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한 남편을 위하는 사모님의 흐뭇한 일침
요즘 여자들 모임에 가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하루에 0 食 --------- 영식님
(아침밥은 아예 안 먹고 점심은 친구들과 어울려 적당히 때우고
저녁밥은 같이 외출하여 해결)
하루에 1 食하면 - ------- 1 식씨
하루에 2 食하면 -------- 2 새끼
하루에 3 食하면 -------- 3식이 XX놈아
( 마누라가 하루 3끼 밥을 차리게 하여 받아먹으면)우스갯 소리로 하는 말이긴 해도 세월이 참 많이 변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옛날에는 남편의 위상에 제법 높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자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보니 이런 말들이 나돌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30여 년의 기나긴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퇴직한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학교에도 3명의 선생님이 계셨으니 말입니다.
그 중 한 분은 우리 아파트 바로 밑층에 사시는 분입니다.
사모님과의 왕래도 있어 비가 오는 날이면 고소한 부침개를 부쳐 나눠 먹는 사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요새 선생님 어떻게 지내세요?"
"응. 엄청나게 바빠."
"뭘 하시는 일이 있나 봅니다."
"가까이 사 놓았던 텃밭에서 하루 종일 엎드려 있다가 와!"
"그렇군요. 할 일이 있어 다행입니다."
"우리 집에 가서 가지하고 고추 좀 가져가."
"아닙니다."
"많아서 그래. 나눠 먹으면 좋잖아."
"네."
밖에서 떠 도는 말이 생각나
"선생님 3끼 밥 차려주는 것도 작은 일 아니시죠? 귀여운 이식이라고 하던데."
"아이쿠! 그런 말 하면 못써! 평생 벌어서 가족 먹여 살렸는데 이제 더 잘해 줘야지."
"......................."
"와! 사모님 말씀 들으니 제가 왜 감사하지요?"
"요즘 남자들 너무 불쌍해! 신랑한테 잘해 줘라."
"네."
"내가 남편을 존경해야 아이들도 따라하는 법이야."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가지와 고추를 들고 오면서
'선생님이 수확하신 푸성귀라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 가득한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