌과 동서, 조카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흐뭇하였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 또한 아니지만,
엄마를 위하는 마음만은 최고인
효자 아들 두셔서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